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 풀꽃세상을위한모임 .p279
우리는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기 위해 제9회 풀꽃상을 논에게 드립니다.
풀꽃세상을위한모임? 우리는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생의 가치에 대하여 늘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대하듯이 자연을 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풀잎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풀씨의 마음’이라 부르려고 합니다. 그러한 마음의 힘을 우리는 믿고, 또한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풀씨의 마음을 뿌리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든 풀씨들을 북돋우고자 합니다.
#’논’에게 드린 풀꽃상
“뭐? 자연물에 상을 준다고?” “아니지요, 우리는 상을 주지 않고 드립니다!”
풀꽃상에는 상금은 없습니다. 명예보다 메시지를 담습니다. 드리는 자의 권위보다 받는 대상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드립니다. 동강 비오리, 보길도 갯돌, 민둥산 억새, 인사동 골목길, 새만금 백합, 지리산 물봉선, 지렁이, 자전거에 이어 논까지…”올해 풀꽃상은 뭐지요? ‘논’이라구요? 논이라…., 그래요, 정말 잘 선정하셨네요. 맞아요. 역시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는 ‘풀꽃상’ 답습니다.”
겉보기 말랑말랑한 듯 보이지만, 사실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은 시민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환경운동을 해왔습니다. 풀꽃상이 그 진수입니다.
밥상문화의 변화로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외국에서 쌀을 수입해야하는 한심한 세태를 반영하여 정부는 휴경보상도 마다하지 않는데, 기존 농지에 개발을 부추기는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식량기지 확보를 위한 사업처럼 위장합니다.
자본집약적 농업이 아닌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노동집약적 소농을 노래한 장세은·이성부·조태일·이상국·이중기 시인의 시를 소개하게 되어 여간 다행이 아닙니다.
다수결이 아니라 만장일치로 선정되는 풀꽃상
별빛 나리는 밤? 별빛 나리는 밤은 상징적으로 우리 마음 본성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우리 마음에 있는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낮과 밤의 리듬, 몸과 마음의 리듬, 물질과 비물질의 리듬을 살려야 합니다. 하루의 리듬을 통해 일년의 리듬을 살린다면 우리 마음속에 자연의 본석이 들어오고 일을 하면서, 사람을 사귀면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자연스러운 삶이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힘을 합쳐 별빛 나리는 밤에게 풀꽃상을 드립니다-이웅 뚱딴지풀
논? 우리나라 농업 소득의 45퍼센트가 쌀에서 나오는데 돈으로 따지면 얼마 안됩니다. 그리고 자연환경에 있어서 논을 빼놓고는 유지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강의를 하면서 끝 무렵엔 고향 이야기를 합니다. 학생들에게 고향 이야기를 물으면, 지금은 거의 아파트, 서울이라고 대답합니다. 이쯤되면 우리에게 고향은 없어지는 것입니다.(아이들에겐 자연학교가 필요하다?!)
제가 풀꽃세상을 여러 환경단체 중에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어느 환경 단체사이트에서도 농촌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이 회원으로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오로지 풀꽃세상만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논과 쌀은 생계의 계승임과 동시에 문화의 계승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어떤 환경단체도 농사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하지만 풀꽃세상은 그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는?-이장임 까마중
20년 전에 길을 갈 때, 저랑 버스를 함께 탔던 분이 하던 말씀이 여기(논)를 다 밀어버리고 공장을 지어버리면 훨씬 우리가 잘 살 수 있을 텐데, 우리 아버지는 왜 그리 미련하게 농사를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순간적으로 그 사람 말이 맞을 수도 있다…생각했던 그때 제가 20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가끔씩 그 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돼요…정말 우리가 이 시기에 논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제9회 풀꽃상 본상 ‘논’
쌀 한 톨에 우리를 살리는 이 땅과 하늘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뿌리는 그러나, 불과 한 세기만에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성급하게 끊어져 갔습니다. 핸드폰이나 자동차로 쌀을 대신할 수 있다는 허황된 세계화는 갯벌을 메워 논을 만들고 논을 없애 공장을 짓겠다는 해괴한 발상으로 이어집니다. 그 속에서 ‘자연의 순환’을 고집하는 ‘소농’들이 땅과 연결해 주고 있는 우리의 뿌리는 위태롭기만 합니다.
