#『엔데의 유언』, 그 깊은 충격
돈이 지역을 짓밟다. 미하엘 엔데가 타계하고 고작 2년 뒤, 세계는 신흥국을 급습한 무시무시한 ‘돈의 폭력’을 목격했다.
국제투기집단인 헤지펀드와의 아시아 나라들 사이에 벌어진 통화공방전에서 최후의 승자는 어떤 특정한 나라가 아니라 돈이었다….후에 ‘피투성이 바트’라고 불린 이 통화전쟁 때문에 성실한 국민이 오랜 시간 축적한 부는 사라지고, 그들이 하루하루를 영위하던 터전은 파괴되었다.
세계를 뒤덮은 금융시스템과 그에 편승해 자기증식을 하면서 질주하던 ‘화폐’는 인간이 노동하여 얻은 성과와 자연을 포함하여 높은 가치를 지닌 자원을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나라로 옮기는 도구가 되었다.
화폐는 본래 역할을 잃어버렸고, ‘이익이 이익을 낳는 것을 지상최고로 여기는 돈’이 되었다. 이렇게 변질된 화폐에 대한 모든 것이 『엔데의 유언』에 응축되어 있다. 엔데는 다음과 같이 예언했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희생자는 제3세계 사람들과 자연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 시스템은 스스로 기능하기 위해 앞으로도 제3세계 사람들과 자연을 가차 없이 계속 착취하겠지요.”-NHK방송 『엔데의 유언』에서
2000년 기준으로 세계를 돌아다는 돈은 300조 달러, 반면 지구상 존재하는 나라들의 국내총생산(GDP) 총액은 30조 달러, 전 세계 수출입액의 8조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이 거대한 통화의 총체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머슴으로 부리는 세계 금융시스템과 같고, 그 시스템은 ‘상품으로 매매되는 통화’를 전제로 한다.(상품 교환수단에서 상품 자체가 되어버린이 돈!)
그렇기 때문에 ‘세계화’의 근본 취지는 자유분방한 상품인 돈의 습격으로부터 지역과 사회를 방어하는 시스템을 모두 무력화하는 것이다…바꿔 말하면 지금 세계의 모든 지역과 사람들은 그러한 돈의 폭력 앞에 어찌해보지도 못한 채 알몸으로 내동댕이쳐져 있는 것이다. 이 거센 흐름을 막아보려는 사람들의 저항과 지혜는 현재로선 모두 무력할 뿐이다. 돈에 패배한 수많은 나라들처럼 말이다.
미하엘 엔데가 이룩한 ‘근원이 되는 돈의 규명’은 앞에서 말한 ‘현실’의 모든 것을 거리낌 없이 파악하고 바로 보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되었다.(기묘한 돈의 정체를 밝히다!)
오늘날 경제에서 ‘근원적’인 것은 경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나 사상가 또는 문화인류학자나 다른 사회학자들의 시선에 힘입어 풍부하게 제시된다. 간결하면서도 아름답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엔데의 말은 우리를 감동시킨다.
“중요한 점은 예컨대 빵집에서 빵을 사는 구입대금으로서의 돈과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자본으로서의 돈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돈이라는 인식입니다.”-『엔데의 유언』
‘격차’를 이용하여 자기증식하는 돈. 돈은 복리를 초월하여 쌓이는 이자로 자기증식한다. 금융파생상품이 출현하면서 ‘이익이 이익을 낳는’ 사이클을 한층 더 팽창시키는 금융공학적 수법이 극에 달했다.
헤지펀드의 성립 조건 자체에는 근본적으로 비도덕성이 내포되어 있다. 헤지펀드는 얼마 안 되는 자기자본과 유가증권 등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거액의 자금을 인출하고 그 합계액을 담보로 더 큰 자금을 빌린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최종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나고, 그 힘은 신흥공업국의 국력을 손쉽게 능가할 수 있다. 이것이 지렛대의 원리다!
다시 한 번 출발점으로 돌아와 생각하면, 그러한 격차가 만들어지는 것은 나라마다 경제적 발전 단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또 ‘격차가 격차를 낳는’ 구조야말로 ‘이익이 이익을 낳는’ 돈의 운동을 가능하게 하고, 고도의 이익을 낳는 원천으로서 돈을 지지하고 있을 알 수 있다…이처럼 돈이 이자로 자기증식 하며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세계각국의 불균형한 발전 그 자체에 있다. 돈의 움직임이 초래한 것이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나라로 자원 이전’이라는 말은 이 같은 의미에서 명쾌했다.
