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김어준. p329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
폼 잡는 이론이나 용어를 빌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해보자고
어떤 이론서에도 없는 무학의 통찰
누구도 가진 게 당연한 사람은 없다. 진보는 자기가 가진 게 당연해선 안 되는 거다
노무현의 애티튜드가 빛을 발한 순간은, 상황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을 때였거든. 그런 순간, 사람들은 매료되지. 평소의 올바른 발언이야 누구나 할 수 있잖아.
#1 좌,우. 무서우니까
이념이 아니라타고난 기질이다? 삶의 불확실성이란 공포에 대처하는 태도. 무서우니까 자신만이라도 살아남겠다며 바버둥 치는 것들의 리액션. 그래서 난 우는 세계관이 아니라 반응이라고 생각해. 공포와 마주한 동물의 반응. 그런 수준의 반응은 인간이 아니라 동물도 다들 하는 거거든. 식량이 없는 두려운 거울을 견디고 봄까지 살아남기 위해 가을에 졸라 많이 처먹는 곰의 적응과 하등의 차이가 없는 거라고.
우선 지가 다 처먹고 나서, 남은 찌꺼기를 나누어주는 것이 경제라고.
좌의 경제는 그럼 뭐냐. 아직 만들지도 않았는데, 생산하기도 전에 나눌 것을 계획하는 것부터 경제라고 하지.
좌와 우는 그렇게 기본적으로 경제를 보는 출발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도. 그런 기질적 좌가 정교한 이론으로 정리된 건 겨우 근대에 들어서야. 하지만 우는 이념이 아니라 공포에 대한 반응이니까.
창 대신 돈을 든 완전 유인원? 인류가 쌓아온 정신적인 성과물 자체가 흔적도 없는 거지. 나 그래서 이명박이야말로 순결하다고 봐. 뇌에 구김살이 없어. 뇌가 완전 청순한 거야. 그래서 이명박에게 중요한 건 이념이 아니라 이권인 거지. 오로지. 그래서 내가 만날 그러잖아. 이명박은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는다고. 비유가 아니라 실제라니까.
이명박이라고 하는 인물에 투표한 게 아니라 자기들 욕망에 투표한 거지
정치보복의 금전화, 정치탄압의 생계화, 긴급조치의 민사화, 밥줄공안의 시대가 개막된 거지.
과거 군사정권은 조직폭력단이었어. 힘으로 눌렀지. 그런데 이명박은 금융사기단이야. 돈으로 누른다. 밥줄 꾾고 소송해서 생활을 망가뜨려. 밥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힘으로 때리면 약한 놈은 피해야 해.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피하고 뒤에서 씨바 거리면 돼. 그런데 밥줄 때문에 입을 다물면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 우울해져. 자존이 낮아져. 위축돼. 외면하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 위로야. 쫄지 마! 떠들어도 돼, 씨바. 그런 자세는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
검증은 그 사람 인생 전체로 하는 거다
#2 불법은 성실하다
그래서 부지런해야 한다?!
이명박은 돈에 대한 욕망 그 자체야
박근혜의 유일한 전략은 그 자리에 가만히.
#3 재벌, 자본주의 아니다
#4 정치는 연애다
천안한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인이 아니라고…이 사건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해. 국군통수권자가 군이 사고를 당해 수많은 인명이 죽고 다쳤는데 겨우 생각한다는 게 그걸 어떻게 자기 이익에 이용할 것인가밖에 없었다는 거. 이건 아무리 시간이 시나도 반드시 단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진보정당은 성장 못해? 논리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논리적이기만 해서 실패하게 되어 있다고. 대중에게 그건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자기들이 똑똑하고 정당한 게 뭐가 그리 중요해. 정치에서 중요한 건 사람들 마음을 얻는 건데. 마음은 제한된 자원이라고. 비슷하게 생각되는 곳에 여러 번 나눠줄 만큼 많지가 않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념이고 나발이고 사람들은 미안하다고
그렇지. 밝고 명랑한 얼굴로 이게 얼마나 더 쿨하고 더 편하고 더 유리한지에 대해선 마케팅하지 않은 채, 비장하고 우울한 얼굴로 그게 왜 올바른지, 왜 정당한지, 왜 가치 있는지만 포교한다고. 그럼 그건 내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 윤리의 문제가 되어버린다고. 윤리의 문제는 결국 얼마나 선명한가의 문제로 이어지지. 그건 정치가 아니라 종교의 영역이라고. 그럼 모든 게 도덕과 죄의식 차원에서 다뤄지게 되는 거거든.
