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그물. 프리초프 카프라 Fritjof Capra. p398
인간들이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단지 그 그물 속의 한 올일 뿐.-테드 페리
독자들은 이 책에서 엄청난 양의 과학 문헌들이 언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책의 본문 속에서 그 문헌들이 여러 차례 풍부하게 교차 참조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이 갖는 선형적 제약 속에서 개념과 사상들의 복합적인 연결망을 구성해서 그 연결만 속에서 개념들이 상호 교통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을 벌이는 과정에서, 나는 그런 노력이 주석의 연결망에 의해 본문을 서로 연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자들이 생명의 그물과 마찬가지로 이 책 자체가 부분들의 단순한 산술적 합을 넘어서는 무엇임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문화적 맥락
#심층생태학-새로운 패러다임
이 책은 살아 있는 시스템들의 모든 수준에서-유기체, 사회 시스템 그리고 생태계 측면에서-이루어지고 있는 생명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이해를 다룬다. 그 이해는 과학과 철학뿐 아니라 경제, 정치, 건강, 교육 그리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함축을 갖는 실재實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그 기반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생명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갖는 포괄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해 개괄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다.
인식의 위기. 금세기가 끝나 가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사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부상했다. 우리는 생물권biosphere과 인간들의 삶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위험을 초래하는 일련의 전지구적 문제들에 총체적으로 직면해 있다. 그 문제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시대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게 될수록, 그 문제들이 고립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문제들은 시스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할 문제들이다. 그 말은 그 문제들이 상호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정도로 깊이 상호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세계인구를 안정화시키는 과제는 전세계적으로 빈곤이 줄어들 때에만 가능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은 단일한 위기의 여러 다른 측면으로 파악되어야만 한다. 단일한 위기란 인식의 위기이다.
그것은 우리들 대부분이, 그리고 특히 우리의 대규모 사회기구들이 낡고 고루한 세계관의 여러 개념들에 찬동하고 있으며, 오늘날 전지구가 하나로 상호연결된 인구과밀의 세계를 다루는 데 실재實在에 대한 전혀 부적합한 인식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전환. 물리학의 새로운 개념들은 우리의 세계관에 심오한 변화를 초래했다. 그것은 데카르트와 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전일론적holistic, 생태적ecological 세계관으로의 전환이다…과학자들은 그들의 기본적인 개념들, 그들이 사용하던 언어 그리고 사고방식 전체가 원자적 현상을 기술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깨달았다…그러한 열띤 토론의 결과 쿤Thomas Kuhn은 과학적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에 도달하게 되었다. 패러다임은 ‘어떤 과학자 사회가 공유하고, 그 과학자 사회가 적합한 문제와 해결들을 규정하는 데 사용하는 업적들-개념, 가치, 기술 등-의 구성 총체’라고 정의된다…쿤의 주장에 따르면, 패러다임 변화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라 불리는 불연속적이고 혁명적인 단절을 통해 일어난다…1920년대에 양자물리학자들이 겪었던 정신적 위기는 오늘날 그와 유사하지만 훨씬 폭넓은 문화적 위기로 반영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은 과학 내에서뿐 아니라 보다 큰 사회적인 장場/arena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러다임 전환인 셈이다…나는 사회적 패러다임을 ‘한 공동체가 공유하는 개념, 가치, 인식 그리고 실천으로 이루어지는 총체로, 이것이 그 공동체가 스스로를 조직하는 방식의 기본이 되는 실재에 대한 특정한 관점을 형성한다’고 정의한다.
오늘날 차츰 희미해져 가는 그 패러다임이 지난 수백 년 동안 우리 문화를 지배해 왔고, 그 과정에서 현대 서구사회를 형성했으며, 서양 이외의 다른 사회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이 패러다임은…경제성장과 기술발전으로 무제한의 물질적 진보가 이룩될 것이라는 신념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러나 그 중요성이 켤코 덜하지 않은 여성들이 남성에게 속하는 사회가 자연의 기본 법칙에 따르는 사회라는 믿음이 가장 근본적인 구성요소를 이루고 있다. 이 모든 가정들은 최근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로 치명적인 도전을 받아 왔다. 그리고 오늘날 이런 신념들의 급격한, 혁명적인 수정이 벌어지고 있다.
