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는 새해만 되면 표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이야기를 신년사라며 들어왔습니다. 이 신년사는 으레 나라가 얼마나 발전했고, 얼마나 많은 철강이 생산됐고, 얼마나 우리가 행복해졌는지,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정부를 지지하고 신뢰하게 됐는지 떠벌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거짓말이나 하라고 여러분이 저를 이 자리에 앉힌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통계를 훑어봐도 왜 우리가 이렇게 됐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문제인 것이 아닙니다.
최악의 문제는 우리가 도덕적으로 타락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병들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당연한 듯 언행 불일치를 용인합니다. 우리는 어떤 것도 믿거나 존종하지 않고 오직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존재로 전락했습니다. 사랑, 우정, 연민, 겸손, 용서 같은 말들은 부박하고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오만한 이데올로기로 무장했던 전체주의 정권은 인간을 생산력으로만 간주했습니다. 자연을 생산의 도구로만 비치게 만들었습니다. 전체주의 정권은 인간과 자연의 본질뿐만 아니라 둘의 관계를 공격했습니다. 전체주의 정권은 재는 있는 인재들을, 도무지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어마어마하게 크고 요란하며 악취 나는 기계의 너트와 볼트로 전락시켰습니다. 이전 정권도 그 너트와 볼트가 닳아감에 따라 돌이킬 수 없이 서서히 망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는 타락한 도덕적 환경은…피폐한 현실을 무시하는 위정자들의 문제만을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우리 모두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모두 전체주의에 어느새 길들여졌고, 이 체제는 어떻게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여 순응했으며, 그 결과 전체주의의 지속에 우리 자신이 기여한 셈이 됐던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자신도 이에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전체주의의 희생자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그 공범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정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회와 대통령도 저절로 만들어질 수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훌륭한 정부와 의회, 그리고 뛰어난 대통령이 제시하는 처방만을 학수고대하는 것도 역시 적절한 태도는 아닙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의 참여와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만 합니다. 1950년대에는 많은 이들이 옥사하고 처형당했습니다…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의 대가를 지불했던 그 모든 사람들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합니다. 독립 법정은 처형에 부역했던 사람들의 유죄 여부를 공명정대하게 따져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과거의 진실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만은 자신감이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그 반대입니다. 자신감 있는 개인이나 민족만이 타인에게 귀를 기울입니다. 상대를 대등한 인간으로 받아들이고 적을 용서하고 죄를 뉘우칠 수 있습니다…수용과 배움은 무엇이든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등한 파트너여야 가능합니다.
초대 대통령 마사리크는 “카이사르가 아니라 예수”라고 썼습니다…마사리크는 정치의 의미를 도덕에서 찾았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방식으로 마사리크의 정치를 복원해봅시다. 정치가 공동체를 속이거나 약탈하기 위해 필요한 표현이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에 공헌하려는 열망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가르쳐봅시다.
정치란 가능의 예술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가능’에 투기, 계산, 모의, 뒷거래, 조작이 포함된다면 그러합니다. 정치는 불가능의 예술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자신과 세계를 향상시키는 예술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주적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최악의 본성은 우리 내면에 있습니다. 최악은 공공선에 관심 없는 자만심, 개인적인 야먕, 이기심과 경쟁의식입니다. 이런 최악의 본성과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자유선거를 치러야 합니다…평화혁명의 이미지를 더럽히지 맙시다. 권력의 이전투구로 혼란에 빠진다면 한때 우리에게 지지를 보냈던 세계는 등을 돌리고 말 것입니다. 공동선을 향한 열망이라는 공정성을 가장하면서 실상은 이기주의를 추구하는 기만을 반복하지 맙시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선거에서 뽑힌 이들이 최고의 정치인들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도덕적으로 훌륭하고 공적인 책무를 다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유능하고 전문성도 뒤떨어지지 않는 이들이어야 합니다. 이런 인재들이라면 정치적으로 어떤 편에 서든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미래의 정책과 국가의 위신은 우리가 대표로 뽑아 의회로 보낼 이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꿈꾸는 공화국이 어떤 공화국인지 궁금하게 여기실 것입니다. 제가 바라는 공화국은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공화국입니다. 물질적으로 번영하고 사회적으로 정의가 넘치는 공화국입니다. 한 명 한 명에게 봉사하는 자애로운 공화국입니다. 그리고 개인과 국가가 서로 돕는 공화국입니다. 다재다능한 인격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화국입니다. 공화국의 개개인이 솔선수범해서 돕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 중 하나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정부가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