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살림을 디자인하다. 임경수. p307
퍼머컬처로 이루는 농업살림·농장살림·농촌살림
2000년 1월1일 새천년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불쑥 호주로 떠났다. 그 나라의 한 마을에서 만난 퍼머컬처는 그전까지 환경, 생태, 농업, 마을, 공동체, 민주화 등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다양한 생각들을 하나의 줄로 이어주는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사람살림, 이웃살림, 지구살림이라는 가치관을 가진 퍼머컬처는 나로 하여금 내가 사는 방식이 마을을 살려야 하고, 마을을 살리는 방식이 지역을 살려야 하며, 지역을 살리는 방식이 지구를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일관성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퍼머컬처의 이러한 통찰력은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을 추구한다면 비아냥거리기도 했고,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나는 비주류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무모하고 잦은 이사는 내 생각을 이해해주는 사람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아울러 퍼머컬처를 바탕으로 우리 삶을 디자인해야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해지고 다음 세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필자의 욕심이 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 있음을 밝혀둔다.
『이래서 나는 농사를 선택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이, 돈만 벌기 위해 사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청년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 아픈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외로워했다.
완주군,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농업살림
#공업발전만으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2012년 대통령선거는 역대에 비해 농업분야의 굵직한 공약이 없던 선거였다. 그만큼 농업, 농촌을 중요하지 않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난 해소를 위한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 9.2, 도소매업 29.5 농림어업 46.8 건설업 17.3. 건설업의 경우 지속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농업분야는 식량이라는 절대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4대간 건설에 쏟아 부은 돈을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가공·소비하는 농업분야에 투자했더라면 좋은 일자리를 훨씬 많이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과학기술이 농업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믿음은 과학기술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만큼 허망하다.
#모든 농산물을 시장에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농사를 짓고 먹고 남은 농산물을 교환하기 위해 시장이 생겨났지만 이제는 시장에 팔기 위해 농사를 짓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시장에 팔기 위한 농업은 농사방식도 바꾼다. 먹어야 하는 거의 모든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에서 팔기 좋은 몇 가지 작물만 생산하게 된 것이다.
농산물시장의 공간적 확장은 얼굴도 모르는 농민끼리 경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농산물도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물건처럼 ‘시장경쟁력’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농업분야에서 시장경쟁력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이제 농산물을 시장에 팔기 위해서는 지역의 농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농민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모든 농민이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농업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규모가 커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농업정책은 소수 농민을 위한 정책. 이러한 농업정책의 추진결과 농촌에서 양극화가 일어났고, 농촌의 양극화는 농촌사회의 공동체성을 해체하고 있다.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5%. 시장에서 돈이 되는 농산물만 생산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작물은 외면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을 단순한 산업적 시각에서 ‘경쟁력’이라는 단어로 재단하지 않아야 한다.
시장기구에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가격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탄력적으로 조절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 전제. 하지만 농산물은 가격에 상관없이 생존을 위해 먹어야 하는 것이고, 가격이 떨어진다 해서 생산량을 줄이거나 가격이 올라간다고 해서 생산량을 금방 증가시킬 수 없는 상품이다.
그동안 농업정책이 별반 성과를 내기 못한 것은,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품인 농산물을 시장에 적합하도록, 더 나아가 그 안에서 경쟁격을 가지라고 밀어붙였기 때문이 아닐까?
CSA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적 방식으로 농산물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과 소비자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농산물을 거래하는 방식. 완주군의 건강한밥상, 여성농민회의 언니네텃밭 등이 CSA방식의 농산물 유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농산물을 꼭 시장에서 사고팔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친환경농업과 유기농업은 다르다
친환경농업이라는 표현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어색한 용어인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유기농업이다.
독일 슈타이너의 생명동태농업, 영국의 하워드 『농업성전』, 미국의 로데일에 의해 1945년 유기농업이라는 이름으로 주창되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기농업이 활발한 나라는 일본,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 고다니 준이치의 애농회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한계? 소비자의 편의를 중심으로 발전. 일반 농산물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에서 거래. 색깔과 크기 등에서도 상품성이 좋아야 하고 계절에 상관없이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농산물을 생산해야 했다. 노동력 부족하고 인건비도 비싼 상태에서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도 어려운 판에 상품성도 갖춘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 부담을 우리나라 친환경농업 생산자들은 갖게 되었다.