심층 생태학적 자각. 표층 생태학은 인간중심적 또는 인간을 그 중심에 놓는 관점의 생태학. 반면 심층 생태학은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그리고 그 무엇으로부터도 분리시키지 않는다. 이 견해는 세계를 분리된 사물들의 집적으로 보지 않고, 근본적으로 상호연결되어 있고 상호의존적인 현상들의 연결망network으로 본다…인간정신이라는 개념이 각 개인들의 전체로서의 우주 속에 (연결되어) 있음의 느낌을 가지는 의식의 양식으로 이해될 때, 생태학적 인식이 그 가장 깊은 본질에서 영적이라는 사실이 명료해질 것이다.
사회생태학과 에코페미니즘. 특히 제국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인종차별주의는 그 본질이 착취적이고 반생태학적인 사회적 지배의 전형이다. 에코페미니즘은 사회생태학의 특수한 학파로 볼 수 있다…그들은 특히 자연에 대한 착취가 여성에-오랜 역사 동안 여성은 자연과 동일시되어 왔다-대한 착취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음을 지적한다…에코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경험적 지식을 실재에 대한 생태학적 시야를 얻을 수 있는 주요한 원천으로 생각한다.
이 연결망은 생태학의 중심적인 은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패러다임 전환은 계층에서 연결만으로의 사회조직 전환을 포함한다.
윤리학.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는 세계관. 자연과 자아가 하나, 자연과 자아의 일치를 통해, 모든 방향으로의 자아의 확장은 심층 생태학의 기반이다.(동학사상. 인내천, 사람이 곧 하늘이다)
만약 우리가 생명의 그물의 일부라는 심층 생태학적 인식 또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자발적으로(필연적으로서가 아니라)’ 모든 살아 있는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고는 배기기 못할 것이다.
##시스템적 사고의 등장
#부분에서 전체로.
금세기 들어 기계론적 패러다임에서 생태학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여러 가지 형태와 속도로 진전되어 왔다.
양자물리학. 시스템이 분석에 의해 이해될 수 없는 전체 속으로 통합된다는 깨달음은 생물학보다 물리학에 훨씬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양자론에서 우리는 어떤 ‘사물들’도 찾아낼 수 없다. 우리는 항상 상호관계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관계들은 확률로 표현된다.
살아 있는 시스템들을 연결망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이른바 자연의 계층구조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주었다…’생태학은 연결망이다…생태계를 올바로 이해한다는 것은 곧 연결망을 이해하는 것이다.”
#시스템 이론
(과학이) 자신들의 원리들을 철학에서 빌려 오는 한, 나는 그와 같이 흔들리는 토대 위에는 어떤 견고한 것도 건축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데카르트,『방법사설』
그로부터 300년 후에 하이젠베르크는 저서 『물리학과 철학』에서 고전물리학의 기초, 즉 데카르트가 구축했던 지적 구조물이 흔들리고 있다고 썼다.
최근 현대물리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발전에 대해 제기되는 격렬한 반동은 오늘날 물리학의 토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에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엄청난 변화가 과학을 떠받치고 있던 기초가 허물어지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들이 물음을 제기하는 방법에 노출된 자연일 뿐이다.” 시스템적 사고는 객관성에서 ‘인식’의 과학으로의 전환, 즉 인식론-물음을 제기하는 방법-이 과학이론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 되는 전환을 포함한다.(객관성의 오류?)
과학은 자연현상의 본질에 대해 점점 더 깊이 접근해들어가는, 점점 더 그 답을 알 수 없는 일련의 미묘한 물음들에 대한 답을 통해 진전한다.