“다시 한 번 화폐를 실제 행위나 물건에 대응하는 가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화폐시스템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지구라는 별에서 앞으로도 생존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할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비양심적 행동이 보상을 받고, 양심적으로 일하면 경제적으로 파멸하는 것이 지금의 경제시스템입니다.”-『엔데의 유언』
엔데는 통화를 인간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통화’를 낳은 공생의 사상. 교환을 위한 매개수단과 가치의 기준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되살리고, ‘이자’를 배제하는 새로운 통화로 탄생한 것이 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 지역교환거래제도)로 대표되는 지역통화, 자유통화, 교환링 등이다.
다원적 경제사회는 다원적 통화를 낳을 것이다.
##엔데의 생애를 사로잡은 테마
#세상에 남겨진 테이프 하나
문제의 근원은 ‘돈’에 있다.
“생각할수록 이상한 건 자본주의의 체제하의 금융시스템이 아닐까요? 개인의 가치관에서 세계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경제활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돈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 자손을 파멸로 몰고 갈 시간의 전쟁? 환경호르몬과 핵폐기물 사례.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이것들은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안전하게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후세에 그 해결을 미루는 것이다. 일본은 버블 붕괴 후 경제 재건이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적자국채를 남발했는데, 그 채무를 자손들이 상환해야 할 상황이다….그때그때의 대응에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하였다. 해결을 미루거나 이론을 내세우기에 급급할 뿐이다.
판타지 작가인 엔데는 의표를 찌를 찌르는 우화와 소설의 힘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깨닫게 해주었다.
“판타지란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동화 속 나라에서 공상적인 모험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판타지를 통해 우리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눈앞에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종의 예언자적 능력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기준을 얻어야 합니다.”
엔데는 사람이 눈에 보이는 위기에는 대처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위기에는 무력한 존재라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기보다는 해결의 실마리가 없어 보이는 근원적 문제에 대해, 알고는 있어도 모른척 외면한다는 편이 맞을지 모른다…지금 우리가 직면한 ‘돈’의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그 과거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미래를 상정하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언적으로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인간에게 주어진 상상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의 해결 방법을 과거가 아닌 미래에서 추구한다. 그것이 엔데가 말하는 판타지의 힘이다.
자명한 일에 물음표 던지기
“문제는 모든 과학이 자부하는 객관성입니다. 나는 이 객관성에 대해 이견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미숙하고 단순한 자세라 생각합니다. 일련의 자연과학이 측정하고 계산할 수 있는 것만 현실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도출된 결과는 현실의 지극히 일부일 뿐이며,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화가인 아버지 에드가 엔데. 아버지는 어린 엔데에게 무슨 일에든 감탄할 수 있는 마음을 가르쳤다. 산책을 나가면 항상 기묘한 것을 발견하고는 엔데에게 보여주었다. 눈이 내린 아침에는 조각상이 눈모자를 쓴 모습을 가리키며 “보렴, 참으로 신비롭구나!”라고 외쳤다. 엔데의 추억 속에서 에드가는 사소한 일에도 감동하고 놀라는 사람이었다. 놀라움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영원한 아이다움이자 창조의 샘이다.
인터뷰 기회는 1989년부터 시작해 모두 일곱 번 있었다. 엔데의 끝을 모를 깊은 교양과 이야기에 대한 열정 덕분에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우리에겐 20시간이 넘는 분량의 어록이 남겨졌다…엔데는 1995년 8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테이프가 우리에게는 ‘유언’이 된 셈이다.
엔데는 공업국의 생산과 소비를 지배하는 것이 일종의 ‘성장의 강요’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엔데는 자본주의 국가가 공통으로 갖는 ‘돈’의 문제, 즉 돈의 발행에서 관리, 운영, 보증 등을 포함한 금융구조 전체가 성장을 강요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구별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돈을 규명하다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로마클럽’ 같은 ‘도쿄클럽’제안? ‘도쿄클럽’을 조직하여 금융시스템을 근본부터 규명해야 한다!
국제통화인 달러는 1971년 닉슨독트린으로 금과의 인연이 끊겼으며, 이로써 달러를 보장할 구체적 담보는 아무것도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경제학자인 베르나르 리에테르는 이런 상태를 ‘닻을 잃은 달러가 세계를 표류한다’고 딱 꼬집어 표현하였다.