이제, 간단히 방기해 온 도시 소비자의 ‘책임’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풀꽃세상은 ‘각성한 소비자의 힘’으로 생명의 밥을 먹고, 더불어 살아온 마을과 거기서 비롯한 문화를 지켜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2003년 제9회 풀꽃상을 ‘논’에게 드립니다.
생태계의 질서에 따라 끊임없이 순환하는 농촌문화
생명산업인 농업은 생태계의 생명법칙에 따라 순환하는 생명력과 스스로 정화라는 자정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연히 에너지의 낭비도, 자원의 고갈도, 물과 공기의 오염도 없다. 생태계의 질서에 따라 끊임없이 순환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농촌문화에서 ‘밥이 똥이고 똥이 곧 밥’이 되는 까닭이다.
사람과 자연, 밥과 똥의 공생관계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모든 대상을 나와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로 인식하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들이야 더 이를 말이 없다…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공생의 문화, 어느 것 하나 버리는 것이 없은 쓰임새의 문화, 밥과 똥을 함께 귀하게 여기는 거름의 문화, 찌꺼기와 쓰레기까지 이용하는 재활용의 문화, 그것이 곧 농촌문화일 것이다.
모든 자연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농심(農心)을 가치관의 으뜸으로 삼아야 하며, 생명산업인 농업을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재인식하는 동시에 생명을 가꾸고 자연을 되살려나가는 농민들을 하느님처럼 떠받들어야 한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살고 세계가 사는 길이자 지구사의 내일을 보장하는 일이다. 생태계 법칙에 따라 삶의 틀을 바꾸고 생명윤리에 따라 가치관을 전환시키는 대변혁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곧 농촌문화의 생명성을 복원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쌀 지키기 100인 100일 걷기 운동을 생각하며_정경식
걷는 것은 거두어들이는 일입니다.
쌀은 해, 공기, 물입니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농민들의 빚타령을 들었습니다.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답니다. 농사지어 빚을 갚을 길이 없답니다.
#풀무학교 이야기_홍순명
생각하는 농민, ‘깨어난 평민’을 키우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전공부는 크게 하지 않으려 합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기도 하고요. 작고 없는데서 시작해야 다른 지역에서도 시작할 수 있지 않겠어요? 건물도 작고 학생들도 적어야 좋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중요한 것은 왜 농사를 지어야 하는가 의미를 머리만이 아니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농사는 몸이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일을 익히는데 대개 2년 걸려요.
#풀꽃상 시상식을 하필 인사동에서 한 이유_풀꽃세상 대표 박병상 동요풀
진정한 생산은 농업입니다. 원료를 가공하여 많은 폐기물을 남기는 공업은 진정한 생산이 아닙니다. ‘변형’일 따름입니다.
사계절을 겪은 땅에 심은 낟알은 바람과 물과 태양의 기운을 받아 적당한 세월동안 농부의 땀방울을 먹으며 수십 배의 알곡을 그야말로 ‘생산’하고, 덕분에 생명을 영위하는 우리는 어우러지는 문화와 역사를 내 땅에 간직해왔습니다.
#사람답고자 하는 몸부림_도법스님
농업회생의 노력이 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인가 하는 것을 오늘 함께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경쟁과 승리? 나의 성공, 나의 기쁨이 나 아닌 보다 많은 다른 사람의 아픔과 절망이 된다면 그것이 어떻게 인간적일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런 문제를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더 많이 갖자, 더 편리하자, 경쟁에 앞서 가자, 싸워서 이기자-이것만이 희망의 길이라는 사고를 갖고 그동안 개발과 개혁을 추구해왔습니다. 그 결과로 정말 희망을 찾았습니까? 우리가 더 행복해졌습니까?
근본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아무리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도 이미 척단추가 잘못 꿰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계속 어긋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잘못 꿰어진 첫단추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저는 그 원인은 잘못된 세계관, 즉 삶에 대한 왜곡된 이해에 있다고 봅니다…정말로 정신차려야 합니다. 인생에 대한 새로운 눈뜸이 절실합니다. 이 세상에 너 없는 나, 농촌 없는 도시, 자연 없는 인간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나만 사는 길, 인간만 살 수 있는 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코끼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눈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서로 돕는 길밖에 없어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농업, 농촌을 둘러싼 이런 구조적 모순이나 폐단들을 고쳐 나가려면 그냥 농사만 열심히 지어가지고는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농민들이 정말 함께 사는 길로 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만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농부로 태어나야 합니다. 흙과 물을 살리는 농촌, 농업이 되어야 합니다.
