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아베 히로시·노부오카 료스케. p247
외딴섬으로 찾아든 청년들의 시골 벤처 창업, 그리고 5년간의 비즈니스 생존기
이 책은 도시 위주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지구의 미래를 시골, 즉 지역에서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좌충우돌 성장이야기다.
#그들의 섬, 나의 산골_정영희(번역가)
자발적 시골행, ‘지역을 살리겠다’는 굳은 의지. ‘시골’과 ‘지역’에 지속가능한 삶의 방점을 찍고, 개인 차원이 아닌 구성원 전체의 행복을 견인하기 위해 아베와 노부오카는 ‘아마’라는 작은 섬에 들어가 ‘주식회사 메구리노와’를 설립했다.
끈끈한 유대 관계 속에 자연과 호흡하며 살 수 있는 거라는 시골 생활의 이미지란 어찌 보면 현대판 신화의 한 장면이다…시골에는 시골만의 언어와 법칙이 분명히 존재한다. 평생 도시에서 살다 들어온 사람이 시골의 ‘문맥’을 파악하려면 자신의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까지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도시에서 가져온 생각으로 시골을 변화시키겠다는 시도는 지역 사회 입장에서는 악몽과도 같다.
50년이건 100년이건 그 이상이건, 섬이, 산골이, 시골이 존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 지역만의 무언가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섬사람을 존중했고 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의 미래를 걸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도 겸손했으며, 섬의 어른들에게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순수한 선의로 온전히 섬만을 바라봤다. 수많은 실수, 실패, 성공의 경험을 통해 마을과 함께 성장해 갔고, 결국 그들은 아마라는 작은 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됐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
사회의 변화는 언제나 작은 계기에서 시작된다. 변화 자체가 너무 조그맣기 때문에 아무도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씩 변화가 확대되다 보면 언제가는 그것이 우리 사회를 바꾼다. 사람을 움직이고 미래를 만들어 낸다.
’이 섬에서 일어난 작은 일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거다.’
이 섬에 뭐가 있을까? 사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을 세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 섬에는 앞으로 경험할 ‘미래의 모습’이 있었다. 인구 감소, 출산률 저하를 동반한 고령화, 재정난…전부 부정적인 것들뿐이었다.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 보면 이 섬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미래에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들과 같은 문제였다. 만약 그런 미래 상황 속에서 지속가능한 사회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사회를 바꿀 계기,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풍요로운 자연에 둘러싸인 생활 속에서 우리들은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을 발견했고, 섬사람들과 섬 문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섬 자체가 하나의 학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정말로 학교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 책은 그런 우리가 섬에서 발견한 미래에 대한 작은 보고서다.
#우리가 섬사람이 된 날
지역 만들기는 사회 구조 자체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도시와 지역 간의 역할 차이가 있다. 정보나 물건이 유통되는 차이, 더 나아가서는 사람의 차이가 그 안에 있다. 지역 만들기, 나아가 지역의 자치를 고민하는 것은 사회를 고민하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차이? 기획의 필요한 곳,『지적자본론』)
결론적으로는 사회 시스템에 어떤 식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실천가가 될 방법을 찾고 싶었다.
‘생각은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행동할 수 있는 건 지금뿐이다.’
시골의 고용 창출을 위해 ‘섬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것.
지역 사회 활성화라는 말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같은 의미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매력적인 사업이 필요하다.
섬 학교? 사업을 이끌어갈 사람들이 시골에서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 부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주식회사여야만 하는 이유. 하고 싶은 일의 윤곽은 잡혔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꿈과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
“시골에 가면 일자리가 없잖아요.” 시골 같은 지역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 고용문제.
실천가가 되어 무언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 거다. 우리가 만들고자 한 섬 학교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면 좋을 거라는 생각도 그때 하게 됐다. 돌고 돌아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는 조직. 그런 이미지에서 도출된 이름이 ‘메구리노와(‘순환의 고리’라는 뜻)였다.
