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골 농부를 스타로 만든다. 다카하시 히로유키. p229
굴이 생기고 자란 스토리를 알게 되면,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이해’와 ‘감사’가 생겨나고 굴맛도 그만큼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이것은 그 어떤 일류 세프도 흉내낼 수 없는 놀라운 조미료이다. 먹거리에 대한 배경지식을 안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혀뿐만 아니라 머리도 함께 온몸으로 느끼는 것.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이해하고 감사할 수 있게 된다면, 먹거리의 가치 그리고 먹거리를 기르는 생산자의 가치가 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슈퍼마켓에서나 볼 수 있는 먹거리들의 숨은 이야기. 그 먹거리를 길러낸 사람은 대체 누구이며 어떤 인생을 걸어왔을까. 어떤 철학을 가지고 먹거리를 기르고 있으며 그 먹거리를 기른 자연은 또 어떤 존재일까.
그런 정보를 알고서, 스스로 식재료를 조리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는다.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대한 관심은 결과적으로 나와 내 가족의 생명과 건강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로 연결된다.
우리가 「도호쿠 다베루 통신」에서 하고 있는 일을 딱 하나다. 먹는 것 이면에 숨겨져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
그곳에는 우리의 상상을 완전히 초월하는 풍요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다. 우리가 목격한 것은 현대 소비사회가 잃어버린 ‘살아 있다는 실감’과 ‘연대감’을 친근한 ‘먹거리’를 통해 되찾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나는 오늘도 이들이 시선을 주는 그곳에서, 새로운 사회의 ‘태동’을 느끼고 있다.
#지방에서 깃발을 꽂고 계속하다
‘3 없음’의 내가 매일 계속한 길거리 연설.
일본에서 정치가가 되기 위해서는 흔히 ‘지반, 간판, 가방’이라는 3가지 요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들 한다…하지만 나는 이 세 가지 중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열정과, 한 번 버렸던 고향과 자신을 구하고 있다는 생각과, 돌아갈 길이 없는 간절한 마음뿐이었다. 나는 이미 도쿄 친구들 그리고 고향 친구들에게 피폐한 고향을 일으켜 세우는 데 앞으로의 내 인생을 바치겠다면 대대적으로 선포를 해버린 후였다. 나는 막부 말기의 무사인 사카모토 로마의 명언,
“부끄러움을 때려 부수면, 세상 일이 순조로워진다.”
라는 말을 수십 법이나 되뇌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나는 기존의 이익 유도형 정치에서 이념 공감형 정치로의 전환을 기치로 삼았다. 그것을 알기 쉽게 ‘여기여기 붙어라 방식의 정치’라고 표현했다. 나는 비전이나 정책을 높게 세운다. 거기에 찬성하는 사람은, 어디 당원이든, 어떤 직업을 가졌건, 노인이든 청년이든, 나와 더불어 함께 가자고 했다.
‘도란도란 현정 보고회’. 300개 정도의 공민관과 집회소. 가장 안쪽까지 가면 집이 10채 정도밖에. 하지만 이렇게 작은 마을이라도, 작지만 집회소는 있다. 사실 이런 곳일수록 참가율이 높았다. “이런 곳까지 의회 보고를 하러 온 의원은 당신이 처음이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나는 크거나 작거나 관계없이, 모든 지역의 집회소를 돌았다.
현정보고회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1차산업에 대한 이야기. “이 일로는 먹고 살 수가 없다. 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나는 농촌마을을 다니면서 생산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거기서 그들의 풍요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는 비대해진 소비사회가 잃어버린 가치가 존재하고 있었다.
또한 농촌에는 소비사회가 없앤 아주 중요한 가치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관계성’이다.
농사일은 혼자 할 수 없다. 나와 타인, 나와 지역사회, 나와 자연, 나와 조상님들이라는 여러 가지 다양한 관계성 위에 그들의 일이 성립되고 있다. 개별적으로 분석된 도시생활과는 정반대되는 생활이다.
