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론. 토마 피게티.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모순? r > g
불안정을 초래하는 주된 힘은, 민간자본의 수익률 r이 장기간에 걸쳐 소득과 생산의 성장률 g를 크게 웃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r > g라는 부등식은 과거에 축적된 부가 생산과 임금보다 더 빨리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등식은 근본적인 논리적 모순을 드러낸다. 기업가는 필연적으로 자본소득자가 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노동력밖에 가진 게 없는 이들에 대해 갈수록 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자본은 한번 형성되면 생산 증가보다 더 빠르게 스스로를 재생산한다. 과거라 미래를 먹어치우는 것이다. 이것이 부의 분배의 장기적인 동학에 미치는 영향은 어쩌면 끔찍할 수 있다.
올바른 해법은 매년 부과라는 누진적인 자본세다. 이는 초기 단계에 새로운 자본축적을 촉진하기 위한 경쟁과 유인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는 불평등의 악순환을 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경제학을 위해
나는 ‘경제과학’이라는 표현을 싫어한다. 이 표현은 경제학이 다른 사회과학 분야보다 더 높은 과학적 위치를 얻었다는 것을 내비치기 때문에 대단히 오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표현은 다소 낡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경제학과 다른 사회과학 분야를 구분하는 유일한 차이가 경제학은 정치적이고 규범적이며 도덕적 목적을 지닌다는 데 있음을 말해 주는 것 같다.
너무나 오랫동안 경제학자들은 이른바 과학적 방법이라는 것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려 했다. 사실 그 방법들은 수학적 모형의 과도한 이용에 의존하는데 이런 모형들은 흔히 자기 영역을 지키고 내용의 공허함을 가리는 데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학자들은 그들이 설명하려는 경제적 사실이나 해결하고자 하는 정치, 사회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기술도 없이 순수한 이론적 고찰에 지금까지 아주 많은 에너지를 허비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경제학자들은 통제된 실험에 바탕을 둔 실증적 방법에 대한 열의로 가득하다. 이런 방법들은 절제 있게 사용하면 유용할 수 있으며, 일부 경제학자가 현실에 기초한 질문들과 그 영역의 직접적인 지식에 주목하도록 해준 공을 인정받을 만하다.
반대로 다른 분야의 사회과학자들은 경제적 사실들에 대한 연구를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두지 말아야 하며, 어떤 숫자가 튀어나올 때 무서워 도망치거나 모든 통계는 사회적 구성물일 뿐이라고,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충분한 설명은 못 되는 이야기를 하며 자위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이 두 가지 반응은 같은 것이다. 둘 다 이 영역을 포기하고 다른 이들에게 넘겨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모든 사회과학자, 모든 저널리스트와 논평가, 노동조합의 모든 활동가와 온갖 부류의 정치가, 특히 모든 시민은 돈과 그에 대한 측정, 그를 둘러싼 사실들 그리고 그 역사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숫자를 다루기를 거부하는 것은 가난한 이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잉성장을 촉진시켜 식물을 고사하게 만드는 제초제의 원리와 다를 바 없는 자본주의의 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