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책읽기. 안건모. p279
안건모 서평집
#캄캄한 동굴 속에서 나를 구해준 책
저는 군대에서 제대한 뒤에도 세상은 원래 그렇고, 그런 세상에서 그렇게 사는 게 옳은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세상을 바로 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교과서가 아닌 책, 인문사회책이었습니다.
책이 나를 캄캄한 동굴 속에서 꺼내주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삶을 위한 정치혁명』을 보고 한국의 투표 제도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을 보고 아직까지 한국의 학교 교육이 아이들을 순종, 굴종시키는 교육이라는 사실도 배웁니다. 『노동의 배신』을 보고 미국 사회의 ‘불평등 깊은 골’과 추악한 현실을 깨닫고, 그것은 또 바로 우리 한국 사회 모습이라는 사실도 배웁니다.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를 보고 시민들은 국가로부터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또 『의사 김재규』와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를 보고 박근혜의 말로를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책을 보면서 세상을 배우고, 또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좋은 책으로 세상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요.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첫째, 이 세상을 보여주는 책, 둘째, 이 세상을 이해하는 책, 셋째, 이 세상을 변혁하는 책입니다. 저는 한 가지 더 추가합니다. ‘재미있는 책’입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책에서 세상까지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소개하는 책이 그런 책입니다.
하지만 책에 써 있는 그대로 맹목적으로 믿지 않습니다. 비판적으로 읽기, 그래서 제목이 ‘삐딱한 책 읽기’입니다.
이 책은 제가 재미있는 책을 읽고 쓴 ‘세상 이야기’입니다.
민주와 민주주의
#인권유린의 시작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헌법학자의 인권 이야기 『불편해도 괜찮아』
헌법학자 김두식이 특이한 책을 냈다. ‘영화보더 더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라는 부제
#입양가족 이야기 『세상의 모든 소린이에게』
#자연순환의 길 『시골 똥 서울 똥』
흙과 곡식과 똥의 순환 관계에서 핵심 고리는 똥이다
#약의 남용 부추기는 ‘제약회사’…『식후 30분에 읽으세요』
신약 연구 개발보다 새로운 질병과 환자를 개발하는 데 더욱 열을 올린다. 겁주기 마케팅이다. 건강한 사람의 콜레스테롤이 얼마나 높아야 심장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가이드라인 전문위원회는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정상 범위를 점점 좁히고 있다. 건강한 사람도 약을 먹는 소비자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
이명박도 읽은 책 『정의란 무엇인가』
역시 읽어갈수록 쉬운 책은 아니었다. 단순히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 책이 아니라 정치 철학에 관한 책이다…세상을 더 알려면 철학도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지배자를 두렵게 만드는 힘 ‘저항’
두려움을 모르는 자유의 길 『청년이 묻고 철학자가 답하다』
철학은 어렵다? 그 이유가 철학자는 그 시대의 혁명이기 때문이다. ‘철학이 가장 상대하기 힘든 것은 상식’이다…이병창은 이 책에서 경험주의 대신 변증법적 인식으로 사고하라고 권유한다.
#한국인 박노자는 왜 노르웨이에서 살까?
강연 연사들이 말하는 『후퇴하는 민주주의』
진보란 무엇인가? 사회가 더 행복해지는 것. 하지만 ‘국익’이라고 포장한 지배 계급과 대다수의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군사 파시즘보다 자본의 내면화가 더 무섭다는 것이다….이 책에서 김상봉 선생은 낙오를 하자고 선동(?)했다. 오늘 하루를 살더라도 신나게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한 삶이라고. 그 강연을 들은 우리 작은책 독자 김OO학생. 그때 고3이었는데 그 말 듣고 바로 ‘낙오’를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해 촛불집회 현장에서 사는 모습을 봤다. 멋지다.
#”책 제목들이 너무 강해요”
평범한 이웃들이 쓴 이야기 『우리보고 나쁜 놈들이래』
#책꽂이에 묵혀두면 폭발할 책
유쾌, 상쾌, 통쾌『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노동의 가치, 노동자의 눈
#”이 세상은 당신들이 움직인다”
우리 사회 주역들 이야기 『길에서 만난 사람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고 화려한 조명을 받을 일도 없지만 진정한 우리 사회의 주역인 사람…
#이제 우리 동지라 부르지 말자
골리앗 전사 이갑용 『길은 복잡하지 않다』
그 버스 기사가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철학이 없이 살아왔던 그이의 삶은 우리 시대 노동자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 같은 느낌이 들어 씁쓸하기만 하다.