까다로운 인증. 친환경농업의 주요한 인증기준이 농업생산의 결과물인 농산물의 안정성에 맞추어 있다 보니 농업생산과정의 환경적, 생태적인 측면이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농업과정에 투입하는 농자재와 에너지다…그 결과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은 농사과정에서 많은 자재를 사용하는 농업이 될 수 있다. 고투입 안전농산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이론적으로 유기농업은 이러한 농업생태계를 자연생태계와 닮게 함으로써 물질순환을 촉진하고 자가 에너지 축적량을 높여 물질과 에너지의 유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은 완전한 유기농업이라 부르기 어렵다!
#유기농업은 관계만들기다
유기농업은 매우 까다롭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생산한 농산물이 식품으로서 안전해야 하며 생산과정에서 주변 환경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고 물질과 에너지의 과도한 투입도 줄여야 한다, 그런 엄격한 기준에 따라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유기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여기서 유기농업의 사회적 기준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유기(有氣)와 무기, 기(氣)가 있는 물질과 없는 물질, 기가 있다는 것은 생명이 있다는 것. 생명이 있거나 생명이 있는 것에서 만들어진 물질을 유기물질이라 한다.
조직이 ‘유기적’이라는 말은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는 뜻. 유기적 관계(1+1=2+알파)는 생명의 본질이자 생명체의 신비.
유기농업. 토양을 하나의 생명체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유기농업. 농장을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만들 수 있다.
최종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대상이 있다? 바로 소비자다! 누가 생산했는지, 어떻게 생산했는지 모르는 소비자와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생산했는지를 알고 있는 소비자, 더 나아가 자신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들을 위해서 가끔 농장을 찾아와 농사일을 돕기도 하는 소비자와 농산물을 거래하고 있다면 훨씬 유기적인 농업, 진정한 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유기농업은 과학적, 기술적인 잣대를 가지고 규정하기보다는 사회적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유기농업을 사회적 관점으로 보기 시작하면 농약, 화학비료에 대해서도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다…농업이 사회적이기 위해서는 농민과 소비자가 맺는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 시장에서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고파는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관계 맺기가 이루어져야 한다.(유기농업은 사회적농업이다)
완주군 용진면의 로컬푸드 직매장. 용진지역의 소농, 가족농, 특히 할머니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주고 있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의 소비하자는 의미 이상의 사회적, 문화적, 생태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물리적 거리보다 사회적 거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회적 거리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친숙도, 신뢰 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물리적 거리가 다소 길더라도 사회적 거리가 짧다면 충분히 로컬푸드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물리적 거리가 아무리 짧더라도 사회적 거리가 긴 경우, 즉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어떠한 관계도 없다면 로컬푸드가 될 수 없다.
로컬푸드가 왜 중요한가? 우선 농민에게 안정적 소득을 보장. 소비자가격의 대부분 몫을 농민이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식품안정성. 광역식량체계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찾기 어렵다. 거리가 짧아지면 식량의 안정성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유기농업에 관한 규정이 까다로운 호주산 혹은 유럽산 유기농산물을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아직 완전한 유기농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가까운 곳에 있는 농민이 유기농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농민으로부터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안전한 식량을 확보하는 소비자가 몇 배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로컬푸드를 기반으로하는 생산자직판장과 직매장은 농민과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방식의 유통방식을 시도함으로써 시장 중심의 농산물 유통방식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로컬푸드는 끌끌하다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식품을 보장하는 로컬푸드
소규모 거래, 다품종소량생산방식 선택, 병충해에 대한 피해가 적어 자연적으로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게 해준다.
로컬푸드는 농민, 소비자, 환경을 살릴 뿐 아니라 일자리도 만드는 끌끌한 놈이다(끌끌하다? 순우리말로 ‘맑고 밝고 바르며 깨끗하다’는 뜻)
#도시에서 농업을 살린다
안철환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텃발농장, 도시농부
살아가며 언제나 모순을 느낀다. 환경문제를 공부하며 나 자신도 매일 매일 글과 그림, 의미없는 숫자들로 엄청난 양의 종이를 써버리고, 애써 의미를 부여한 조사를…길 위에 온갖 대기오염 물질을…이러한 모순이 없는 행위는 단연코 농업이다. 농업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조건이지만 인간이 자연과 맺을 수 있는 가장 전전한 행위이며 자립적이고 공생적인 행위다.
##농장살림
#농장도 디자인해야 한다
호주의 크리스탈워터즈 생태마을. 쓰레기는 ‘분리배출’이 아니라 ‘분리사용’. 마을에서는 화학비료의 사용도 금지. 모든 주민이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방문객을 위한 교육, 체험, 휴양 들의 사업
이 생태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가 퍼머컬처 디자인 코스.