“요즘 정치가는 마음이 없다. 머리로 생각만 하니까 안 되는 거다. 마음이라는 건, 머리가 아니라 몸속에 있는 거다. 그러니까 무조건 현장으로 가라. 그리고 우선 마음으로 느껴라. 그렇게 하면 무엇이 필요한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도보 유세. 많은 관계자분들이 무모하다, 말도 안 된다며 반대를 했지만…내 자신만의 언어로 현 주민들에게, 그리고 피재자들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먹거리의 이면을 알게 된 소비자는 ‘이해’와 ‘감사’를 느끼게 된다. 그것은 어떤 일류 요리사도 흉내 낼 수 없는 대단한 조미료인 것이다.
한 개에 100엔이라는 높은 가격인데고, 굴은 계속해서 주문이 들어왔다.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연결되어야 1차산업을 살릴 수 있구나, 나는 확신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커뮤니케이션으로 연결한다.’
목적은 확실했지만, 구체적인 수단은 좀처럼 생각나지 않았다.
하늘에서 아이디어가 내려왔다? 모든 회원의 기술을 조합시켜 보니, 잡지가 딱이야. 우리 미디어를 만들어보자!
나는 이 기획에 최초로 깃발을 꽂은 인간이다. 그 깃발이 정말로 세상에 필요한 거라면, 사람도 돈도 반드시 모여든다. 그것을 나는 ‘하늘의 배합’이라 부른다. 만일 사람이나 돈이 모이지 않는다면, 내가 세운 깃발이 잘못된 거라 생각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다.
#사상 최초의 ‘먹는 정보지’
먹거리 서비스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생산현장 리얼리티가 소비사회에 던진 것.
“현장에 가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도쿄에서 깨닫지 못하는 것을, 미디어를 통해 깨닫게 해주고 싶어요…”
‘생산자의 얼굴 사진’보다 ‘먹거리’로 하자? 식재료가 가진 자연의 색이 가지런히 보이는 게 더 아름다워요. 사람은 컬러풀한 것이 진열된 디자인에 끌려 ‘갖고 싶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니까요.
창간호 특집. 나는 정말 기뻤다. 지금까지 소위 ‘묻혀 있던’ 가치를 드디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날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도호쿠 다베루 통신』은 이처럼 숨겨져 있는 생산자의 삶의 모양새와 자연의 실상, 생명 사이클을 느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먹거리 이면을 가시화시켜 준다.
“당시에는 공정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했어요. 생산자분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죠.”
‘생명’으로서의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릴레이하다
‘가능한 한 자연 형태 그대로를 통째로 배달한다.’ 이제는 사물이 아닌 ‘생명’으로서, 생산자에게서 소비자에게로 전달하고 싶었다.
미역. 바다에서 채취한 형태 그대로 통째로 배송. 미역 본연의 모습을 몰랐던 독자도 많았던지 예상했던 이상의 반향이 돌아왔다.
“처음으로 미역이 이렇게 생겼다는 걸 알았어요!”
많은 독자들은 미역 귀나 잎 같은 부분을 분리하고 잘라서 포장해 놓은 것밖에 알지 못했다. 그런 식으로 포장해서 슈퍼마켓에 진열된 것밖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현장주의’로 ‘대변자’를 자처하다
매달 특집으로 내보낼 생산자 찾는 일. 요즘 유행하는 ‘무농약’ ‘유기농 재배’ 같은 기준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생산자를 찾는다. 철학이나 비전,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있는가. 스토리를 갖고 있는가. 쉽게 말하면, 내가 반했는가 어떤가, 내 자신이 감동을 받아서 그 이야기를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인물인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철저한 ‘현장주의’. 출판업계 경험이 없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아요.” “기사 쓸 때 좋은 점만 골라서 쓰지 않았으면 좋겠소…아무튼 현실을 제대로 좀 써 주시요.”
지금 우리 소비자에게 결정적으로 결여된 것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1차산업 문제를 자기화하는 ‘공감력’이다.
