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돌베개.


108 75년부터 80년 복학하기 전까지 5년 동안이 내 인생의 기본 방향, 가치관, 신념 같은 게 정립됐다고 봐야겠지. 감옥에서도 엄청난 분량의 책을 읽었어요. 출소 이후에도 낮에는 책 읽고, 저녁에는 사람들과 술 마시면서 토론하고. 그런 생활이 익숙해졌어요. 80년 이후에는 그것을 현실에서 풀어 가는 실천의 과정이었고.
173 사회사상사를 공부하면서 내가 마음에 새긴 명제가 있어요. 가치는 역사에서 배우고 방법은 현실에서 찾는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는 교조적인 마르크스주의가 가능하지 않다는 걸 보여 줬어요. 로자 룩셈부르크의 주장은 20세기 초에나 통 했을지 모르지. 칼 포퍼 같은 학자는 마르크스주의를 버리고 ‘개방 사회’ 개념과 함께 끊임없는 진보. 개혁을 주장했어요. 혁명은 짧고 단순한 과정이지만 개혁은 인내심을 갖고 계속해야 돼.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려운 거예요. 우리 사회는 일제강점기를 거쳐서 분단이 됐는데 여기에 교조적인 계급투쟁이 통할 수 없어.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서 개혁해야지.
205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균형이 중요해요.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열정과 책임감과 객관성이 중요하지.(정치인의 기본은 공적 마인드!!)
재야 운동은 열정과 책임감과 희생이 필요해요. 핵심이 달라. 정치는 균형, 학문은 객관성, 재야 운동은 희생• 헌신이지.
209 시민들의 저항이 박정희 정권도, 전두환 정권도 무너뜨린 거지. 대단해요.
334 작은 관행 하나를 개선하는 것도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에요. 수업 준비물을 학생들한테 가져오게 하지 말고 학교가 사도록 했어요. 부모들은 아주 좋아했지. 매일 아침 준비물 챙겨서 보내는 게 힘들잖아요. 근데 학교 앞 문방구들은 난리가 나는 거야. 모든 일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요.
한꺼번에 다 바꾸는 게 불가능해. 초등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해서 학부모와 교사가 참여하게 했지.
354 ‘퍼블릭 마인드’를 한마디로 정리해 주신다만요? 어떤 사회 수요에 대해서 판단을 잘하고 책임을 지는 거. 판단력과 책임감, 이 두 가지를 잘 끌어가는 게 ‘퍼블릭 마인드’가 아닐까 싶어요.
355 다행히 내가 읽는 속도가 아주 빨라요. 책 읽을 때 가로로 읽는 사람이 있고 대각선으로 읽는 사람이 있고 세로로 읽는 사람이 있어요. 나는 대각선으로 읽는 편이야. 중간은 되는 거지. 안동 교도소에서 책을 많이 봐서 훈련이 된 것 같아요. 업무 파악하고 일 처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어. 보고서나 자료를 읽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세 배 정도 빨랐어요.
405 노무현 대통령 당선. 선거는 기본적으로 진정성이 있어야 돼요. 그리고 비전과 신뢰가 필요하지.
456 노 대통령 같은 분이 없어. 사심 없고, 개방적이고, 권위주의 없고…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이해찬은 다른 나라 역사에서 한국 사회를 바꿀 방법을 찾지 않았다. 가치는 역사에서 배웠지만 목표와 방법을 찾을 때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이해찬 회고록>이라 하면 누구나 우리 시대 민주화 과정의 생생한 기록을 기대할 것이다. 책은 그 기대를 채워 주기를 부족함이 없다. – 백낙청
이해찬은 예나 지금이나 공적인 사람이다. – 유시민
정치인의 최우선 덕목은 ‘공적 마인드’임을 살아낸 삶 자체로 들려주는 이야기. ‘보수’라는 겉모습으로 사적 마인드를 꼭꼭 감싸고 있는 정치인들. 민주화는 공적 마인드로만 이루어 낼 수 있다. 정치란? 사적 마인드 컨트롤! 정치는 공적 마인드로 사적 마인드를 제어하는 것.
정치경제? 정치와 경제는 바늘과 실 같은 불가분의 관계. 사적 마인드, 사리사욕 추구에 기반한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해독제 역시 공적 마인드일 수밖에 없다.
혼자가 아닌, 공동체는 그에 걸맞는 공적 마인드가 있다.
공적 마인드가 충분한 공동체라면 정치가 필요 없다. 공적 마인드만으로도 충분한 무위의 정치가 작동하기 때문에.
정치의 역설? 공적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