#미국사회 불평등의 깊은 골, 추악함 고발
바버라 에런라이크 『노동의 배신』
#노동자의 역사 기억, 노동해방 미래 출발점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노동자 역사 이야기』
박준성 선생의 강연을 들으면 사람들이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가는 깨닫게 된다. 역사는 기억이다. 한 사람이 여태껏 살았던 것을 모두 잊어버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리면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자기가 무엇을 하며서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모르고, 지금 우리나라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왜 90퍼센트나 되는 서민들이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부자들에게 지배 당하고 있는지 모르고, 80년 광주항쟁이 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저 외우기 공부에 파묻혀 좋은 대학에 들어가 판검사, 의사, 변호사 될 꿈만 꾸고, 하다 못해 삼성이나 엘지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 편하게 살 생각만 하게 될 것이다. 결국 90퍼센트가 그런 헛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비정규직이 되어 부모 원망이나 또는 자신의 못난 탓으로 돌려 세상을 비관하면서 쓸쓸한 삶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역사를 안다면 자신이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을 알 수 있다…그런 까닭을 알면 세상을 비관하지 않고 현실에 항거하는 삶을 살 것이다. 고단한 삶이라고? 해보시라.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이 얼마나 속이 시원하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자본가들은 우리 노동자들에게 역사를 잘못 이해하도록 끊임없이 세뇌시켜왔고 노동자들의 생각을 지배해왔다. 박준성 선생은, 수많은 역사책이 “왕이나, 지도자나, 위인이나, 장군이나, 많이 가진 자들이 마치 똑똑하고 힘이 있어 역사를 움직여 온 것처럼” 나와 있지만, 그 뒷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의 역사』라는 책에서 나온 이야기를 빌려 “김대성이 불국사와 석굴암을 혼자 다 만들었을까”,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이유가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이순신 장군 혼자 나무를 베어 거북선을 만들고 혼자만 나라 걱정하며 싸우다 죽었을까?”하는 질문을 던지고 노동자들에게 올바른 의식을 불어 넣는다.
천사불여일행. 천 번 생각이 한 번 실천만 못하다.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 담은 책 세 권. 체불한 사장 “배 째?”
『위건부드로 가는 길』『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4천원 인생』
#”가망 있는 우리 일의 성공을 위하여!” 건배
『진정한 폭력자는 누구인가』박노자의『비굴의 시대』
‘믿지 말라, 무조건 따르지 말라, 그리고 동류를 찾으라.’ 종합적으로 말하면 세 가지 충고로 압축된다.
#’교수’와 ‘강사’, 그 차별의 시작과 숨겨진 음모
무늬만 교수 『비정규 교수, 벼랑 끝 32년』
정식교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왜?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입자른 소리를 하는 분들. 그저 권력에 고분고분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분들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민주노조 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노동자들 등짝에 묻은 땀 『소금꽃 나무』
#전태일 책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의 차이
내 책 편력과 『전태일』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학벌(?)로 똑같이 노동자로 자란 형제들조차 이렇게 사회를 다르게 바라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책이었다. 책을 읽었는다 안 읽었는가 하는 차이다. 그리고 어떤 책을 읽었는가 하는 차이다.
그런 책들을 보면서 나는 속고 살았다는 걸 알았다. 얼마나 분통이 터지던지 그때부터 책을 보고 이 사회를 속속들이 알고 싶었다.
그런 책 한 권을 보면 사회를 보는 눈이 트일 텐데 우리 노동자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계엄령을 선포하라” 구호보다 순박한 “개새끼들아”
청소노동자 파업 연대의 시 『조까라마이싱』
누가 그랬던가. “불의에 항거하는 살발한 분노는 거룩하기조차 하다”고.
