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범 강산에 눕다. 임순만 장편소설. 한길사 창립 50주년 기념출간.
“독립지사들의 말과 글은 눈물을 삼키며 써내려간 피의 기록이다. 그들의 말과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사상이었고 인간이었으며 생명이었다.”
“나는 우리 겨레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예술과 학문, 떳떳한 정신을 지닌 문화의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무궁화와 같은 꽃이 피어나고, 우리 말과 글이 천하에 떳떳한 나라, 그것이 내가 꿈꾸는 문화강국의 모습이다.”
114 “사냥은 짐승을 죽이는 거지만, 책은 사람한테 질문하는 힘을 주지요. 책이 사냥보다 더 무섭습니다.”
117 “학문이란 무엇인가. 학문이란 배움과 물음이라네. 물음을 통하 여 배우고, 배움을 통해 묻는 것이라야 참지식이 되는 법이지. 열린 문답이 오고 감으로써 세상을 넓은 눈으로 보게 되고 인식이 심오 해지는 것일세.”
118 스승은 금언이 기록된 책장을 접어두었다가 제자에게 읽어주었다. 사람의 처세는 마땅히 의리에 근간을 두되, 일할 때는 판단, 실행, 계속의 세 단계로 나아가야 성취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스승은 제자에게서 가장 부족한 것이 과단성이라고 생각했다. 눈빛은 신중 하고 깊지만 이른 나이에 큰 어려움을 여러 번 겪다 보니 과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이 보였다.
스승이 말했다.
“무슨 일을 밝게 보고 잘 판단하더라도 실행의 첫 출발이 되는 과단성이 없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118-119
스승이 말했다.
“무슨 일을 밝게 보고 잘 판단하더라고 실행의 첫 출발이 되는 과단성이 없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벼랑에서 나뭇가지에 매다려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움켜잡은 그 손마저 놓아야 대장부라 할 수 있다.
득수반지무족기
현야살수장부아
<금강경오가해>에 나오는 야보 스님의 송이라고 했다,
스승이 일렀다.
“출격한 장부라면 터럭만큼도 유예하지 말고 집착과 분별의 경계를 놓아버려라. 백척간두에서 한 발을 내딛는 묘수가 될 수 있느니라.”
“스승님, 암흑 속에서라도 살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나 움켜잡고 견뎌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손을 놓아버리는 것은 포기가 아닌가요?”
선생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손을 놓은 것은 떨어짐이 아니라 천 길 아래 숨은 길을 찾는 일이니라. 붙잡고 있으면 한 뼘 시야에 머문다. 놓아야만 온 천지를 밟을 수 있다.”
이 문장은 이후 창수 삶의 대명제가 되었다.
창수는 ‘위정척사’의 유교 정치사상에 눈을 떴고, 동학농민운동과 청일전쟁을 이해하는 국제적인 안목도 넓혀갔다.
224 의장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음을 선포했다…
이 땅의 역사는 단군에서 대한제국에 이르기까지 왕의 이름으로 호흡해왔다. 그 오랜 질서가 무너졌다. 왕의 자리에 국민이 앉았고, 명령의 언어는 약속의 언어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은 반만년 동안 이어진 군주의 시대를 끝내고, 민주공화국이라는 낯설고도 새로운 시간을 이 땅에 불러온 사건이었다.
266 ‘내가 죽거든 자식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단 말인가…’
284 “내가 내 경력을 기록하여 너희에게 남기는 것은 결코 너희더러 나를 본받으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바는 너희도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나 동서와 고금의 허다한 위인 중에서 가장 숭배할 만한 이를 택하여 스승으로 섬기라는 것이다. 너희가 자라더라도 아비의 경력을 알 길이 없겠기로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다만 유감되는 것은 이 책에 적는 것이 모두 오랜 일이므로 잊어버린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하나도 보태거나 지어넣은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니 믿어주기를 바란다.”
