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적 상상력. C. 라이트 밀즈. p276
이 책에서 말하는 상상력이란 사회 문제의 의미와 그 맥락을 올바로 파악하는 안목을 뜻하므로 달리 표현하면 통찰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밀즈는 알고 있는 것을 늘 행동으로 연결시킨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미국과 세계의 현실에 정명으로 맞서는 밀즈의 행동을 당시의 학계가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학계로부터는 국외자였다.
거대 이론가들은 역사적이며 사회구조적인 맥락을 알려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 의식 자체가 없고 비현실적이다. 그들은 오로지 끝없는 ‘개념’ 조작만 할 뿐이다.
추상적 경험주의자들의 ‘방법론’과 거대 이론가들의 ‘개념’ 숭배는 모두 사회 연구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그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장인(匠人)’이고 제일 싫어하는 단어는 ‘관료’이다.
사회 연구의 ‘관료화’? 사회를 관료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사회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예측’하려고 한다. 이들은 세상은 확고한 규칙이 지배하고, ‘개념’ 조작으로 이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방법론적으로는 추상적 경험주의를 이용한다.
사회학적 상상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거대한 역사적 국면이 다양한 개인들의 내면 생활과 외적 생애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 사회학적 상상력이 있는 사람은 개인이 일상적인 경험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잘못 인식하는가를 고려할 줄 안다.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한 관점에서 다른 관점으로, 즉 정치적인 것에서 심리적인 것으로, 단일 가족 연구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 예산에 대한 비교 연구로, 신학교에서 군부대로, 또는 유류 산업에 대한 고찰에서 현대 시 연구로 시선을 옮겨가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불안과 무관심의 시대이다. 이성과 분별력이 작용할 만한 터전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개인의 삶에서는 가치와 그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되는 개인 문제보다는 모호한 불안의 고통이, 명백한 공공 문제보다는 단지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는 어리둥절한 느낌이 더 많다…그러니 사회과학의 문제들로 올바로 정립될 리가 없다.
사회과학자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지적 과제는 현재의 불안과 무관심을 이루는 요소를 명백히 밝혀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