#논 이야기_천규석(대구한살림이사)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입니다. 요새 유기농주의자들이 잡초와의 공존, 공생, 농사를 주장하고 나도 그런 소리를 합니다만 사실은 처음부터 농사는 풀과의 싸움입니다.
이앙농업을 금지한 조선시대? 지배체제가 흔들리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이앙농법이 들어오면 세상이 바뀝니다…엄청난 노동력의 차이가 나는 거지요. 그러니 누가 하지 말라고 말린다고 되겠어요…지배층은 농민들이 일에서 해방되어 여유를 가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어요. 농업사 자료들을 보면 농민들이 이앙농법하고 빈둥빈둥 논다고 못마땅해 합니다.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민주주의를 요구합니다. 일의 노예가 되어버리면 사회변동을 시킬 수 없습니다.
삶의 협동화와 두레화를 강조하는 『녹색평론』의 김종철 교수? 요즘에 복지사회 한다고 복지시설을 만들고 합니다만 그것이야말로 민중의 자립적이고 자치적인 삶을 파괴하는 거라는 얘기를 하고 있지요…옛날의 풀뿌리 민중공동체인 농촌공동체는 벙어리도 같이 끼고 살았고 미치광이도 끼고 살았고 바보도 같이 살았고 아무리 없는 사람도 같이 더불어 살았습니다. 국가나 이익 집단이 공동체의 여러 가치들을 더 합리적으로 높인다고 공동체 안에 있는 통일된 가치들을 전문분야 별로 분리하면 할수록 사람 삶은 점점 더 분리되고 모든 가치는 시장상품화가 됩니다.
#농업을 다룬 책들_박병상
21세기를 맞은 우리의 희망을 어디에 있을까? 걸핏하면 국민 소득 2만 달러? ‘국민의 정부’는 물신에 홀린 듯, 돈의 양에 희망을 거는 모양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팔아 밥 사먹으면 된다는 사람들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쇠고기나 우유를 생산하고 약병아리를 만든다. 다 돈 때문이다. 생명도 건강도 희망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다 광우병을 퍼뜨리고 조류독감을 불렀다는 사실을 외면하면서…..돈이 21세기의 희망을 보장할 수 있을까.
#생활 속에서 풀씨들이 실천했으면 하는 일들
많이 걸읍시다/잠은 푹 잡시다/ 텔레비전을 덜 봅시다/담배를…/커피를 마시지 않거나 덜 마시도록 합시다/말을 곱게 합시다/ 친절하도록 합시다/서로 칭찬합시다/플라스틱(비닐)에 대해 깊이 생각합시다/좀 더럽게 살고, 게으르게 삽시다/ 목욕 횟수를 줄이고, 하되 짧게 합시다/ 간단히 먹고 다 태웁시다/대부분의 광고를 믿지 맙시다/컴퓨터에 너무 의존하지 맙시다/천천히 사는 ‘삶의 사치’를 누립시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전북 부안 농민들
무엇보다 지역 건설업자와 결탁한 정경유착으로 인한 폐해가 크다. 전국 어디에서나 자연을 파괴하는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는 것이다. 건설업자 자신이 군의원이 되기도 하고 이들이 지역신문을 발행하기도 한다. 이제 지방은 성장세력의 약탈대상이 돼버렸다. 이런 토양에서 지역개발을 미끼로 핵폐기장이 밀고 들어온 것이다.
농부는 농약중독환자들? 농약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옆에서 보고 유기농을 찾아낸 것이다.
화학자 리비히 비료 이론 확립? 그런데 생명체인 농작물은 비료를 줌으로써 자연의 균형이 깨지고 병충해가 발생한다. 그래서 비료를 주게 되면 농약을 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비료와 농약간의 관계를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며 자신이 늘 대하는 밥상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나의 행동이 우리 삶의 근본 터전인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량으로 소비하고 대량으로 쓰레기를 배출해내며 살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얘기를 들었다.
소농이야말로 농촌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결국 철학적인 문제로 귀착되었다.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생태계의 일원임을 자각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세계관을 갖지 않으면 성장, 개발, 자본의 논리 속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돈을 만들기 위해 농사를 짓는다면 결국 자연을 수탈할 수밖에 없고 이는 후세에 죄를 짓는 일이다. 후세를 생각하지 않고 ‘오늘의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은 허무주의이고 패배주의이다.
#거룩한 밥상_장일순
#농요이야기_최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