퍼머컬처는 식량, 토양, 수자원, 에너지, 주거지 등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을 자연생태계와 조화롭게 만드는 방법. 다시 말해 환경, 생태, 농업을 하나로 통합하여 지속가능한 인간의 삶을 지탱해주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퍼머컬처는 새로운 이론이라기보다 기존의 생태학, 환경학, 토양학, 재배학, 식물학, 동물학, 건축학, 조경학, 더 나아가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의 이론과 방법을 현실에 적용하여 지속가능한 농장, 지속가능한 마을,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체계화한 것이다.
퍼머컬처의 창안자, 빌 몰리슨
농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어 농장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크리스탈워터즈 생태마을을 보며. 생태적이면서도 경제적인 농장은 디자인(잘 계획)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저분한 것이 좋다
퍼머컬처의 기본적인 바탕에는 ‘자연을 닮게 하라’는 생각이 흐르고 있다. 자연의 중요한 특성 가운데 하나다 다양하다는 것. 그래서 퍼머컬처는 ‘무엇이든 다양하게 하라’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대규모 단일작물의 부작용? 농작업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기 때문에 사람의 노동력을 빌려야 하고 그 만큼 지출비용을 증가시키게 된다. 그래서 작목의 다양성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유리하다(작업 시간과 강약을 분산시킬 수 있다)
자연을 닮게 하라? 자연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어주고 그 다음은 자연에 맡기면 자연이 알아서 해준다(자연재배, 자연농법)
다양성을 위한 가장자리가 중요하다? 다양성의 확보를 위해 자연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 가장자리다. 서로 다른 생태계 혹은 공간이 서로 만나는 곳.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상호작용에 의해 다양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하변, 갯벌, 하구 등 가장자리가 우리 국토에서 점점 없어지고 있다. 왜 이런 멍청한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 아마도 다양한 것은 지저분하다거나 불편하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복을 입히고 같은 모양의 아파트에 사는 것에 만족하는 것은 아닐는지. 하지만 농장은 다양해서 조금은 지저분해야 좋다!
자운영을 심으면 화학비료를 뿌릴 필요가 없다
음식물쓰레기 지렁이박스. 지렁이를 먹여 유기농비료를 만드는 공장
‘미친 농부’ 조엘 샐러틴. 유기농 인증을 거부하지만 유기적이고 집약적인 농장을 운영
팍팍하고 번잡한 도시를 떠나 귀농, 귀촌을 했는데 굳이 도시에서처럼 부대끼며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물을 이용하면 농촌생활의 느림과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
도시에서처럼 에어컨, 식기세척기, 양문형 냉장고, 커다란 TV를 여전히 쓰면서 이를 위해 대안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 버려야 한다…많이 버리면 버릴수록 도시에서 상상도 못했던 것을 채울 수 있다. 느림, 자신을 돌아봄,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내는 자부심, 이웃 간의 정, 공동체의 연대감, 자연과의 교감, 이 모든 것에 바탕을 둔 진정한 행복 등등을.
#농장은 진화한다
규모의 경제가 잘 실현되지 않는 분야가 농업분야다.
무분별한 규모의 확대는 오히려 지출을 늘려 수익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하나의 작목만을 특화하여 규모를 확대할 경우 노동력을 시간적으로 분산할 수 없어 이러한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풍년이면 돈을 벌까? 다른 농민들도 농사가 잘되었을 테니 소용없다. 흉년이면? 나도 농사가 잘 되지 않았을 테니 소용없다. 적절한 흉년에 내 농사가 잘 된 경우? 거의 도박 수준에 가깝다.
소비자와의 교류와 신뢰가 중요하다
#집은 우주를 담아야 한다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가 담긴다-건축가 임형남, 노은주 부부 『작은 집, 큰 생각』
지인들이 자주 찾아노는 것도 귀농귀촌의 실패요인 중 하나다. 대접 아닌 대접을 해야 하고 그 때문에 절기에 맞추어 꼭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될 수 있다. 집이 넓으면 공연히 불필요한 지인까지 불러들일 수 있다.
#에너지는 돈이다
태양열온수기와 온풍기. 적정기술
쉐플러조리기. 효율 좋은 태양열조리기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연소방법은 로켓스토브
#빗물도 돈이다
지구상에서 쓸 수 있는 물의 양?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1%도 되지 않는다.