147 김창수는 감옥에서 많은 걸 배웠다. 책을 통해 지식을 넓혔고, 민 중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무엇보다절실하게깨달은것은혁명가는적에게체포되어서는안된다는사실이었다. 이것이 감옥이라는 ‘교과서’에서 얻은 최고의 교훈이다.
글은 혼자 지새운 밤이 그에게 남기는 선물이 되었다.
560
“1948년 4월 19일.
오늘 나는 마음의 삼팔선을 넘는다. 이 선은 땅 위에만 그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들 마음속에도 깊이 새겨졌다. 우리는 그 선에 익숙해졌다. 그 선 너머를 적으로 본다. 동족끼리 대화 한 번 못 해보고갈라서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죄다. 통일은 먼저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586 ”그런데 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우리가 30년 동안 피 흘리면서도 놓지 않고 살아온 이름이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감옥에 갇히고, 총에 맞고… 중국 여러 고장을 돌아다녔지. 너희 어머니와 여동생도 중국에서 세상을 떠났고. 그런데 오늘 저 불꽃 아래서는 그 이야기를 하는 이가 한 사람도 없구나.”
글은 혼자 지새운 밤이 그에게 남기는 선물이 되었다.
560
“1948년 4월 19일.
오늘 나는 마음의 삼팔선을 넘는다. 이 선은 땅 위에만 그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들 마음속에도 깊이 새겨졌다. 우리는 그 선에 익숙해졌다. 그 선 너머를 적으로 본다. 동족끼리 대화 한 번 못 해보고갈라서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죄다. 통일은 먼저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586 ”그런데 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우리가 30년 동안 피 흘리면서도 놓지 않고 살아온 이름이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감옥에 갇히고, 총에 맞고… 중국 여러 고장을 돌아다녔지. 너희 어머니와 여동생도 중국에서 세상을 떠났고. 그런데 오늘 저 불꽃 아래서는 그 이야기를 하는 이가 한 사람도 없구나.”
“백범, 정세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사, 우리가 밟은 길이 자취를 감춘 듯하지만, 그 길은 겨레 속에 남아 언젠가 다시 이어질 것이오. 남북이 갈라선 것은 강대국의 힘 때문이지, 겨레의 뜻은 아니지 않소.” 김규식이 반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뜻을놓지않는건백범의대단한능력이오. 백범의 그 힘으로 분열의 삼팔선을 넘어 미래의 다리를 마저 놓읍시다. 언젠가 다리는 완성될 날이 올 것이라 믿소.”
603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것은 오직 인의와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문화의 힘일 뿐이다. 문화의 힘은 선량하고 자비롭다. 문화는 누구도 억압하지 않는다. 문화는 돈과 힘으로 다른 이를 차별하지 않고, 가지지 못한 자도, 배우지 못한 자도 배척하지 않는다. 문화는 다른 이를 감싸고 억압당한 심성을 다독여준다. 현재 인류가 불행한 근본적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감싸주는 것은 오직 문화의 따뜻한 힘이다. 이런 문화의 힘을 키우면 얼굴에는 항상 화기가 있고, 몸은 덕의 향기를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603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것은 오직 인의와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문화의 힘일 뿐이다. 문화의 힘은 선량하고 자비롭다. 문화는 누구도 억압하지 않는다. 문화는 돈과 힘으로 다른 이를 차별하지 않고, 가지지 못한 자도, 배우지 못한 자도 배척하지 않는다. 문화는 다른 이를 감싸고 억압당한 심성을 다독여준다. 현재 인류가 불행한 근본적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감싸주는 것은 오직 문화의 따뜻한 힘이다. 이런 문화의 힘을 키우면 얼굴에는 항상 화기가 있고, 몸은 덕의 향기를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대에 자신의 목숨을 온전히 던져 민족의 수난을 막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고맙고 눈물겹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분노와 절망에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서러움과 좌절을 자기 몫으로 껴안고, 나라의 독립과 분단 극복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태산처럼 무너졌으되, 길을 비춰주는 역사의 별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혀 억장이 무너질 때,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 놓고 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이것이야말로 역사의 사무치는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