10명의 법률가 답변. 법적으로 볼 때 은행권이 무엇인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단 한 번도 제대로 정의가 내려진 적이 없다. 우리는 무엇인지 모르는 그것을 밤낮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그러니 ‘돈’이 독자적인 행보를 걸을 수밖에요.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지폐 발행이 무엇을 초래하였는가? 지폐가 도입되기 전에는 괜챦게 생활. 매일 팔릴 만큼의 양만 잡았다. 그랬던 것이 오늘날에는 막말로 마지막 한 마리까지 잡아들이고 맙니다. 왜 그렇게 됐냐 하면 어느 날 지폐가 도입되었기 때문입니다. 은행 대출, 더 큰 배, 더 효과적인 어법 채용…이자까지 합쳐서 대출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덕분에 오늘날 바이칼 호수에는 물고기가 암아 있지 않습니다…이것은 한 가지 예일 뿐이지만, 근대경제 특히 화폐경제가 자연자원과 조화를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말해줍니다.(돈의 악마적 원리)
현재 상황에서 큰 이익을 보는 것은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 앞서 예로 든 농부처럼 단기적 이윤을 위해 토지를 파괴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이익을 얻습니다. 4년에 한 번은 밭은 쉬게 하고,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물길을 이용하는 책임감 강한 농부는 경제적으로 불리해집니다.
즉 비양심적 행동이 보상을 받고 양심적으로 행동하면 경제적으로 파멸하는 것이 지금의 경제시스템입니다. 이 경제시스템은 그 자체가 비윤리적입니다.
지금이 금융시스템을 다시 규명할 때. 대규모 자본, 최대의 이윤을 얻기 위해 투자. 자본은 증가하고 성장. 이러한 성장은 무에서 오지 않고 어느 한쪽의 희생을 담보로 얻는 것이기 때문.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실제 노동과 물적 가치의 등가대상으로 화폐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 현행 화폐시스템에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이 인류가 지구별에서 앞으로도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물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의 개혁, 이에 대해 토론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정신의 개혁인데, 바로 이것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를 외적 가치 이외의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워야 합니다. 저는 정신의 개혁이 시스템의 개혁보다 훨씬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을 SPD(독일사회민주당)의 경제평의회 회원으로 모시고 싶다. 지금 한 이야기는 우리도 알고 있고 고려하는 문제다. 하지만 자본경제의 개혁을 당 강령으로 내세웠다간 큰일이 날 것이다. 그 누구도, 심지어 노동자조차도 SDP에 표를 주지 않을 테니까.”
이것이 민주주의의 단점입니다. 민주주의라고 이성이 항상 승리하지는 않거든요. 근시안적인 이익이 승리를 거머쥘 때도 적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깊어갈수록 엔데는 한 사상자의 이름을 거론했다. 바로 실비오 게젤이다. 그의 사상은 돈도 자연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나이을 먹고 결국엔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묘해 보이는 이 이론은 현실에서 실천되면서 큰 성과를 거뒀다.
돈도 노화해야 한다. 돈으로 산 것은 감자가 됐든 구두가 됐든 소비됩니다. 감자는 먹어서 없어지고 구두는 한참 신다 보면 닳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구입하는 데 사용된 돈은 사라지지 않습니다…돈 자체가 상품. 매매가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돈은 줄어들거나 없어지지 않는 물건입니다. 반면 원래 의미의 상품을 경제 프로세스 안에서 소비되고 사라집니다. 그러므로 게젤은 돈도 경제 프로세스 마지막에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치 혈액이 골수에서 만들어져 순환하다가 그 역할을 다한 시점에서 노화하고 배설되는 것처럼, 돈은 경제라는 유기적 조직을 순환하는 혈액과 같은 것입니다.
게젤의 이론을 실천하고 성공한 예. 오스트리아의 뵈르글. 돈의 가치가 매달 1퍼센트씩 감소. 이 돈은 가치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기 때문에 모두가 서둘러서 돈을 소비했습니다. 즉 모아두지 않고 경제 사이클 속으로 돌려준 거죠. 돈은 주인을 바꾸면 바꿀수록 구매력이 커집니다. 하루에 두 번 주인을 바꾸는 마르크는 한 번밖에 주인을 바꾸지 않는 마르크보다 구매력이 큽이다. 2년 후 실업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돈을 빌려도 이자를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모두가 돈을 빌려 일을 시작한 겁니다. 시의 부채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개입하여 이 돈을 금지하고 맙니다!