우리는 올바르기 위해 사는 건 아닌데.
정당이란 기본적으로 내 욕망을 어떻게 수용하고 대리하고 구현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 조직인데, 우리 진보는 내 욕망을 어떻게 통제하고 절제할 것인가에 대한 요구만 있다고. 성리학의 영향으로 우리가 관념적 원리적 규범이 워낙 잘 먹히는 사회이긴 해. 제 몸으로 직접 겪어 자기 이론을 세우는 경험주의적 지적 전통이 미약하긴 하다고…역동하는 세계사로부터 단절되고 고립된 채 문서와 관념과 토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으니까.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 진보는 압축성장하지 않았다.
4대강의 진짜 본질은 이권이거든
코리아 디스카운트.
그런데 이런 분단으로 인한 디스카운트가 내 생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는지 개개인이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고. 그러니까 정치가 끊임없이 이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어떻게 내 삶의 기본 조건을 불안정하게 만드는지 설명해줘야 한다고. 그래서 내가 어떤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 인식하게 만들고, 그러지 않기 위해 통일을 하려면 또 지불해야 할 대가는 무엇인지 역시 구체적으로 알게 해줘야 한다고. 그래야 내가 그 비용을 치를 것인지 아니면 내 자식에게 미룰 것인지, 고민도 가능한 거지.
군산복합체는 전쟁 위협이 곧 비즈니스 모델
그러니까 군가산점 문제로 여자들과 싸우는 남자는 스스로의 멍청함을 자백하는 거야. 왜 여자들과 싸워. 정부와 싸워야지.
군가산점 문제는 남녀평등의 차원에서 봐서 안 된다는 거네.
그런 물타기가 바로 우리 정치의 특기지. 자신들이 야기한 구조의 문제는 덮어버리고 그 구조에 쏟아져야 할 비난을 엉뚱한 말초적 사안에 돌리는 거. 큰 연예인 사건들이 그런 용도로 많이 쓰여 왔지. 그럼 진짜 눈을 돌려야 할 곳은 어디냐.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병 월급 총액이 약 4,878억이야. 그런데 작년 한 해만 이명박이 4대강에 쏟은 예산이 6조 2,000억이라고…그런데 국방부가 내놓고 있는 병사들 월급 인상안을 보면 2020년까지 월 2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거야. 미친놈들.(웃음)
인간이 없는 진보가 어떻게 진보야. 진보도 강박이 되면 진상이 되는 거라고
옳기만 하면 뭐해. 거기에 맥락과 인간과 타이밍이 없잖아. 그런 메시지엔 아무런 힘도 없다고. 자신의 과민과 과잉을 냉철한 지적 과단성이라고 오인하는 거라고 봐. 혼자 잘난 사람 되고 마는 거야. 실제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고. 논평가들이 자주 하는 실수지.
내가 보기엔 이념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인데
진보신당 이념의 진보성을 바로 자신들 존재의 보수성이 좌절시키고 있는 거라는 걸 결코 깨닫지 못한 채.
겉으로는 논쟁인 양 진행한다고? 누가 설득되려고 논쟁하나. 난 이래서 당신에게 설득당할 생각이 없다는 걸 일방 주장하는 게 논쟁인데.
자신들이 설득할 대상과 가장 먼 언어로 말하는 이들이 진보 정당 사람들이라는 거.
신자유주의는 나쁘다? 설득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만 알아먹는 언어라고.
상대가 알아먹어야 메시지인 거지. 상대는 못 알아 먹는데 어떻게 메시지냐고. 혼잣말이지. 정치를 혼잣말로 하면 어떡해.