빗물은 복잡한 과정과 오랜 시간 동안 지구 곳곳을 거친 뒤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스스로 떨어진 것인만큼 소중하다. 따라서 무조건 모아 써야 한다. 쓰고 나면 바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다시 쓴다. 쓰고 또 쓴 후 버려야 한다면 토양에 버린다. 왜냐하면 토양을 통해 정화된 후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지역에서 그 물을 쓸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퍼머컬처에서는 용도에 맞게 수자원을 선택하고, 가능하면 사용한 물을 다시 쓰도록 하고 있다.
#버리는 물은 없다
수세식 변기, 인류가 만든 최악의 발명풀 중 하나
집에서 쓰고 버리는 물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물이 오수(汚水)다. 오수는 분뇨가 섞여 있는 물, 즉 수세식 변기에서 버려지는 물이다.
조셉 제킨스 『똥 살리기 땅 살리기』, 똥을 비롯해서 버려지는 유기물은 폐기물이 아니라 땅을 살릴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세식 양변기 평균 1회 13리터 이상 물 사용, 4인 가족이 한 달간 1톤 이상의 물을 쓰게 된다.
제로에미션(Zero Emission). 외부로 오폐수를 전해 배출하지 않는 것
#1지구는 창의력 실험대다
가급적 잔디는 심지 않는다. 잔디는 농장에 어떤 이익도 주지 않으므로 1지구를 계획할 때 가급적 고려하지 않는다.
공간을 평면으로 생각하지 말고 수직으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2충은 양계장,1층은 퇴비장)
트렐리스
1지구는 농장에서 필요한 많은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립의 공간이자 다양한 식물, 동물, 구조물이 어우러지는, 농장에서 가장 창조적인 공간이다
#퇴비는 애완동물이다
‘떼알 구조’ 토양. 화학비료를 사용한 땅은 유기물이 모자라 이러한 떼알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땅은 농사를 지을수록 딱딱해진다.
퍼머컬처에서 퇴비를 만드는 원칙을 ADAM이라 가르친다. 다양성Diversity, 산소공급Aeration, 수분의 조절Moisture, 그리고 맨앞의 A는 살아있음Aliveness이다. 퇴비를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양도 옷을 입는다
퇴비로만 토양의 유기믈을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퇴비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녹비다.
토양을 관리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뿌리덮개. 우리나라에서 멀칭은 비닐로 밭을 덮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비닐이 아니라 유기물로 덮으면 토양에 유기물질을 공급할 수 있다.
볏짚은 얼기설기 깔아놓으면 비에도 쓸려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뿌리덮개로 가장 좋은 재료다.
신문지를 덮으면 보온, 보습 효과가 커지기도 하지만 햇빛의 투과를 막아 잡초의 발아를 막아준다. 젖은 신문지는 마르면 다시 바람에 날려갈 것이므로 신문지 위에 볏짚을 덮는다.
1지구 내의 척박한 땅은 다층뿌리덮개를 통해 텃밭으로 만든다
#농장계획도 진화한다
#생물이 재난도 막는다
‘잡초는 필요 없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잡초를 이용하여 토양의 유기물을 관리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내면 잡초를 유연하게 허용하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살충제와 살균제를 통해 병해충과의 전쟁에 임하고 있는 인류는 이 전쟁에서 승산이 없어 보인다.
병해충의 원인은 인간이 제공한 것이다. 연약한 식물 한 종을 넓은 면적에서 재배하는 단일재배방식, 해충의 천적이 사는 서식처의 파괴, 병해충뿐 아니라 천적까지 함께 죽이는 살충제의 사용, 자연적 방어기작을 상실하게 만든 식물 육종과 유전자조작, 천적이 없는 외래종의 도입, 병해충 발생을 쉽게 만드는 경작습관 등이 그 원인이 된 것이다. 조화가 깨진 생태계의 증상이란 관점에서 우리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나가야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퍼머컬처에서는…생물다양성을 높여 자연적으로 병해충의 만연을 방지한다.
#마을을 만든다?
마을만들기? “지역공간을 주민들이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활동(디자인해나가는 과정)”
농촌마을만들기 효과? 수익 측면의 단기적인 성과를 강조하여 마을공동체를 와해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드리우기도 했다
#화천의 두 마을
몇 차례의 교육을 진행해봐도 눈에 띄게 주민의식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이장을 비롯한 개발위원들이 조금씩 마을사업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공동체가 되어 돈까지 벌고 있으니 어찌 좋지 않으랴.(돈을 버는 것은 필수?)