쌓아두지 않고 신속하게 유통하는 돈이 경제활동을 몇 배난 키워낸 것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정부가 지폐 발행은 국가의 독점적 권리라고 주장하며 시장 운터구겐베르거를 국가반역죄로 기소하고 이 돈을 회수하였다.
돈의 증식. 돈의 영원성, 불멸의 존재. 배금주의는 일종의 우상숭배. 성매매, 강요되거나 매매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바치는 것. 바빌론은 매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매매되는 것과 동의어입니다
현대의 돈이 갖는 본연의 문제는 돈 자체가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래 등가대상이어야 하는 돈 자체가 상품이 되어버린 것, 그것이 결정적인 문제입니다. 그럼으로써 화폐 내부에 화폐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이 들어오는 게 아닐까요? 이게 핵심이 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상 존재했던 국가의 두 가지 권력, 종교와 왕권이었다. 최근 200년 사이에 경제생활이라는 요소 추가. 제3의 권력이 등장한 것. 이 권력은 종교나 왕권과는 전혀 다른 원리를 갖고 있습니다. 매년 3퍼센트의 확대를 전제로 성립된, 이른바 성장의 강요는 이전의 두 권력그룹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원리니까요.
루돌프 슈타이너는 엔데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상가다.
사회삼층론. 사회 전체를 정신과 법, 경제 세 가지 기능으로 분류. 정신생활에서는 자유를, 법생활에서는 평등을, 경제에서는 서로 돕는 것(우애)을 기본이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 사회삼층론에서는 경제생활을 할 때, 경쟁이 아닌 우애라는 원리를 근본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마르크스의 근본적 사고는 정의입니다. 이 이념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으면, 마르크스가 일종의 기묘한 환상에 기반하여 책을 썼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세계혁명이 일어난다.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그게 자연히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새로운 인간이 탄생…이 새로운 인간이 무계급사회를 구축한다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환상일 뿐 실제로 새로운 인간은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태어난 것은 그때까지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관료주의였습니다.
마르크스의 최대 실수는 자본주의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마르크스가 하고자 했던 것은 자본주의를 국가에 위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우리가 과거 70년 동안 채용한 민간자봊주의와 국가자본주의는 쌍둘이와 같았습니다. 둘 다 자본주의였지 별개의 시스템은 아니었습니다. 사회주의가 붕괴한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돈에 대한 사색을 『모모』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독일사람 중에 엔데의 책과 함께 성장한 기억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극히 도덕적이면서도 도덕적 설교를 하지 않는 사람”
일을 하고 또 해도 왜 부자가 되지 않는 걸까? 물질적 풍요와는 반대로 점점 마음속에 퍼져가는 공허함…엔데의 『모모』는 시간의 진정한 의미, 여유로움의 소중함을 강하게 호소하며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저의 책을 이 정도로 잘 이해해주시고 특히 신비주의와 경제적 배경에 대해 잘 이해해주셔서 너무 기쁩니다.무엇보다 노화하는 돈이라는 개념이 저의 책 『모모』의 배경에 깔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독일이 경제학자 베르너 온켄. 온켄은 1986년 엔데의 『모모』를 읽고 거기에 ‘시간이 흐르면 가치가 감소한다’는 실비오 게젤의 자유화폐이론과 루돌프 슈타이너가 제창한 ‘노화하는 돈’이라는 아이디어가 묘사되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경제학자를 위한 모모』라는 논문으로 정리하였다.
『모모』를 아는 경제학자가 많지만 거기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깨닫지 못한 사람도 많으니까요. 이것을 몇몇 경제학자에게 보내서 ‘엔데가 경제학자였다면 과연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해 달라’고 했습니다.
회색신사들. 왜 얼굴이 잿빛. 죽은 것으로 목숨을 이어가기 때문. 진짜 주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시간은 말 그대로 죽은 시간. 시간은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 있지. 그럼 회색 신사들은 사람이 아녜요? 실제로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회색신사들은 부정한 화폐시스템의 수혜자일 뿐이다. 그 화폐 시스템은 원래 인간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계 밖에 존재하면서 ‘동결’하는 기능을 갖는다.
만약 시간을 더 이상 훔칠 수 없게 되면요? 그럼 그들은 그들이 태어난 무로 돌아가야 하지.