빌어먹을 엘리트 의식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해
그즐 주장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본능과 욕망이 아니라 이념과 이상을 이야기 하거든. 불편해. 그러니 더더욱 언어부터 대중적이어야 해.그리고 빌어먹을 엘리트 의식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해…종교가 아니라 정치를 좀 해줬으면 한다고 포교 말고 연얘 좀 하자고 제발.
정치는 상대가 날 인정해주는 게 아냐. 내가 내 존재를 스스로 입증하는 거지.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로 인한 정치적 상처를 감당해야 하는 게 바로 정치 지도자의 몫이다.
#5 공주와 동물원
물론 재밌지. 진보 정당이 수도원 이야기라면, 한나라당은 동물원 이야기거든.
하나 마나 한 말? 원칙이란 말은 그렇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안일 때에야말로 자신만의 분명한 철학을 드러내라고 존재하는 단어야.
정치를 이해하려면 결국 인간을 이해해야 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면 단일 학문으로는 안 된다. 인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팩트와 가치와 논리와 감성과 무의식과 맥락과 그가 속한 상황과 그 상황을 지배하는 프레임과 그로 인한 이해득실과 그 이해득실에 따른 공포와 욕망, 그 모두를 동시에 같은 크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섭해야 한다. 나는 통섭하다.(웃음)
#6 가능, 하다
나는 꼼수다
메시지 유통 구조를 보수에 의해 장악당했다는 거야…아무리 정교한 논리도 그 프레임 안에서 노는한, 절대 기득 구조를 이길 수가 없다…허접한 미시 논리를 깨는 데서 얻는 지적 쾌감에 도취되기 십상이지…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똑같은 세상이야.(웃음)…프레임 자체를 깨야 해.
뉴스의 진짜 힘은 뭔가를 다루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다뤄야 마땅한 뉴스를 다루지 않는 데 있는 거거든. 다루지 않으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그게 진짜 권력이지.
스스로 전파자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이 탄생하는 중이야. 이제 콘텐츠만 좋으면 스스로 성장하는, 콘텐츠가 자기 가치를 스스로 입증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탄생하고 있는 거야. 이 본질을 간파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웃음) 이거야말로 혁명이야. 탱크로 밀어야만 혁명이 아니야. 기득의 구조가 뒤집힐 수 있으면, 다 혁명이야.
이 찬스를 놓치면 안 돼. 이거 역사적 찬스야. 결핍이 거대한 만큼, 그 크기만큼 거대한 찬스야. 그런데 이런 역사적 찬스에 자기 손으로 그걸 못하잖아. 그럼 시대가 그걸 강제한다. 시대에 떠내려간다. 그럼 죽는 거야. 잉여 되는 거야. 아, 그게 막 보여.(웃음) 이 거대한 흐름이 왜 안 보일까. 안타깝다.(웃음) 자신의 입장이나 처지나 이념이나 이런 거 그만 떠들고, 자기 존재 다 걸고, 맞부딪쳐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해. 그게 진짜 혁명의 자세야.
사람들은 민주당을 못 믿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못 믿는다는 거야. 뭘. 그 역량을.
정치는 사람이 하는 거고, 사람은 마음으로 움직인다.
나머지는 사람들이 스스로 그를 발견해야 해. 사람들을 믿고 그들에게 맡겨야 해. 이런 말 하면 순진한 소리 말라고 할 사람들, 세상에 넘친다. 착각은 그들이 하는 거다. 사람들은 이미 각성했다. 그들이 제 마음을 표현할 구체적 언어와 그 마음을 줄 사람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그게 이명박의 절망이 우리에게 남긴 희망이다.
이때를 놓치면 절대 안 된다. 이명박을 버텨낸 우리에게는 문재인 정도를 가질 권리가 있다. 이명박을 겪어낸 우리에게는 그만한 자격이 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면 절대 안 된다. 그건 너무도 슬픈 일이다. 좌우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너무 슬픈 일이다.
해보자. 쫄지 말자. 가능,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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