#빈곤과 차별이 있는 곳에 아미미야 가린이 간다
『프레카라이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
“인간은 단순히 살고 죽는 문제와 관련 없는 대상에 에너지를 쏟고 심지어 인생을 걸 때 인간 고유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창의적인 역량을 한껏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인간화는 자연 환경이 풍부하고 여가가 보장되며 뭔가 만지작거리고 노는 활동에 재미를 느낄 때 실현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인간의 승격은 황량한 전쟁터보다는 에덴동산 같은 놀이터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말·글 바로쓰기
#”글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에 기여해야 한다”
글쓰기 배울 때 꼭 봐야 할 책 여섯 권
『우리말 바로쓰기』,『살아 있는 글쓰기』,『나는 시민 기자다』,『황홀한 글 감옥』,『글쓰기가 삶을 바꾼다』,『문장부터 바로 쓰자』
#한국의 ‘다치바나 다카시?’ 천만의 말씀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나는 어머니와 산다』
“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인간관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을 자식들에게 헌신한 이에게 화를 낼 수는 없다.”
#진짜 글쟁이가 나타났다
트럭 운전대에서 쓴 『나는 언제는 술래』
#민주 세상에 가까워지는 우리말
윤구병 선생의 『내 생애 첫 우리말』
#”내 글에서는 땀 냄새가 납니다”
에릭 호퍼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사회가 바뀐다
왜 『삐딱한 글쓰기』인가?
#”혼탁한 국어를 바로잡기 위한 마지막 무기”
프로포폴 어법 탈출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
#”작가는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존재”
조정래의 『황홀한 글감옥』
만화의 힘, 예술의 힘
#전쟁과 원폭, 그 잔인함과 어리석음을 고발하다
몸서리칠 원폭 지옥도 『맨발의 겐』
#국가통제, 사회양극화 심화 등 10년을 거꾸로 돌리는 법
MB악법 바로 보기 만화책 『악! 법이라고?』
#공항 가운데 마을이?
나리타 공항 건설 반대 농민들의 처절한 사투기 『우리 마을 이야기』
#2009년 새해,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동
재개발의 참사 『내가 살던 용산』
#미국과 피노체트에 저항한 노래여, 무기여
칠레 민중의 순교자 『빅토르 하라』
#”나는 음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평화와 인권을 노래한 『존 바에즈 자서전』
과거와 현재의 대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역사의 문맹 탈피 『5·18 그리고 역사』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라
세월호 민간 잠수사 이야기 『거짓말이다』
#우유곽에 칫솔 갈아 시를 썼던 시인
전사 시인 『김남주 평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우리네 삶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저 꾸며낸 말을 늘여놓은 내용. 내가 감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삶과 상관없이 꾸며낸 시였기 때문에 감동이 없었던 거였다.
#반역의 시대, 시인이 감옥에 간 까닭은?
시인 송경동 『꿈꾸는 자 잡혀간다』
독일 시인 베를토트 브레히트.
변혁의 시대 사람들 사이로 가 나는 그들과 함께 분노했지/ 말 때문에 나는 학살자의 눈에 띄었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그러나 지배자들은/ 내가 없었다면 더 안심하고 자신의 힘을 휘둘렀을지도 몰라./ 이 세상에서의/ 나삶은 그렇게 흘러갔다네.의
#”국민의 의미, 웃기지 마!”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호방한 수호지와 웅장한 삼국지를 뛰어넘는 재미
오늘날 중국을 만든 『소설 대장정』
진보와 해방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변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읽어야 할 책이다.
국가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조건 없이 기본소득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명동의 땅값이 비싼 것은 명동의 땅 주인이 만든 게 아니다. 비싼 토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정부의 정책으로 상업적 ‘중심지’가 되거나 주거단지로 개발된 곳이다. 그것을 토지 소유주가 모두 가져간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역시 좋은 책은 쉽게 써야 한다.
#왜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을까
함께 꿈꾸는 『삶을 위한 정치혁명』
두 시간만 투자하면 복지국가로 만들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빌더버그 그룹
『오바마의 속임수』
#민중이 우리 멱살을 잡지 않도록 교육시켜야?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이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80퍼센트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노동자 의식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20퍼센트의 소수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아니 더 나아가 반노동자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지배를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상류층이 될 수 있다는 가짜 희망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민중을 소극적이고, 무지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기득권은 교육과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세뇌시키고 있으며,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그들에게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한마디로 깨어 있지 않으면, 모르면 당한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과 언론의 전쟁
언론의 힘과 민낯을 동시에 보여주는 『박근혜 무너지다』
공영방송을 바로잡는 것,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