엔데는 작품이란 고정된 독서법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자유로운 이해가 동반될 때 비로소 살아 있게 된다고 말한다.
엔데의 작품은 상식이 되어버린 가치관과 시스템에 끊임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새로운 의식의 각성을 촉구한다
##엔데의 장서를 통해 보는 사색의 흔적
한 사람의 일생은 평생의 읽은 책들의 합…
엔데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루돌프 슈타이너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미래사회를 사실적으로 창조하는 판타지를 전해주고자 한 엔데.
#한스 크리스토프 빈스방어_이자가 이자를 낳는 돈의 연금술
『돈의 성장』. 돈이 돈을 낳는 현대 화폐경제의 존재방식을 연금술에 빗댄 것에 관심을 가졌다
돈은 전능합니다….잘 들으십시오. 부는 돈 자체가 지닌 미래의 수익에서 옵니다. 돈 자체가 지닌 미래의 이익을 지금 우리가 당겨서 누리는 것입니다!-미하엘 엔데, 『거울 속의 거울』
하지만 부가 존재하는 한편에서는 환경이 착취당하고 파괴되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는 걸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미래를 ‘수입’하여 지금 살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환경을 소비하고 자원을 까먹고 있습니다.
#마르그리트 케네디_죽음과 빈곤을 낳은 화폐시스템
우리는 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에콜로지 에너지’ 도시 프로젝트. “그 프로젝트는 분명히 주요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경제적이지 않고 채산에 맞지 않다.”는 말을 많은 사람들한테서 들었습니다. 프로젝트 실패.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 문제가 아닙니다. 한 마디로 자금 부족이 모든 에콜로지 프로젝트의 장애라는 것.
“…어느날 이런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나무는 언젠가 성장을 멈추는데 돈은 단지 숫자가 증대하는 것이므로 끝없이 성장합니다…그때 제가 겨우 알게 된 것은 어떤 에콜로지 프로젝트라도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이자를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연계 및 금융계의 여러 가지 성장모델을 알고, 현대사회의 병적이기까지 한 경제성장을 강제하는 원인을 알았을 때, 저는 분노를 떨었습니다. 저는 40여 년 인생 동안 일상생활을 지탱한 기본전제 중 하나, 즉 화폐시스템의 기능을 전혀 몰랐습니다.- 『이자와도 인플레이션과도 무관한 화폐』 서문
이대로 이자가 계속 증가한다면 계산상으로 2세대를 전후하여 경제가 파탄나거나 지구환경이 붕괴되는 상황에 봉착할 겁니다.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컴퓨터만 있으면 계산할 수 있습니다.
케네디는 지금까지의 이자를 대신해, 이자배분에 중립적인 교환수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말하자면 교화기능만 가진 돈의 시스템이다.
이자를 없애고 근본적으로 안정된 경제시스템.
지역통화. 교환기능만 가졌던 고유의 통화를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 거기에는 이른바 본질적인 개혁의 힘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죽음과 빈곤을 낳은 화폐시스템
“이 금융시스템은 지금까지 그 어떤 전쟁보다, 그 어떤 환경의 곤궁보다, 그리고 그 어떤 자연재해보다 많은 죽음과 빈곤,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실제로 거의 모든 전쟁의 뿌리이고 수많은 대립과 사회붕괴의 원인입니다. 왜냐하면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것과 실제적인 필요 사이에서 타협을 거부할 수 없는 부분까지 타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루돌프 슈타이너_엔데에게 큰 힌트를 준 또 하나의 경제관
엔데가 늘 결에 둔 슈타이너 전집
사회 전체를 조명하는 슈타이너 사상. 교육, 농업, 건축, 의학, 종교 등 다채로운 분야에 걸쳐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표명하였다. 개중에서도 교육은 가장 큰 성과를 올려 세계 각지에 800개가 넘는 슈타이너학교가 설립되었다.
게젤과 슈타이너의 ‘에이징머니’
게젤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감소하는 ‘자유화폐’를 제창했던 것에 비해 슈타이너는 ‘노화하는 화폐’를 제창했다.