NPO가 아닌 주식회사!
“우리가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통해 이 섬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실례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 이런 삶도 있다는 걸 현실감 있는 말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봐….”
‘타지 사람, 젊은이, 바보’. 그 지역 안이 아닌 외부에서의 시각을 가질 것, 젊은 힘을 주축으로 할 것, 바보처럼 순수하고 자유로운 발상을 지닌 지역 사람이 지역 만들기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섬 전체가 학교다. 단절된 섬이란 땅의 공간성, 좁지만 그 안에 사회 시스템이 전부 들어가 있다는 완결성에 의해 아마초(초=면단위)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보였어요.
지역민을 선생님 자격으로 학교에 모시고 아이들을 마을 만들기에 참가시키면서 섬 전체 차원의 교육 환경 만들기를 진행. 전국의 의욕적인 아이들을 모집하는 ‘섬 유학’ 프로그램도 시작.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카페. 좋아하는 음식을 통해 우리 마을을 좀 더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
#섬에서 우리의 일을 시작하다
섬의 음식문화제. “꿈만으로 사업이 되는 건 아니지.” 회사 차원의 이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돈벌이하며 배우는 회사. ‘이 섬에 대해 배우면서 경제 이익을 창출한다’
‘아마 왜건’. 도시와 농촌 교류를 목적으로 한 4박5일 일정의 섬 체험 프로그램.
생선 파는 웹디자이너. 도시에서는 분업은 당연한일. 그러니 회사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특화하면 된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부분이 아닌 전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부분이 아닌 전부를 해 나갈 수 있어야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작은 사이트. 그 대신 우리는 늘 생각한다. 구매자가 우리를 ‘섬에 사는 친척’이라 여길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만들자고. 그래서 구매자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철마다 나는 섬의 맛있는 먹을거리를 덤으로 조금씩 넣어 주기도 한다.
#섬 문화와의 만남
섬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섬 경제의 기반은 여전히 물물교환. 사람에 대한 감정이나 마음도 함께 교환된다. ‘이 섬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물물교환의 진정한 의미? 돈과 달리 물건에는 사람의 마음이 깃들기 더 쉽다.
구름 속 바다 한 가운데 홀로. 이런 체험을 하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깨달을 수 있었다. 섬에서 만나게 된 신과의 접점을 통해 인간이란 자연에서 무언가를 얻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남의 일이란 없다. 아마는 섬인 만큼 지역 사회가 정말 좁다. 움직임을 간파하기 쉬운 사회. 남의 일인 게 아무 것도 없는 사회다.
언뜻 봐서는 훌륭한 기술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지만, 그것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힘, 그리고 그들 사이의 이해가 필요하다.
아마다움이란. 밖에서 온 사람은 “아, 참 좋다”하겠지만 살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 귀찮다” 싶은 부분도 많아요…문화와 전통을 이어간다는 게 아마의 장점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뭐든지 계속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속하는 것이 모든 것의 재산입니다.
지역 만들기 사업을 통해 발생한 이익이 고스란히 지역에 남기 때문에 지역민들이 기뻐할 수 있는 거지요. 지역 만들기를 섬 밖 업자에게 맡기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이야기도 없어요. 메구리노와가 이런 일을 해 주고 있다는 것이 가장 고마운 점이지요.
#제2의 고향
내가 있을 곳. 출생지와 고향은 비슷해도 느낌은 참 다른 말이다. 예전에는 출생지와 고향이 일치했다.
사람이 어딘가를 고향이라고 느끼게 되는 건, 그곳에 자신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존경할 만한 사람이 있고,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 곳, 그것과 연관된 일을 하고 있고, 여러 사람들이 내 집을 찾아와 주는 그런 곳.
아이들에게도 마음의 고향이란 게 필요한 건 아닐까, 불현듯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
고향은 오직 한 곳만은 아니다.
