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100권으로 찾는 마흔 이후, 인생길. 한기호. p264
’10차선 도로’와 ‘오솔길’
좋은 대학, 석·박사 학위 취득…극심한 변화의 시대를 기술이 따라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실력을 쌓아도 신흥국의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기 십상입니다.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주로 ‘인문학’이라 부르는 ‘교양’을 쌓아야 합니다. 일반 교양은 원래 ‘리버럴 아트(liberal arts)‘, 즉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학문’이라고 부릅니다. 교양은 어떤 상황에서도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리버럴 아트’를 공부하는 것은 노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달리고자 하는 ‘10차선 도로’를 버리고 나만이 평생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을 찾아야 합니다. 정보 기술은 근본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을 추구하게 만듭니다…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평생하고 싶고, 남보다 잘할 수 있고, 해서 즐거운 일부터 선택해야 합니다. 남들이 한 번도 걷지 않은 미답의 길이면 더욱 좋습니다. 그게 바로 ‘오솔길’입니다.(도로의 논리 vs 길의 철학)
혼돈의 세상 속에서 길찾기
‘공독’의 문화를 위하여
이런 현실에서 하루빨리 학교에서 탈출시키는 것이 아이들을 살리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탈학교 이후의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일부 대안학교는 학비가 지나치게 비싸서 없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담장 안의 학교부터 하루빨리 개혁해야 합니다. 이미 인간은 손안의 컴퓨터와 다름없는 휴대전화로 인류가 생산한 모든 지식과 접속할 수 있습니다.
그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하루에 16시간이나 형틀에 묶어놓고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을 달달 외우게 하는 학교는 이제 그만 폐기하고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은 학교 도서관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함께 책을 읽을 토론하는 ‘공독’의 문화를 조성하여 각자의 개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북 코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책을 읽기 좋은 환경을 먼저 만들고 그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진로를 결정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역량을 갖추게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조만간 탈학교선언은 줄을 잇게 될 것입니다.
슈퍼자본주의는 소수에게 권력을 몰아주었습니다. 메이저리그와 영화판의 스타가 일거에 거액을 손에 넣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몇몇 스타에게 환호성을 지릅니다. 하지만 김연아가 잘 나가는 사이에 다른 광고 모델들은 곡소리를 내야만 합니다.
출판의 위기? 아날로그 문명에서 디지털 문명으로 넘어가는 단경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위기일 뿐입니다. 오히려 편집자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큐레이션의 시대)
‘영어, IT, 회계’는 ‘3종 신기’였지만 ‘노예의 학문’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런 지식은 어차피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금방 따라잡히기 때문에 얼마 안 가…
세상 사는 지혜를 가르치지 못하는 대학
공조사회를 여는 지혜를 찾아서
삶의 좌표를 정해주었던 역사
『토지』, 『임꺽정』,『장길산』.『태백산맥』 모두 대중의 정치적 각성을 이끈 ‘역사 교과서’이자 1980년대를 역사의 시대로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소설들입니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역사서와 역사소설을 탐독했던 이들은 삶의 좌표를 정하기 위해서 이 책들을 읽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이 역사서에서 교훈을 찾으려했던 것입니다.
강명관 교수의 『조선의 뒷골목 풍경』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삼은 조선은 삼강오륜을 줄줄이 외우며 살았던 더없이 윤리적인 국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투전·골패·쌍륙 같은 노름이 굉장한 인기를 끈 사회. 입신양명이 최고의 가치였던지라, 과거 시험은 온갖 부정의 온상이었습니다.
유신 시대. 친일 잔재를 청산하려던 세력이 거꾸로 친일파에게 역청산당한 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참혹하게 보려준 시기였다.
난세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
리더십의 5단계? 지인. 용인. 중용. 위임. 원소인
알게 됐으면 쓰고(용인), 썼으면 크게 쓰고(중용), 중용을 했으면 위임하고(위임), 일이 잘 돌아갈 때 괜히 헐뜯는 소인배를 멀리하라(원소인)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있어도 저 산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산’이라는 이상이 문제가 아니라 사소한 일로 다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
역사란 무엇인가? 과거는 현재의 빛에 비춰졌을 때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현재도 과거의 조명속에서만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역사라는 것은 다소 소극적 표현이라 할 ‘현재와 과거의 대화’를 넘어 이성적 동물로서 인간사회가 한층 나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기 위해 끊임없이 그리고 적극적으로 추구해서 기어이 이루어내고 마는 그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라 생각”하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스마트 시대의 글쓰기
수사학.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
결국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말과 글이 중요합니다.
신구어체
신구어 시대가 시작됐다
‘새로운 읽기’를 촉구.
새로운 사고 도구(미디어)는 새로운 사고 양식을 가져올 것이다.
문어체는 사라지나
최근 ‘술술’ 읽히는 구어체의 문장이 아니면 독자가 글을 읽어내지 못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퇴고방법? 음독)
구체적인 팩트로 독자를 설득할 수 있어여 한다
지금은 영상 시대. 그런데도 글쓰기는 문어 시대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진실을 객관적 명제로 정리해내던 시대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영상 세대를 그런 글을 기피합니다.
영상 시대의 상징적 권위의 근원은 “읽을 수 있는 것(근거, 원리) 또는 논리적 근거”가 아니라 “볼 수 있는 것(사진) 또는 그럴듯한 것”입니다.
융합이 창조적 파괴를 이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신자유주의와 대학의 위기
일류 대학을 졸업해도 고틍스럽기는 마찬가지. 대학은 몰락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시장주의 경쟁 체제에 편입돼버린 대학이 제 한 몸 가누기에 급급해지면서 대학은 존재 가치를 크게 잃어가고 있습니다.
대학에는 이미 스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매뉴얼화된 수업을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성실히 수행해 자리보전하기에 급급한 교육 노동자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멘토를 찾는 아픈 청춘들. 지금의 멘토들은 힘겨운 인생 역정을 걸어온 사람들.
분노하기 시작한 20대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김예슬
100세 시대, 100권의 책
이들에게 100권의 책 읽기를 권합니다. 자신이 평생 하고 싶었고,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의 책 100권을. 100권이면 입문서부터 전문서까지 모두 포함. 이 책들만 잘 읽으면 전문가 수준이.
존재에 대한 관심과 성찰은 사람의 내면을 깊게 만들어준다. 이런 사람은 중심이 단단하여 웬만한 바람이 불어와도 쓰러지지 않는다. 더구나 이런 존재에 대한 질문과 답을 맘 편히 나눌 친구가 여럿 있다는 것, 정서적으로 참으로 큰 위로와 격려가 된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정과 격려로 산다. 책모임은 왜 필요한가? 이러한 존재 하나하나를 깊이 만나며 서로 인정하고 격려할 수 있기에 필요한 것이다.
아예 책모임으로 책 100권을 읽는 학교를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서 제 꿈은 ‘독서 모델’ 학교를 세우는 것입니다. 30만 권의 장서를 갖춘 도서관을 세우고 그 옆에 학교를 세워 하루에 한 권의 책을 함께 읽는 것입니다. 책을 읽을 뿐만 아니라 함께 여행도 하고 연극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세상을 이겨낼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저는 월간 『학교도서관저널』 창간 작업을 주도할 때부터 이 꿈을 그렸습니다.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입니다.
이제는 ‘책모임’이다. ‘함께 읽기’가 사람다운 사람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