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살다. 박철상. p318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그의 집은 세상에서 제일 작은 ‘좁쌀’만했지만, 그의 서재에는 온 세상이 들어 있었다.
#우물이 깊으면 두레박줄도 길어야 한다
방은 운치가 있으면 그만이지 어찌 꼭 넓어야 하며
꽃은 향기가 있으면 그만이지 많을 필요가 있겠는가
방은 크기보다 운치가 우선이고, 꽃은 수량보다 향기가 중요하다
서재 이름을 자신의 별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재 이름에는 삶의 방향이 담겨 있기도 하고 시대에 대한 고민이 들어 있기도 하며 기호가 담겨 있기도 하다.
#정조의 홍재_세상에서 가장 큰 서재
정조는 조선 후기의 상징. 정체나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학술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시대를 만들어낸 임금.
대명의리론 팽배, 강희제와 건률제를 배우다. 북학의 길을 열다
#홍대용의 담헌_유리창에서 만난 친구들
#박지원의 연암산방_웃음을 쓰다
『열하일기』, 세상을 흔들다.
“선생의 문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소설 나부랭이에 불과합니다. 이제부터 순수한 고문을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내가 세상에서 오랫동안 곤궁하게 지내다보니, 문장의 힘을 빌려 내 뜻대로 하지 못하는 불만을 한번 쏟아버리고 싶었다…”
“『열하일기』가 세상에 유행한 뒤로 문체가 이와 같으니 당연히 결자해지하여야 한다. 빨리 순정한 글 한 편을 지어 올려 『열하일기』의 죄를 속죄한다면 용서하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무거운 벌을 내릴 것이다.”-정조
한마디로 재미있는 책. 그 재미가 문제가 되었다. 아무튼 연암은 정조의 명에 따라 글을 지어 올렸는데 『과농소초』가 그것이었다. 글마저 맘대로 쓸 수 없던 시대에 살았던 것이다.
#유금의 기하실_음악이 있는 과학자의 서재
“거문고의 흥취만 알면 그만이지, 즐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겠는가?” 도연명의 고사에서 알 수 있듯이 소금은 이처럼 유명무실한 거문고였다.
#이덕무의 팔분당_책 병풍, 책 이불
책만 읽는 바보, 간서치
이덕무는 참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눈을 거치지 않는 책을 어찌 책이라 하겠는가?
가난하여 늘 남에게 책을 빌려다 보았다. 사람들은 소중히 보관하는 책이라도 이덕무가 빌려달라고 간청하면 반드시 빌려주었다.
이덕무는 가난했지만 독서에 대한 그의 열정은 아무도 막지 못했다. 겨울밤에 책을 읽다가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자 『논어』는 바람이 들어오는 곳에 쌓아놓고, 『한서』는 잇대어 이불처럼 덮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을 친구가 말했다.
“누가 형암(이덕무의 호)을 가난하다 했는가? 『논어』 병풍과 『한서』 이불은 비단으로 만든 장막과 화려하게 수놓은 이불에 못 미치지 않는데 말이다.”
팔분당? 성인을 꿈꾸며. “사람이 처음 태어날 때에 하늘이 마음을 나누어주는데, 10분의 완전한 성선을 갖추는 경우가 없습니다…’성인은 하늘을 바라고 현인은 성인을 바라고 선비는 현인을 바란다’하였으니, 내 입장에서는 혹시 선비로서 현인을 바라는 그런 사람일 수는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면 아주 노력하여 따를 만한 것은 7분과 9분의 사이일 것이니 바로 8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유득공의 사서루_임금이 내린 책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책을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조선조 지식인의 장서 중 상당부분은 이처럼 왕이 내려준 서적으로 이루어졌던 것. 이를 내사본이라 부른다…하지만 고위직에 있지도 않았고, 화려한 서울의 벌열가도 나니었지만 누구보다도 많은 내서본을 수장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영재 유득공이다.
‘사서루’의 의미. 사서는 임금이 신하에게 서적을 하사하는 것을 가리키므로 임금으로부터 서적을 하사받은 신하가 임금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박제가의 정유각_개혁을 꿈꾸다
#장혼의 이이엄_가난한 시인의 서재
“주머니 너는 온종일 입을 닫고 있으면서도 돈은 한 푼도 없고, 끊어지고 문드러진 종이만 몇 조각 가지고 있구나?”
“공께서 온종인 문을 닫고 돈 한 푼 벌지 못하면서 머릿속에는 종이가 몇 조각이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남공철의 이아당_움직이는 글자로 찍은 책
활자를 만들어 문집을 간행하다
#정약용의 여유당_조심스런 학자의 삶
매천 황현이 지은 『매천야록』에 수록된 이야기.