#마을에도 사무장이 있다
농촌마을만들기 목표? 서로 돕고 사는 마을공동체, 생태계 보전과 소득증대의 조화.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 전통과 문화의 계승, 주변지역, 도시와 함께 공생하는 마을
우선사업은 소득사업 위주로 성공률이 높은 사업을 선택해야 한다.
농촌마을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자원은 넉넉한 농촌의 환결과 경관이다. 마을의 어메니티(농촌다움?)가 마을사업의 중요한 자산이 된 것이다.
농촌마을만들기의 지속성은 소득 창출에 달려 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 가공에 상요될 농산물은 무조건 마을에서 생산한 것을 쓴다는 것이었다. 마을만들기에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마을지도자다…모든 일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마을 일은 주민들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결정하면서 성공적인 마을로 발전시켰다.
#마을도 공부한다
우리나라 농촌의 소득이 유럽 농촌과 비교하여 높지 않는 이유는 농가가공 때문! 문제는 시설. 도농교류는 그 자체가 중요하기보다 농산물직거래나 농산물가공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작은 프로그램이라도 일단 시작하는 것이고, 한번 방문한 도시민이 제2의 고향으로 여기도록 마을을 붙잡아 지속적인 방문과 농산물 구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관계가 중요하다)
마을 축제? 정작 마을 주민들은 손님들을 대접하느라 고생만하고 수익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마을 주민을 위한 축제가 필요)
노인주거 문제를 민박과 함께 해결. 독거노인들이 모여 사는 집, 그룹홈을 만들어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귀농인에 의해 작은도서관이 생기고, 쓰지 않는 오래된 정미소가 박물관으로 변신, 귀농귀촌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마을주민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색카드 마을민주주의
대부분 주민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자원찾기 매트릭스? 마을주민의 자부심 회복. 젊은 주민들은 잘 몰랐던 마을의 옛날이야기.
마을회사? 마을의 각 조직은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책임지고 운영하되, 그 조직들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마을 워크샵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을주민들이 자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마을의 자원을 찾고 사업도 발굴하여 조직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을컨설팅? 마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주민이고, 마을계획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도 주민이라는 사실이다. 주민에게 많은 것을 맡길수록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은 높아진다.
‘마을만들기’는 ‘마을만들어주기’기 아니다
#마을은 언제난 ‘~ing’
‘건축가의 비애’? 일단 건축주가 입주하고 나면 함부로 집에 들어갈 수도 없거니와 건축주가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간섭하지 못한다는 것을 비유
#마을은 없다
보조금. 그래서 마을은 돈을 벌었다. 그런데 그렇게 번 돈은 마을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인근 도시로 빠져나갔다!(농지는 외지인들의 소유)
내가 컨설팅한 것은 마을을 발전시키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밑 빠진 독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이 마을이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나라 농촌마을의 일반적이 상황이다.
마을에서 번 돈은 마을에 남지 않는다. 돈은 돌고 돌아서 ‘돈’이다. 지금 농촌에서는 돈이 돌고 있지 않다. 이게 문제였다! 대부분의 토지는 외지인 소유. 무엇을 위해 마을만들기를 한 것인가. 누구를 위해 마을만들기를 한 것인가. 마을만들기 활동가들은 혼란에 빠졌다.
마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마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마을은 생산, 소비, 분배, 교육, 문화가 어우러져 돌아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았다…농촌마을에서는 대부분의 일은 돈을 거래하지 않는 공동체 작업으로 해결했다. 두레와 품앗이로 공동 작업을 하고, 집 지을 일이 있으면 울력으로 해결했으며, 아이들을 모아 같이 키우고, 다양한 마을행사는 함께하는 놀이자 문화였다. 그래서 다양한 일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한마을에 살았다.
그러나 마을은 변했고 마을주민도 변했다. 관계보다 돈이 더 중요해지자 다른 곳에 더 좋고 싼 것이 있으면 그것을 사게 되었다. 마을의 작은 가게는 다른 마을의 가게와,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과 경쟁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얼굴도 모르는 소비자에게 농산물을 팔게 된 농민에게 이웃 농부는 같은 품목을 같은 시장에 팔아야 하는 경쟁자였다.
그래서 외형은 마을처럼 보이지만 마을에서 일어나야 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마을은 해체되었다. 진짜 마을은 없다. 그래서 마을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마을 ‘만들기’였던 것이다.
#마치는 마을이 아니다
마을만들기에서 만들기의 대상은 공간이나 시설이 아니다. 만들어야 할 것은 다양한 주민 간의 관계다.