문화는 사람을 키운다.
#섬과 함께하는 회사
시골 벤처 기업일 것. 시골에 자리 잡고 있는 회사들과 경쟁하고 시골의 지분을 까먹어서는 안 된다. 섬 밖에서의 외화 획득을 통해 섬을 풍족하게 만드는 기업.
‘열 보 앞의 미래’ 같은 것이 아니다. 주변화 보조를 맞춰 걸어 나가되 눈은 반 보 앞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섬에 필요한 사람음 평론가가 아니라 실천가다.”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같은 시선에 서야만 대화를 할 수 있다.
순환하는 프로세스 투어리즘. 메구리노와는 돈을 벌면서 배우는 아마의 회사다. 행사의 참가자가 협력자도 된다. 협력자가 발신자도 될 수 있다. 새로운 유대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는 아마초에서 슬로푸드의 원형을 봤습니다. 슬로푸드란 그 땅의 전통 식문화와 식재료를 다시금 바라보자는 운동입니다…식문화의 본질은 지역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입니다…”
“1차 산업의 재생을 위해 지역에 있는 것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지역으로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을 해 보고 싶었다. 우리는 지역발 지역 기획 미디어의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다. (유스트림생중계)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섬 안의 관점을 이해하며 섬 밖의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큰 세계로 나갔다가 다시 아마로 돌아올 수 있는 교육이야말로 앞으로 아마가 내디딜 미래에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미래 지도. 지역민들과 모여 후세에 전해져야 할 역사와 문화, 전톤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있어요.
#우리가 만든 섬 학교
‘섬 학교’란 어떤 것일까?
외지 사람을 섬으로 불러들여 섬 그 자체를 이용해 다양한 것을 체험하고 생각하게 만든 다음, 인생의 다음 행보를 발견하도록 도와준다는 게 섬 학교의 기본 구상이다.
‘오감 학원’. 오감을 통해 체험하면서 인간의 잠재력을 스스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오감 학원의 생각이다.
아마의 식문화를 세상에 알리다. 섬 요리 전도사, 섬의 요리법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해 매일 최선의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우리는 먹고 사는 건 어떻게든 해결된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후세에 무언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음식이라는 것을 통해 ‘생명을 먹는다’는 자세, 생명의 중요함을 느끼는 데 필요한 요리 본연의 방식을 후세에 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섬에 불러들이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어야만 합니다.
‘오늘의 메인 요리’? 바로 윗 세대, 어느 가정에나 있었던 식사,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식사다.
#아마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
일본의 ‘현재’는 도쿄로 대표되는 도시에 존재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일본의 ‘미래’를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이런 가설로서 아마의 가르침이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건 아닐까.
도시를 바꾸는 지역의 미래성. 도시의 삶, 소비적인 미래상에 농락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도쿄가 현재의 물질 문명에 특화된 것이 비해 지역은 과거의 정신문화에 특화되어 있다.
협의의 글로벌화란 가격 이외의 정보에 둔감해지는 사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에는 본래 전체가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채소와 쌀이 왠지 더 맛있다는 그런 얘기다.
‘모두의 일’로 찾은 새로운 삶의 축. 모두의 일이란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다. 축제부터 마을 대청소까지. 내가 사는 지역을 좋게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모두의 일에 포함된다.
새로운 삶의 방식이란 다음의 세 가지를 충족하는 삶이다? 1)생활: 사람과 자연의 균형, 2)모두의 일: 사람과 사람의 균형, 3)돈벌이: 노동의 균형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을 미래와 연결하는 모두의 일을 할 수 있다면 돈을 벌고 생활하는 일이 훨씬 쉬워진다.
메구리노와는 학교지만 아직 번듯한 학교 건물 하나 없다. 지금까지는 ‘섬 전체를 배움터’로 삼고 활동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하드웨어로서 학교를 건축하는 게 우리 목표다.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 섬에서 발견한 미래 보고서”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