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마을로. 조한혜정 외. p292
#토건국가를 넘어서
토건의 방법 외에는 나라를 일구는 방법을 모르는 나라에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계속 신도시를 만들고 거대한 아파트를 짓고 있습니다. 불안한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곳이 그나만 안전하게 느껴져서 아파트로 몰려듭니다. 그래서 아파트 값은 계속 오르고 아파트가 잘 팔리는 상품이 되자 사람들은 더욱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의 삶의 공간은 없어지고, 아파트가 아닌 주거 공간은 슬럼가가 되고 있습니다.
안전한 마을을 일구는 주민도 없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도 없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기억’도 사라진 시대가 와 버렸습니다.
그저 조만간 거대란 슬럼이 될 거대한 아파트 빌딩과 돈으로 살 수 있는 찰나적 관계와 행복들만 만발합니다. 어린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자라는 아이들은 시들시들 아프거나 이미 늙었고 어른들은 늙어 가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더 낳으려 하지 않는 시대,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엇는 시대가 오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의 애정이 그저 참견이고 간섭일 뿐이라고 하고 부모들을 정말 자신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토건국가의 병은 이런 식으로 터져 나왔고 그 병은 깊어져 회복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왔다고 한쪽에서는 호들갑을 떨지만 이제 겨우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한 여자들은 저 멀리 서서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입니다. 돌봄 결핍증을 낫게 할 명약이 있을까요?
#돌봄, 학습 사회로
개혁적 사례를 인큐베이팅하고 모델 개발을 해야 하는 경우, 계량화를 통한 평가는 적절하지 못하다. 계량화한 자료와 기존에 인정되는 전문성만을 기준으로 예산 편성을 한다면 여성계난 청소년계 등 혁신적인 일을 추진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정책이란 장기적 전망을 가진 것이고,..
홍성태(2005)는 토건국가를 “개발국가의 가장 타락한 형태로서 토건업과 정치권이 유착하여 세금을 탕진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토건국가’는 일본의 근대화를 가리키는 단어로 시작되었는데, 1970년대 초, 일본의 고도 성장이 끝나고 안정 성장 사회로 접어든 시점에 당시의 다나카 수상은 계속 대규모 토건 사업을 벌여 나갔다. 농촌의 실업자 문제를 토건업으로 풀면서 고도 성장을 지속하려는 정책을 펼친 것인데, 개발의 이권을 주는 대신에 비자금과 표를 주고받는 정경 유착의 현상으로 발전했다(정치의 본질은 경제, 정치는 경제의 현상)
홍성태는 박정희 군사 독재 시절에 ‘새마을 운동’으로 시작한 한국은 일본보다 더 심한 ‘토건국가’라고 말하고 있다. ‘토건국가’ 논의는 현재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다. 첫째로 국가의 재원이 토목과 건설쪽으로 대거 할당되기 때문에 문화와 복지로 가야 하는 예산이 없어진다는 점, 그리고 남성 중심 유흥 문화가 하나의 기본 인프라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압축적 불균형 토건국가와 돌봄의 위기
가족에 대한 질문: 가족해체와 저출산, 그리고 돌봄의 상업화
#돌봄의 사회화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것만을 ‘생산적’인 것으로 보고, 이익이 남지 않는 것은 ‘비생산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발전’이 보장될 수 있는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의 어긋남일 것이다. 교사는 자신이 가르친 사항을 그대로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교사가 ‘가르치는 것’과 아이가 ‘배우는 것’이 일치하는 일은 오히려 드물다. 교사의 활동은 이 어긋남을 통찰하고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성찰하고, 가르치고 있는 상황의 의미와 아이가 배우고 있는 상황의 의미와 관계를 조직하는 일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마음을 내서 기꺼이 어려움을 함께하려고 찾아온 사람들을 기쁘고 즐겁게 받아 주고, 자신의 부족함을 볼 줄 알고 나와 다름을 강조하기보다는 내가 갖지 못한 또 다른 조각을 갖고 있는 사람임을 알고 큰 품으로 안아 주는 곳, 그것이 바로 배움의 공동체가 되는 길이 아닌가 싶다.-정현영
아이를 기르는 데는, 자기 자식 교육에 관한 한 가장 뛰어난 전략가라는 대치동엄마보다 마을 도서관 하나가 더 낫다. 마을 도서관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통하는 사람들이 만나야 한다. 통하는 사람들이 만나 관계를 맺고 서로를 돌보는 일을 시작하면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궁하면 통한다’는 말에는 중간에 ‘변화’가 빠져 있다. 원래 이 말을 한 주인공인 공자님 말씀은 궁하면 우리가 변화하고, 우리가 변화해야 통하는 길이 생긴다는 것이다. 가족이 새롭게 변화할 길을 찾자. 새로운 모성과 부성이 필요한 때, 차이와 갈등을 드러내자. 아이와 세상을 소통하게 하자. 즐거운 돌봄에 투자하자.
교사는 무엇보다 좋은 학습자여야 한다(교학상장)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_비폭력 대화_이민식(마음사랑대표)
NVC는 서로의 욕구를 동등하게 수용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의식과 태도,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을 지향한다.
인간은 자신이 관계하는 대상을 명확하게 알고 싶어 하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가 분명하기를 바란다. 이런 것들이 모호하면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모호함을 해결하기 위해 모호하거나 빠진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상상이나 추측을 통해 메우려고 하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 소외와 단절이 초래될 수 있다…그래서 의사소통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명료하게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다.
NVC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 주는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자극 관찰, 느낌, 욕구의 세 요소를, 어떤 해법과 수단을 요구하는지를 알려 주는 요소로는 요청을, 그래서 모두 네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베시지를 주고받도록 권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도덕적 판단, 진단, 해석, 당위성, 낙인찍기, 비교 등 판단과 평가적인 언급을 뺀다. 자신의 느낌을 상대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방어적인 태도로 표현하는 대신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자신의 욕구와 가치에 관련된 것으로 표현한다… NVC의 모델에 맞추어 표현하는 것이 사실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이것이 제대로 되려면 많은 연습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대화를 매개로 하지만, 실제로 강조하는 것은 관점과 의식의 변화다…여러 가지 화술과 처세의 기술, 리더십 기법…그런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목표로 하는 바는 타인을 효과적으로 잘 설득하고 통제하고,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높여 경쟁에서 승리하고 더 많은 영향력과 힘을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결의 끈을 생각하는 삶. 우리가 겪는 불행은 대부분 소외와 단절이라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자기 마음과 단절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에서 소외와 단절을 경험할 때 우리는 삶의 의미를 잃는다. 무자비하고 냉혹한 마음과 폭력적인 언행은 소외와 단절을 경험할 때 일어난다. 그 대상이 타인이 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이 되기도 한다.
나는 매 순간 ‘연결성’을 잘 자각하면서 사는 것이야 말로 삶을 온전하고 풍요롭게 누리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NVC는 바로 그 ‘연결성’을 일깨우는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쉽게 안내해 준다.
시공을 초원하는 길고 방대한 연결의 끈을 생각하면서 한 개인의 존재를 초월하는 의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으면 우리 자신은 물론 세상의 여러 존재들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인드라의 그물망) 각자의 행동이 다르고 나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이더라도 그 모든 것이 나름대로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바라보자.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런 동기를 갖고 살면서 좋아하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