돈이 더 필요해졌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점점 줄어들었다. 보호벽이 무너지면서 보호공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마을이라는 보호공간이 없어지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이고 가족이었다. 그리고 결국 자기 자신도 그 속에 포함되었다.
도대체 마을을 없애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마을에서 쓰였던 돈이 흘러들어가는 곳이고, 마을에서 스스로 해결했던 일을 돈을 받고 제공하는 있는 곳일 것이다…그런 곳을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였다. 자본주의가 마을을 해체하고 있는 것이다….자본주의는 마을을 해체시켰고, 그 속에서의 인간관계를 끊었으며, 마을에서 돌고 돌았던 돈을 일방적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공동체는 없어지고, 이웃으로부터 소외되어 질병과 범죄는 늘고, 일자리는 없어지면서 모두가 불행해졌다….마르크스의 자본주의의 붕괴 예언? 식민지, 세계화,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의 확장을 통해 자본증식의 수단 확복, 자본주의는 그 위기를 극복해냈다!
농촌마을은 사람이 너무 적어서 무슨 일을 시작하기 어려운 곳으로 변했다. 도시든 농촌이든 비슷한 생각과 같은 필요를 가진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경계를 벗어나야 한다.
그 경계에 집착하면 공동체 파시즘이 고개를 쳐든다.
이제는 마을의 경계를 넘어 공간적 범위를 외연적으로 넓히면서 사람들을 발굴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그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60만원 수입으로 생활이 가능한 부부? LETS 때문에 가능! 돈이 없이도 집을 지을 수 있다! 크리스털워터즈라는 세계적인 생태적인 마을도 지역사회의 기반 없이는 만들 수 없다.
#홍동면, 산내면 그리고 진안과 완주
답은 역시 현장에 있었다!
#내부를 들여다보다
농업도 잘 아는 요리사!
시장경제적 방식만이 경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역발전도 시장경제적 방식을 썼다.
외부에 팔 만한 것이 없으면 산업단지와 관광단지를 조성하여 외부에 팔 것을 만들어 내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단지를 만들었다…농촌에서는 무언가 제대로 된 것을 구할 수 없어 도시로 나가야만 했다.
무언가 만들어 외부 시장에 팔고 그 돈으로 필요한 것을 외부 시장에서 사오면 된다는 시장경제적 방식의 지역개발은 결과적으로 농촌지역을 도시경제에 종속시키고 말았다.
지역개발의 가시적이고 명확한 성과는 인구의 증가다!
지역정책은 여전히 외부 지향적이며 도시민의 소비에 눈높이를 맞춘다. 반면에, 지역의 내부 사정에는 눈이 어둡다…지역 주민의 업종 변화에는 관심이 없다.
춘천 닭갈비? “다른 곳에서 먹은 닭갈비에는 물이 많지 않았어요?” “냉동닭을 쓴 겁니다!” 춘천의 닭갈비는 생닭을 씁니다. 결국 춘천 닭갈비를 명물로 만든 사람들은 춘천 시민이었다!
지금까지는 지역에서 좋은 게 있다면 도시에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걸 지역에서 먼저 쓰면 더 좋지 않을까?
일본의 포장마차 가게들. 기업광장. 옆 가게의 안주도 주문 배달 가능? 협동조합으로 공동 운영하고 있기 때문!
#사회적으로 농사짓기
거스름돈이 팁으로 가능한 택시와 잔돈도 다 챙겨 받아야 하는 마트의 계산대. 택시에서의 경제행위와 대형마트에서의 경제행위는 무언가 다르지만 우리가 그 차이를 구별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번 돈을 쓰는 똑같은 경제행위로 생각한다…내가 하는 경제행위 가운데 시장경제적 방식이 아닌 경제행위는 얼마나 될까?
대형할인마트. 나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 없도, 이웃을 도와줄 수도 없고,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지도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수익을 내는 효율을 중시한다. 즐거움, 나눔, 공헌 등은 부차적인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그래서 효과적이다.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서도 돈이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아낼 만큰 효과적이다.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을 사용한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자본주의 시장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생활의 여유는 도시와 달라지지 않는다…이제까지 나을 위해, 나의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서만 살았다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자. 귀농귀촌할 요량이면 사회적경제를 내 삶에 접속시켜보자….빈틈이 없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느낄 수 없었던 것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 보람과 만족, 이웃 간의 교류와 유대감, 공동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안락함, 그리고 지역에 사는 즐거움과 행복한 미소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