건전한 사회에서 화폐는 타인이 생산한 재화의 ‘수표’에 지나지 않는다….그러므로 화폐가 생산활동의 표상으로서 기능을 상실했을 때, 그 소유자에게서 화폐가치를 사라지게 해야 할 것이다…-루돌프 슈타이너, 『사회문제의 핵심』
지금 시대에야 상당히 기이하게 들리겠지만 우애는 경제생활입니다(품앗이)
현재에는 역할과 지위에 따라 보수가 정해지는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보수=수입이 그 사람의 생활에 필요한가는 별개의 문제다….하지만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것이 현실의 직장이고 일이다. 즉 세 가지 차원과 원리가 혼동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슈타이너는 ‘소득과 직업, 보수와 노동이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 현대의 참상을 불러온 원인이라고 보고, ‘동포를 위해 일하는 것과 일정한 수입을 얻는 것은 서로 완전히 분리된 별개의 것’이라고 정의한다.
무엇보다 자본주의가 갖는 여러가지 문제 점은 ‘자본’이 그 모든 것을사회의 경제영역에 완전히 잠식시켰다는 것에 원인이 있다.
경제적 우애에 기초한 은행. 이윤의 크기를 우선시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에 자금을 대주려는 은행
##잊힌 사상가 실비오 게젤, 노화하는 돈
#저축할 수 없는 화폐를 만든 게젤
케인스는 1930년대라는 위기의 시대에 미래의 사람들이 배워야 할 인물로 마르크스가 아니라 실비오 게젤이라는 인물을 들고 있다. 여태까지 마르크스를 통해 배워온 우리는 지금 또 다른 인물을 만남으로써 다시 앞으로 나아갈지 모른다.
스탬프 화폐.이 화폐는 사용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으면 돈의 가치가 감소하는 화폐다. 즉 저축할 수 없는 돈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묘한 이단설로 치부되어 이렇다 할 관심도 얻지 못했다. 그러므로 스탬프화폐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화폐시스템은 돈을 빌리면 플러스이자가 붙는다. 이것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부담은 엄청나다. 게젤을 이를 문제시 하였다.
진정한 화폐는 진정한 사회질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자연적 경제질서』
게젤의 목표는 자본가적인 금리생활자를 비판하고 화폐시스템을 개혁하여 자본주의를 이자에서 해방된 시장경제로 바꾸는 것이었다. 게젤을 그것을 위해 싸워왔다.
경제위기라는 어둠 속에서 아침이 밝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한 게젤은 반드시 부활한다.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지역통화라는 수탉이 울기 시작했다.
#왜 돈은 감가해야 하는가?
게젤의 로빈슨 이야기. 무인도, 옷장에 넣어둔 새 옷과 음식들. 가만두면 썩어 없어진다.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냥 ‘무이자’로 빌려주는 게 훨씬 이득. 언제든 빌려준 것과 똑같은 새것으로 돌려 받을 수 있다.
화폐가 교환수단이라는 사실이 틀림없다면 상품가격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입하는 것 이외의 일을 하지 않는다.
등가물이 교환되면 상업자본은 불가능해보인다. 그러므로 상업자본은 구입과 매각을 하는 상품생산자들로부터 그들 사이에 개입된 상인이 이중으로 착취했을 때 비로소 유래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건은 손상된다. 어떤 물건이고 아주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각자 특유의 비율로 노화한다….하지만 돈이 개입하면, 즉 화폐공급자가 등장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플러스이자가 성립되는 것이다. 돈은 계속 갖고 있어도 줄어들지 않는다….사실 그것이 돈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에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농민은 씨뿌리기를 연기할 수 없다. 화폐공급자는 자신이 유리해질 때까지 언제든 기다릴 수 있다. 이자를 청구. 싫다고 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자금이 필요하니까….이자는 곡물가격에 붙여야 한다. 이자만큼 빵집에서 파는 빵 가격에 옮겨간다. 결국 화폐공급자가 얻는 이익을 사회가 부담하는 셈이다. 화폐공급자는 딱히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다.
은행은 돈을 취급한다. 돈은 갖고 있어도 노화하지 않는다. 거래에서 돈을 가진 쪽은 계속 소유할 수 있는 여유를 항상 갖고 있다. 거래에서 자신이 유리해질 때까지 계속 보유할 수 있다…바로 여기에 돈이 가진 힘의 근원이 있는데, 은행은 그것을 갖고 있기 때문에 BANK(‘안락의자’란 말뜻도 있다)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이런 잘못된 돈의 구조에 대한 시각은 엔데의 『모모』에서도 엿볼 수 있다. 모모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강렬한 맞바람을 만나 한 발치도 나가지 못한다. 모모가 제자리에 멈추자 바람도 그제야 멈춘다. 그때 카시오페아가 뒷걸음질 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여기서 맞바람에 맞서 걷는 것은 플러스이자시스템 속을 걸어가는 것. 일단 멈춰선 것은 제로이자시스템을 의미.