“너는 누구인데 책을 읽지도 않고 왔다갔다만 하느냐?”
“다 읽었습니다.”
“『강목』을 어떻게 10여 일 동안 다 읽을 수 있단 말이냐?”
“읽었을 뿐만 아니라 욀 수도 있습니다.”
이 소년이 바로 다산 정약용이었다.
#김한태의 자이열재_나를 위한 서재, 우리를 위한 서재
산속에 무엇이 있기에, 경은 뭘 그렇게 못 잊어 돌아오지 않는 것인가?
산속에 무엇이 있느냐 물으셨죠?
고개 위의 저 많은 흰 구름이죠.
저 혼자만 즐거워할 수 있을 뿐,
그대에게 드릴 수 없답니다.
진정한 즐거움. 각자가 처한 환경과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그 사람의 마음의 지향점과 서로 잘 맞물려야 천기가 통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억지로 하게 된다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괴로움만 더하게 된다. 그래서 즐거운 일은 오직 한두 사람의 마음이 맞는 친구들만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처자식과 함께해도 즐거움을 깨닫지 못해 스스로 체득하지 못하면 참된 즐거움이 아니다. 다만 관직에 있는 사람은 혼자서만 즐거워해서는 안 되고, 국민들과 함께 즐길 생각을 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성공이라도 이루기는 어려운 것, 산 위의 흰 구름이 나는 그저 즐겁다.
#서형수의 필유당과 서유구의 자연경실_위대한 유산
만물이 경전.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농학 백과사전
서유구 『자연경실기』 “소실산에 자연경서自然經書가 있다”
“문목을 사람이 만든 것으로 착각한 것은 자연에서 만들어진 게 이렇게 정교할 줄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겠지요. 병에 든 꽃을 진짜라 생각한 것은 사람의 솜씨가 그렇게 정교하리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겠지요. 자연의 정교함이 나은가요, 사람의 정교함이 나은가요? 자연과 사람이 서로 뛰어난데, 사람이 만든 저 죽간과 칠서를 자연이라고 만들 수 없단 말인가요? 만일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익숙함에서 생긴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이정리의 실사구시재_지식인이 현실을 구원하는 방식
#김정희의 보담재와 완당_스승을 기리는 집
#초의의 일로향실_차로 맺은 인연
#황상의 일속산방_세상에서 제일 작은 은자의 서재
다산과의 만남
“제게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둔한 것이고, 둘째는 막힌 것이고, 셋째는 미욱한 것입니다.”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 큰 문제점이 있는데, 네게는 이런 것이 없구나. 첫째는 외우기를 잘하는 것인데, 이런 사람의 문제점은 소홀히 하는 데 있다. 둘째는 글을 잘 짓는 것인데, 이런 사람의 문제점은 경박한 데 있다. 셋째는 이해력이 뛰어난 것인데, 이런 사람의 문제점은 거친 데 있다. 대개 둔하지만 악착같이 파고드는 사람은 그 구멍을 넓힐 수 있고, 막혀 있지만 소통이 된 사람은 그 흐름이 거침없어지며, 미욱하지만 연마를 잘한 사람은 그 빛이 반짝거리게 되는 것이다…”
좁쌀만큼 작은 집? ‘일속산방’
#조희룡의 백이연전전려_백두 개의 벼루가 있는 집
#이조묵의 보소재_창조와 추종 사이
#윤정현의 삼연재_떠난 사람에 대한 기억
#조면호의 자지자부지서옥_언제나 모른다는 것을 안다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쓴 대련의 구절
대팽두부과갱채 大烹豆腐瓜薑菜 (최고의 요리는 두부, 오이, 생각, 나물)
고회부처아녀손 高會夫妻兒女孫 (최고의 모임은 부부, 아들, 딸 손자)
노년에 깨달은 인생. 언제나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여기며 혼자 즐거워한다. 마침내 서재에 ‘자자자부지서옥’이란 편액을 걸었다.
#전기와 유재소의 이초당_아주 특별한 공동 서재
특건약창. ‘특건약’이란 옛사람들이 서화를 감상하면서 최상품의 서화에 특건약이라 써넣은 데서 유래한 말로, 특효약이란 의미. 옛사람들은 서화를 감상하면서 심신을 다스리고 정신을 맑게 했기 때문에 서화 감상을 하나의 치료약처럼 여겼다.
서화 중개상. 특히 고람은 감식안이 뛰어나 그에게 서화의 중개를 부탁하는 경우도 많았다. 고람은 그런 계기로 서화를 감상하며 안목을 넓혔고, 안목이 넓어질수록 감정을 부탁하는 사람도 늘어났다.(선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