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집을 짓다. 임형남•노은주.p271
부부 건축가가 들려주는 집과 인문학 이야기
현대인들은 수많은 지식과 이야기들을 파편화하여 신화에 나오는 거울처럼 나누어 가지고, 그 거울을 모두 모으기 전까지는 아무도 형상을 알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전체를 꿰어서 “결국은 이런 것이야” 하며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전문화’란 미명하에 지식의 지평은 깊어지기만 하고 넓어지지 않는다. 지식과 지식은 아무런 연관이 없이 서로 겉돌기만 한다.
“종합적 사고와 철학의 결핍 때문에 항상 새로운 이론이 늘어나고, 우리의 정신은 혼돈된 특수과학에 압도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인간 가능성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철학 이야기,윌 듀란트]
건축은 ‘숨겨진 존재들을 드러나게 해주는 작업’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다
르코르뷔지에의 대표작 ‘빌라 사보아’의 필로티pilotis
*문화란 잘 꾸며진 이야기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폐막, 런던 홍보 공연(지미 페이지, 베컴)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다
이야기는 기억으로 이루어진다. 마치 점들처럼 여기저기 퍼져 있는 기억들이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고 완성된다.
*도시에는 역사에 없는 사실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그러나 지금 서울에서 역사적인 상상을 하는 것은 마치 숨은 그림찾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막 한복판에서 공룡의 화석이나 선사시대 거주지를 찾는 것처럼 난감하기 그지없고, 밑도 끝도 없다. 게다가 서울의 도시를 이루고 있는 기억들은 대범한 관리들과 무심한 시민들에 의해 우리가 두 눈을 뜨고 바라보는 앞에서 가림막에 가려진 채 차근차근 부서지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가림막에 쓰인 문구들이 서울의 상징, 혹은 문화도시 운운하는 단어들이라는 것이다.
명분은 도시 녹지축 복원? 녹지축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라진 청진동 피맛골! 사라지는 서울의 실핏줄 같은 길들, 서울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의 문화적 정체성은 결국 그 이야기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다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자신이 아닌 자신을 그리고 싶어하는 현대인들, 삶은 늘 꿈보다 남루하다
*디자인이란 꿈을 꾸게 만들어주는 일!
꿈을 알면 자신을 알 수 있게 된다
땅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라
복잡한 이익관계와 주변의 간섭으로 땅의 소리는 점점 잦아든다
풍수란? 실상은 땅과의 조화에 목적을 두고 오랜 경험과 통계로 일반화된 전통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지식이다!
절두산 순교박물관, ‘저 건물은 땅과 참 잘 어울리는구나!’
강남은 땅을 고르게 펴고 다듬어 문질러 놓은 후 그 위에 뻣뻣한 기하학을 입혀놓아서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땅이 어떤 꿈을 꾸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집의 영혼, 영원의 공간을 그리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염거화상 부도, 초월적 대상뿐만 아니라 인간도 경배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직관
문제를 보며 동시에 답을 읽는다
데이터의 양보다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직관이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이 없은 직관은 맹목이다.”-칸트
***세상은 곡선이다! 가우디가 보는 세상에는 직선은 없고, 모든 것이 우미한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직선은 인간의 몫이고 곡선이야말로 신의 세계라 주장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얻어진 직관
#’공간 사옥’, 20세기 한국 현대 건축의 대표작
뚜렷하게 구분되기보다 넓게 펼쳐진 마당에 흩뿌려진 공간들을 수직으로 쌓았다
공간들이 서로 틈입하면서 연결된!
건축이란 제약과 까다로운 조건의 방정식을 푸는 과정.
“맘대로 해보세요” 참 난감? 자신의 의지와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 시간과 공간의 경계 너머
인터페이스? 매개체!
잡스가 가진 힘의 근원은 기술을 극대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정확하게 꿰뚫어 기술과 결합하는 데 있다
경계의 충돌? 경계의 혼합?
현대의 집은 사용자 지향적이며, 동시에 객체 지향적이다
오늘날 인터페이스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거리의 단축’이 집에서는 오히려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전통적인 주거 양식에서 공간과 공간 사이에 마당을 두어 사람들에게 ‘간격’과 ‘여지’를 둔 것은 공간들의 독립성과 일정한 거리를 중요하게 보았더
인터페이스, 즉 매개체라는 것은 결국 ‘거리’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거리라는 것은 ‘경계’를 말한다. 인터페이스는 경계이다!