이자율이 제로인 지점은 모모가 제자리에 멈춰 서서 진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깨닫게 된 장소였다.
지금 지역통화가 그 제로지점을 만들자는 의도로 각지에서 생겨나고 있다. 이 존재만으로도 플러스이자라는 맞바람을 극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상품은 노화하고 녹슬고 손상되고 깨진다…돈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손상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게젤이 제안한 것인 자유화폐(소멸화폐, 스템프화폐)다.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줄어드는 스탬프화폐? 유통속도가 빨라진다. 이것이 이 화폐의 목적이다.
사람들은 곧잘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한다. 누군가가 마침 실행하고 있을 때 “그건 불가능하다”라고.
#기적을 만드는 보완통화, 지역통화로 부활하다
중농주의자 투쟁동맹.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피할 수 없는 국민의 이자노예 상태와 정치사회에 대한 예속 상태를 없애야 한다!
‘실비오 게젤의 숨은 제자’를 자청했던 어빙 피셔
##화폐의 미래가 시작되다
#미국의 이타카아워와 타임달러, 시간은 돈이다
TimeBanking
이타카아워를 만들어낸 남자, 폴 글러버. 풀뿌리 운동가. ‘Think Globally, Act Locally’삶의 방식 실천
이타카아워의 일원이 된 사람들은 마을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를 갖게 된다. 그때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이타카아워를 계기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서로 비즈니스를 하게 된다. 이타카아워가 유통되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지역주민의 커뮤니티 의식이었다고 한다.
#돈을 사용하지 않는 유럽의 교환링
돈이 없는 교환링 시스템? ‘팝니다’, ‘삽니다’의 페이지와 비슷한 리스트 지역정보지. 정해진 회원들 사이에서 기존의 통화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설정한 가격단위를 이용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시스템
교환기능을 특화. 제한된 회원들 사이에서만 사용가능, 제한된 범위에선 일반적인 돈과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다.
#대자본의 나라 스위스에서 탄생한 협동조합은행
게젤 이론에서 시작한 WIR(비어)은행
사고가 일반 돈과 정반대. ‘이윤 추가’가 아닌 ‘연대’와 ‘상호부조’를 제1의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
“사람들은 돈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돈은 바꿀 수 있어요.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돈에 대한 상식에 의문을 던지다
돈,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
원래 돈은 편리한 도구로 만들어졌다. 그랬던 것이 언제부턴가 사람이 돈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이제 돈은 주인이라도 되는 양 사람 위에 군림하고 있다. 무엇을 하려고 해도 결국에는 돈 이야기가 돼버린다. 돈이 없다느니, 예산이 부족하다느니, 왜 그렇게 돼버렸을까? 잠시 돈에 대해 뒤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빈스방어도 이렇게 말했다.
“99퍼센트의 사람들이 돈의 문제점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과학도 이것을 보려하지 않고 경제이론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려고까지 한다. 우리가 화폐경제를 문제시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생태환경적 전환에 관한 모든 전망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돈은 가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솔직한 표현이 아니다. 가치가 돈이라는 형태, 즉 그릇에 들어 있을 뿐이다.
돈의 순환을 방해하는 것이 문제다(돈은 돌고 돌아야 한다)
대립하는 돈의 구조? 빌려 준 돈은 사용한 돈보다 가치가 증가한다.
경제시스템에서 화폐는 인간 몸에 비유했을 때 혈액과 같은 기능을 한다. 생명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혈액이 끊임없이 순환해야 한다. 화폐도 마찬가지다. 완전고용을 실현하기 위해 화폐를 유통시킬 필요가 있다.(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대기업에 쌓여가는 돈)
이자는 국민이 생산한 모든 것이 미리 지불해야 하는 대상이다…장기대출의 경우처럼 대출이자가 복리일 경우, 음악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빼버리는 의자가 많아진다. 수많은 사람이 채무의 노예가 되어 인생을 저당 잡혀버린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저당이라는 말은 영어로 모기지mortgage라고 하는데, 이것은 프랑스어에서 나온 말이다. mort와 gage. 전자는 ‘죽음’, 후자는 ‘도박’이다. 즉 죽음의 게임이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죽음의 게임을 하며 살아갈 것을 강요받는 셈이다.