그러므로 1차산업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먹거리 이면에 있는 생산자라는 존재를 그대로 인식하고 연결함으로써 ‘공감력’을 연마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자신이 매일매일 먹는 음식의 식재료를 만들어주는 사람을 모르는 게 당연시 되어버렸다. 먹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거리가 너무 멀다.
물류가 지나치게 발달한 나머지 ‘생산현장과 소비현장이 분리되어 버리는’ 부작용을 낳은 점이다. 효율화로 인해 가격은 그 틈새 사이로 넘쳐 곤두박질쳤고 생산물의 가치는 보이지 않는 뒤쪽으로 숨어버렸다.
거대한 유통 시스템으로 인해 생산자와 결별하게 된 도시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고작 ‘가격, 겉모습, 맛, 칼로리’ 등, 모두 소비영역의 이야기뿐이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은 먹거리 이면에 있는 생산자의 존재다. 분단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함으로써, 갈 곳을 잃고 막혀버린 현대 소비사회에 새로운 길을 연결해야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농촌과 어촌 세계를 재생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려면 농부나 어부의 사회적 지위를 올려야만 한다.
지금 후계자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까닭은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너무 낮은 탓이다.
판로 확대나 브랜드화 등 그들의 수입을 올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비즈니스는 지금까지고 많이 시도되어 왔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이 악순환을 끊을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가 간과했던 부분은, 생산자의 사회적 지위를 올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비즈니스다. 이건 수입을 올리는 비즈니스보다 천 배는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소비자 의식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도시와 지방,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커뮤니티의 힘
우리 정보지는 말 그대로 ‘매개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질적인 것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미디어의 본래 모습이 아닐까.
내가 지난 1년 동안 『도호쿠 다베루 통신』 운영을 통해 그들에게 배운 것은, 그들이 지금까지의 ‘먹거리와 돈의 교환이라는 빈곤한 관계’에서 벗어나, 교환 불가능한 ‘먹는 사람과 만든 사람이라는 풍요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시와 지방이 뒤섞인 새로운 ‘고향’을 찾아서. 도시에는 오로지 돈으로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게다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교육을 받은 젊은이로 가득차 있다. 그들에게는 돌아갈 ‘고향’이 없다…지방사회에는 도시가 잃어버린, 화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그들의 힘만으로는 존속시킬 수가 없다.
#소비자와 소비자가 한 발짝씩 다가가 서로를 지탱하는 ‘CSA’
공유 가능한 가치관을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이어지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 그 해답이 바로 CSA에 있다고 판단했다.
지산지소(知産知消). 아는 사람이 만들고 아는 사람이 소비하는 관계.
#전국으로 범위를 넓힌 『다베루 통신』 모델
커뮤니티 서비스는 1,500명 한정으로. 독자수를 제한하고 나니, 생산자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비전만 공유하고, 지역마다 독자성을 발휘할 수 있는 모델을 생각해 봅시다.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의사결정도 모든 지역에서 각각 하는 방식으로요.”
“중요한 것은 동료입니다. 신뢰할 수 있고 행동력 있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대인의 문제는 리얼리티의 상실에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를테면 인터넷만 보았을 뿐인데도 마치 그것을 다 아는 것처럼 느끼죠. 그래서 뭐든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콘셉트는 “먹거리 발견은 마을 살리기”. 계간지로 설정. 가격은 2,700엔.
도시 최초의 『가나가와 다베루 통신』으로 내 주변의 생산자를 알게 되다
1차산업을 정보산업으로 바꾸다
#끝내는 말
완성된 소비사회 속에서 생존감이나 신체성, 정신성, 관계성을 상실한 젊은이들은 리얼한 연결고리에 굶주려 있다.
「다베루 통신」은 잠재되어 있던 지방 생산자의 에너지를 눈으로 보이게 만들고, 완성된 소비사회에 묻혀 도시에서 잠자고 있던 ‘개인’을 깨워서, 다 함께 잘 살아가자고 하는 전대미문의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 미래에서 ‘희망’을 느꼈고 이것은 기존의 매스미디어나 음식 택배 서비스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역할이라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
나는 감히 ‘일본 재생장치’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 작은 미디어가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