#풍수지리, 땅과 인간이 조화롭고 화목하게 사는 법
건축,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드는 과정
두류산? 백두산의 흐름!
풍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땅과 사람의 조화이며, 조화는 풍토 적응성의 다른말이라는 것이다.(공존의 지혜)
명당은 발복하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편한 곳
***가치의 기준은 꾸준히 변한다!!
원래 우리나라의 풍수는 지금 우리가 하듯 명당을 찾는 도구로서의 풍수와 달랐다고 한다
땅에 대한 생각과 사랑이 주요 골격을 이룬다
남명조식? 학문적으로 완숙해지고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닫는 나이에 지은 산천재는 조촐하다! 아주 작은 세 칸짜리 집 한채일 뿐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문명도 하루 저녁 몰아치는 바람과 몇 시간의 큰비, 혹은 단 몇 분 동안의 땅의 흔들림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
#전통, 당기고 푸는 맛, 흐르는 공간의 멋
한국의 멋, 한국의 맛에 대한 오해들
세상은 오해로 가득 차 있다
‘한국성’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미, 한국 전통의 맛은 도통 알기 어렵다. 그래서 오해가 생기고, 오용도 생긴다!
*정지된 마당이 아니라, 흐르는 공간이 전통의 본질
한국 건축 공간의 특징은 모든 생명이 그렇듯, 갇히지 않고 흐르는 데 있다
#자연친화,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자연과 회통하다
드러나지 않아도 자연은 강하다
그것을 알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의 눈은 자신에게로만 향해 있을 뿐, 주변을 둘러보거나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은 늘 그자리에 있고 인간은 늘 움직인다
‘개발 사업’이란 것들이 그런 식으로 움직여서 많은 부자들을 만들었고, 거대한 거품도 만들었다
**’자연친화’란 소재가 아니라, 자세의 문제
서구에서는 자연을 취할 수 있고 가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과정을 인간 문명의 발달사로 인식한다. 그러나 우리네 관점에서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것’이며 ‘순수 존재’ 그 자체이다.
인간 문명의 발달사는 자연과 타협하는 방법과 자연의 변덕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요령에 관한 것이다
‘무늬만 자연주의’? 친환경 소재라고는 겨우 눈곱만큼, 이름만 친환경!
친환경적 문화예술 마을 헤이리? 건축이 자연을 입주하고 있다!
땅에 자신의 에고를 듬뿍 뿌린 말뚝을 듬성듬성 심어놓은 것
***자연은 무늬가 되고 외장재가 되어 그냥 소모될 뿐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Falling Water’
유기적인 건축의 대표작, 마치 원래 거기 있었던 것 같이 앉아 있다!
폭포물 누수? “가구를 옮겨 놓으시지요”!
#참된 지식인들은 훌륭한 집을 남겼다!
남명 조식의 산천재, 퇴계의 도산서원, 회재 이언적의 독락당과 ‘향단’
평생 쌓아놓은 학문과 정신으로 지어내는 철학적 투사물!!!
#송시열의 남간정사
인간, 그리고 건축은 자연 앞에서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
#증강현실. 공간에 숨겨진 시간의 역사, 상상력으로 살아나다
휴대전화! 전화번호 외우는 두뇌기능 약화, 이걸 퇴화하고 하나? ‘쓸 필요가 없는 기능은 점점 사라진다’는 용불용설에 입각하여 기능의 약화는 점점 확장된다!!!
***편리한 도구들? 인간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진화를 거듭한 끝에 어렵게 만들어놓은 몸의 중요한 기능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나타난 ‘시간의 문’이다
사람 대신 상상을 해주는 것이 이 기술의 본질이다. 기계를 통해 꾸는 꿈이라니….!
인간의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게 한다
상상력이 결합된 복원은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일이다
가장 강력한 도구는 건축가의 상상력!
모든 창조물의 근간에는 상상력이 포함된다
*보이지 않지만 남아있는 우리발 아래의 증강현실!!!
종로한복판 길옆에서 한 삽을 뜰때마다 그 안에서 많은 시간을 읽을 수 있다. 오로지 우리의 상상력만으로, 아무런 기계의 도움없이 오래된 역사와 현실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길이, 그 땅속의 문화층들이 더 사라지고 나면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도 그곳에서 역사를 읽어내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시간의 켜서 쌓여 있는 소쇄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것은 하나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다. 지금의 시간도 결국은 덧붙여지는 또 다른 한 겹의 껍질일 뿐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든 것은 손으로부터
요즘은 마지막 결과물만이 대형 출력기에서 자판기 카피처럼 쉽게 뽑혀 나온다. 고민과 실수의 흔적이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설계도면,트레이싱 페이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손에는 시간이 들어가 있고, 마음이 들어가 있다!!!