생활과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는 돈. 지금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돈의 95퍼센트 이상은 실제의 경제 상품이나 서비스의 거래에서 쓰이지 않는다!
금윰시스템의 마술. 문제는 돈과 더불어 돈을 취급하는 시스템에 있다. 오늘날에는 눈앞에 있는 돈다발만이 돈이 아니다. 일본 경제를 보자 1998년 GDP 474.5조 엔. 시중에 돌아다니는 지폐는 50조 엔도 안된다. 같은 지폐가 몇 차례나 사용되어 거래가 실현되었을까?…474조 엔의 분량의 거래가 존재했음은 분명하다. 어디선가 돈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실 부족한 만큼의 돈은 금융기관이 신용창조라는 형태로 만들어낸 것이다! 50조 엔을 제외한 나머지 막대한 돈이 신용화폐라는 형태로 금융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자의 높고 낮음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항상 돈이 부족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희소성이라고 한다면 이자는 바로 이 희소성에 대한 대가다.
이 신용화폐란 이른바 숫자의 돈이다
돈은 금융시스템이 만들어낸다. 잉글랜드은행의 총재였던 조사이어 스탬프는 이렇게 말한다.
은행업은 부정하다는 비판과 죄를 업고 태어났다. 이 세상은 은행가의 것이다. 그들이 소유한 것을 모조리 빼앗더라도 그들에게 신용을 창조할 힘을 남겨둔다면, 그들은 펜으로 가볍게 긁적여서 빼앗긴 전부를 되찾기에 충분한 화폐를 만들어내고 말 것이다. 그들에게서 이러한 힘을 빼앗는다면 그 어떤 고귀한 재산도 사라지고 그들 자신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인간이 살기에 더 행복하고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은행가의 노예이기를 원하고, 당신 자신이 노예제도의 비용을 부담하고 싶다면 은행가에게 화폐와 신용을 통제하게 하라.
돈은 플러스이자가 아니어도 성립한다. 지역통화 속에서는 거래에 필요한 때 돈이 태어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시스템과 다는 시스템을 수천 년에 걸쳐 사용했다.
감가하는 돈의 시스템. 창고에 저장해둔 곡물을 담보로 하는 돈. 당연히 곡물은 쥐 등에 의해 손실되고 관리비용이 든다. 따라서 담보물의 감가비율을 그 돈에 반영시켜야만 했고 당연히 마이너스이자의 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만일 돈이 마이너스이자 시스템하에 놓인다면, 사회가 이룩해낸 부는 가능한 한 장기적으로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것에 투자된다는 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플러스이자의 경우에는 보다 단기이익을 올릴 수 있는 것에 대한 투자가 우세해진다.
우리가 화폐시스템에 대해 또 하나의 선택권을 갖는 것은 우리의 주도 아래 시작할 수 있다. 인간은 모든 세부적인 것들을 다 알아야만 이상적 상태에 이르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미약한 존재가 절대 아니다. 돈의 상식을 의심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지역통화를 만들어가는 구조를 추진해간다면 우리의 경제와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날 것이다.
현재 세계를 돌아다니는 외환의 98퍼센트가 투기를 위한 것이고 물건과 서비스의 거래는 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돈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도구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언제나 거대한 쪽일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해온 지역통화는 경쟁이 아닌 협력을 위해 디자인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나와 당신이 협력관계가 되고 싶다면 실제로 그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통화를 만들 것이다.
엔데는 “현대의 금융시스템은 고작 수백 년에 걸쳐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므로 그 한계와 불합리성을 깨닫기만 하면 바꿀 수 있다”고 희망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지폐에 어떤 말이 인쇄되어 있는지 알고 있는가? 거기에 아무 말고 인쇄되어 있지 않다면 비전을 써넣을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다.
#옮긴이의 말
지역화폐운동? 품앗이 그거?
진정한 미래학자 미하엘 엔데? 문제의 해결 방법을 과거가 아닌 미래에서 추구한다. 그것이 엔데가 말하는 판타지의 힘이다.
“당신이 인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할 때, 아주 적절한 순간에 아주 적절한 책을 들고 아주 적절한 부분을 펼쳐서 아주 적절한 답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우연이라고 생각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