#마음의 논리
사이버네틱스
피드백 루프
##퍼즐의 조각들
#자기조직화의 모형들
시스템적 사고의 응용.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시스템적 사고는 공학과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분자생물학의 탄생
패턴의 중요성
연결망-생명의 패턴
자기조직화 개념의 출현
가이아-살아 있는 지구
#복잡성의 수학
비선형성. 공기의 난류-때문에 풀기 힘든 경우가 많았으며, 따라서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비선형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회피하곤 했다. 따라서 비선형 방정식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은 그것을 ‘선형화시켰다. 선형적 근사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따라서 대다수의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실질적으로 모든 자연현상들이 선형 방정식으로 기술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19세기에 이 세계가 시계장치로 이해되었듯이, 19세기와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이 세계는 선형적인 세계였다.‘
지난 30년 동안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스튜어트의 말을 빌자만, ‘(자연이) 무자비할 정도로 비선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비선형 방정식들…우리는 비선형성이 갖는 이 놀라운 특성이 정량분석에서 정성분석으로 중요한 강조점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기묘한 끌개.
나비효과. 1960년대 초엽 기상학자인 로렌츠에 의해 발견. 그는 자신의 방정식의 해가 초기조건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질적으로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한 두 개의 궤적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어떠한 장기 예측도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카오스 이론
프랙탈 기하학
##생명의 본성
#새로운 종합
이제 우리는 이 책의 가장 중심적인 문제로 다시 돌아왔다. 그 문제란 ‘생명이란 무엇인가’이다.
패턴과 구조
살이 있는 시스템의 핵심적 기준들? 조직의 패턴, 구조, 생명 과정
#흩어지는 구조
자연과의 새로운 대화. 개념적 전환은 여러 가지 밀접하게 상호연관된 개념들을 포괄하고 있다
#자기제작
셀룰러 오토마톤
카오스의 가장자리에서
사회영역에서의 자기제작.
#생명의 전개
#세계의 탄생
살아 있는 시스템의 창발이론에서 마음은 사물이 아니라 과정이다. 마음은 인지이며, 앎의 과정이다. 마음은 생명 그 자체의 과정과 동일시 된다. 이것이 마투라나와 바렐라가 제안한, 인지에 대한 산티아고 이론이다.
마음 또는 인지를 생명의 과정과 동일시하는 것은 과학에서 급진적으로 새로운 이론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개념은 인간성에 대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심오한 직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지과학
산티아고 이론
#우리가 안다는 것을 아는 것
인지를 생명의 전과정-지각, 감정 그리고 행동-과 동일시하고, 인지를 정보전달이나 외부세계의 정신적 표상 그 어느 것도 포함하지 않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과학적, 철학적 틀의 급진적인 확장을 요구한다.
#에필로그-생태학적 소양
생명의 그물과의 재연결은, 그 속에서 우리가 다음 세대의 기회를 박탈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요구와 열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지가능한 공동체를 건설하고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우리는 생태학적인 소양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생태학적 소양ecoliterate‘을 가진다는 말은 생태적 공동체(생태계)의 조직 원리를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인간 공동체를 창조하는 데 그 원리를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여러 공동체들-교육 공동체, 기업 공동체 그리고 정치 공동체 등-을 소생시켜서 생태학의 원리가 교육, 경영 그리고 정치의 기본원리로 나타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른바 자유시장은 소비자들에게 온당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생산의 사회적·환경적 비용이 현재의 경제모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정부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비용에 ‘외적’ 변수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 비용들이 그들의 이론적 틀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시장은 우리에게 명백히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정보에는 피드백이 결여되어 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생태적 소양은 우리에게 그러한 시스템은 유지가능하지 않음을 이야기해 준다.
현재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는 생태학적 세금개혁일 것이다.
이러한 세금개혁은 세입의 엄격한 중립성을 가능케 하고, 소득세에 크게 의존하는 현재의 세금을 ‘생태세eco-tax’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금은 기존의 상품, 에너지 형태, 용역 그리고 원자재에 부가될 수 있으며, 따라서 그 가격이 진정한 비용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역자 후기
『생명의 그물』은 부제목이 보여주듯이 한마디로 ‘살아 있는 시스템들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이해’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카프라가 주장했던 내용들이 단순한 직관을 넘어서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견해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최첨단의 현대과학 이론들을 총동원하면서도 쉽게 풀어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살아 있는 시스템들을 다루는 모든 이들-생물학자, 생태학자, 심리학자, 인지과학자, 시스템과학자, 정치/경제/사회학자들뿐만 아니라 철학자나 종교인들에 이르기까지-에게 새로운 통찰력을 불러 일으키리라 확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