디지털 옷, 아날로그 몸(컴퓨터 그래픽)
#경동교회, 재료의 느낌이 살아있는 벽돌
건축이든 예술이든 노래든 첨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 시간이 담기고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야 진정한 가치가 생긴다는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로 지은 ‘마운틴’, 모바일 시대에 어울리는 자유로운 건축을 보여준다
[럭셔리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 데이나 토마스]
우습게도 우리가 아는 대다수의 세계적 명품 브랜드는 그것을 처음 만든 장인들의 것이 아니다!
한 회사가 전세계의 강박증에 부채질을 해댄다(명품 마케팅)
사람들의 ‘존재 불안’ 해소 욕구
*보이기 위한 명품, 스스로 빛나는 명품
명품 도시가 도대체 무엇인가? 서울에서 명품은 어디서나 발에 차이는 단어이다!
진짜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스피커 중 명품을 꼽는다면?” “내 귀가 명품이니라…”
명품도시 서울 개발? 동전 몇 푼을 얻으려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를 엿장수에게 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서브컬쳐. 더 낮은 곳에서 더 높은 이상을 꿈꾸다!!!(인디)
세계 최고가 된 비보이들이! 그 밑바닥에는 자율성이 있다!
서브컬처, 자생적인 생명력으로 빛나는 문화
상위문화, 박제화되고 상품화된 자신들에게 부족한 생명력을 ‘서브컬처’로부터 수혈받으려 한다.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 서브컬처 지향 문화그룹공간
컨테이너 건축. 컨테이너의 본질적으로 특징은 이동성과 일시성이다.
문화란 인간의 지식과 습관의 총체적 형식
***예술은 사기? “원래 예술이란 반이 사기입니다. 속이고 속는 거지요. 사기 중에 고등 사기입니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입니다.”-백남준.1984년 귀국 인터뷰
우리가 아는 문화라는 것은 결국 시장에 나와 있는 상품들을 의미한다(자본주의 문화의 방식!)
그림 앞에서 좌절하면서도 그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문화적이고 싶기 때문이다!
[괭이부리말의 아이들] 오히려 우리는 ‘낡은 이야기’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나는 이 땅의 건축가들이 ‘어떻게 만드느냐’라는 문제보다 ‘왜 만드느냐’를 먼저 물었으면 좋겠다. ‘왜 만드느냐’가 내게는 힘이다.”-‘기찻길 옆 공부방’ 건축가 이일흔
#건축이야말로 집단지능의 총체적 발현이라 할 수 있다
나와 타자의 충돌
자신의 존재를 세우고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증명 혹은 타인의 욕망에 다다르기 위한 애달픈 노력은 때로는 비극적이기까지 한 인간 존재의 현실이다!
나를 지키는 건축가, 나를 지우는 건축가
***우리는 나를 지키기는 커녕 맹렬히 지우는 도시에 살고 있다. 비싼 돈을 들여 지우는 것을 대단한 일로 생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얼굴을 스스럼없이 지우는 성형외과
*자신을 지키는 일은 어렵고도 중요하다
“대체로 천하만물이 모두 지킬 필요가 없는데 오직 ‘나’만은 지켜야한다. 내 밭은 떠메고 도망칠 수 있는 자가 있는가?…그러니 천하에 ‘나’처럼 잃기 쉬운 것은 없다.”-[뜬 세상의 아름다움]의 ‘수오재기’중에서
다산 정약용의 외롭고도 길었던 귀양 생활의 깨달음!
#여행.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던 세상의 현현
여행은 꿈. 여행은 꿈을 꾸게 해준다
여행은 보상이다.
“조선의 건축은 장식이 아니고 공간이다”-김현식 교수
#환타지. 닿을 수 없는 세계를 꿈꾸다
책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큰 환타지이다
#철학을 가둔 미궁, 향단(양동마을)
회재 이언적, 참으로 묘한 집, 상식을 깨는 집!
모든 것은 이름으로 존재하고, 의미로 존재한다.
세우는 것(건)은 이야기고, 쌓는(축) 것은 시간이다!
‘키워드로 읽는 건축과 사회’ 세계일보 연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