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은 꼭 이루어진다. 정대이 편저. p354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38
#Why 왜 해야하는가?
세계2차대전 독일의 소련 봉쇄.레닌그라드 바빌로프 연구소 31명 연구원들의 아사. 이런 희생을 딛고 바빌로프 연구소는 현재 단일기관으로는 세계 최대의 식물자원 연구소가 되었다. 25만 점의 식물체 표본과 34만 종의 식물 씨앗 보안. 육종 연구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방문하고 싶은 성지에 가깝다.
바빌로프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왜 굶어죽으면서까지 산더미처럼 싸여 있는 먹을 것을 지키려고 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왜(why)’라는 말레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상상력과 열망은 관심과 애정 없이는 결코 탄생할 수 없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어떤 일을 하는 데 자기 자신을 매일매일 재창조할 수 있는 상상력과 열망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서 위대함과 평범함으로 나뉘어진다고 했다.
관행농업의 폐단으로부터 출발한 유기농업은 바로 위와 같은 ‘왜(why)’의 산물이다.
유기농업이란? IFOAM(International Federation of Organic Agriculture Movements,세계유기농운동연맹)이 2008년 총회에서 채택한 정의가 현실과 이상을 가장 잘 조화롭게 엮었다.
‘유기농업은 토양, 생태계 그리고 인간의 안녕을 유지하는 생산시스템이다. 생태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자재의 사용보다는 지역상황에 맞는 순환형 생산체계, 생물 다양성을 근간으로 삼는다. 유기농업은 공유하는 환경에 보탬이 되도록 전통과 과학 그리고 창의를 조합하며, 참여하는 모든 사람 간의 공정한 관계와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유기농업의 4대 원칙? 건강, 생태, 공정, 배려. 유기농업은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철학이자 삶의 형태로 사람과 사람이 속한 생태계, 즉 너와 나, 지구 모두의 건강함을 추구한다. 또한 자연과 사람을 잇는 순환고리로, 유기농업이 지닌 역할에 주목한다.
지금의 농업 방식은 지구가 수억 년간 축적해온 화석에너지를 순식간에 고갈하고, 환경을 파괴하여 이를 이어받을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다. 유기농업은 과거의 오랜 실천 경험과 지혜, 지역에 맞는 농업 방식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고자 하는 사랑과 배려이다. 그래서 유기농업은 생산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두지 않는다. ‘소득이 높은가?’보다는 ‘내 이웃을 지키고, 내가 자식에게, 자식이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방식인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진정으로 만족하는 유일한 길은 당신이 위대한 일이라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고,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듯이 사랑하는 이를 찾으십시오. 그걸 만나는 순간 가슴이 알 것입니다. 마침내 발견할 때까지 찾고 또 찾으십시오.”
유기농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세상의 편견을 뒤로하고 위대한 일이라고 믿는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왜(Why)에서 시작하는 위대하고 멋진 삶이다.
유기농업의 시작
야나세기료는 1943년 교토대 의학부를 나온 의사로 1952년 나라 현고조 시에서 개원. 얼마 지나지 않아 불면증, 신경질, 어지럼증, 귀울림, 기억력 감퇴, 입안 허는 증상을 보이며 시름시름 앓는 환자들이 찾아왔는데, 특히 농민이 많았다.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중 채소에 묻은 농약이 의심스러웠다.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 질병의 원인이 농약이란 것을 확인하고 임상실험 결과를 크게 발표. 그의 발표를 듣고 장사를 망친다면 상인들이 떼로 몰려왔다.
“제가 하는 말은 사실입니다. 여러분도 농약의 피해자가 되는 것입니다…농약 만성중독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은 의사인 저에에겐 당연한 의무입니다. 제 말을 틀렸으면 말씀해주십시오.”
그는 현대농업을 죽음의 농업으로 규정지었다. 화학비료가 지력을 저하시키고, 작물을 병약하게 하니 병충해가 늘어났다. 하는 수 없이 농약을 쳐야 하고, 농약 때문에 사람과 땅이 죽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설파하며 직접 농사를 짓는 자강회를 조직했다.
고다니 준이치는 1954년 ‘전국 애농회’를 만들었다…애농회는 야나세기료를 초청하여 농약과 화학비료를 투입하는 농업이 흙을 죽이고 사람을 죽이는 농업이라는 경고를 듣고 크게 꺠달음을 얻게 된다. 이에 애농회는 ‘국민은 자립한다. 생명을 지키고 기른다. 돈에 매이지 않는다. 대지의 은혜에 산다. 세계를 잇는 마음이 된다’는 강령을 만들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유기농업, 곧 사람과 자연을 ㅇ해치지 않고 하나님을 섬기는 농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정농회는 회원수를 늘리고, 유기농 운동을 확산하기보다 유기농을 수단이 아닌 삶의 자세로 삼아 생명 중심의 삶을 강조하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1986년 소비자단체인 ‘한살림’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유기농업은 어찌 보면 소규모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유기농업에 대한 국제기준과 우리나라의 개념 규정에는 태생적으로 차이가 있다...저농약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유기농산물 3단계 세분화..이런 인증제는 물론 국제적으로는 통용될 수 없는 기준..친환경농업에 대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인식이 성숙할 때까지 그 시기를 유보하고 있다.
식량 증산 전 국민이 배불리 먹고 살아야 한다는 명제에 매달렸던 시대에는 유기농이 발붙일 틈이 없었다. 그렇게 화학비료와 농약을 마구 뿌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비료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사이권 소비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지역이 새로운 유기농시장으로 급부상. 그렇지만 총 농경지에 비교하면 유기농 재배면적의 비율은 아직 채 1%에 미치지 못한다.
유기농업, ‘왜(Why)’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어렵다
관행농업에 비해 경제적 이득이 적다/ 노동력이 많이 든다/함께 하는 사람이 적어 힘들고 외롭다
서로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과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들을 찾지 못하면 유기농을 이어가기가 어렵다. 유기농업을 추구하는 농가일수록 조직화가 필요한 이유다.
#더불어 사는 행복을 주는 유기농업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는 교육. 풀무농업고등학교. 일류대학이나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배움의 목표가 아니다. 농사를 지으며 마을과 지역에서 행복한 삶을 사는 ‘더불어 사는 평민’이 되는 게 목표다.
생각하는 농민, 준비하는 마을. 문당마을 주형로 마을대표. ‘21세기 문당리 발전 백년계획’. 자연과 조화하는 마을 만들기
신경제재단의 2008년 ‘선경지명 프로그램’, ‘웰빙’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 인생에서 중요한 사회관계 지속/행동/주변에 주의 기울이기/항상 배우는 것/마지막은 반경제적인 행동인 (남에게) 주는 것!
유기농작물은 정말 건강에 좋을까? 초파리가 입증한 유기농의 우수성. 더 오래 살았고, 알도 많이 낳았다.
토양생물은 살아있는 비료다. 세균과 균류는 이들을 먹이로 삼는 더 큰 포식자를 불러들인다…다양한 생물은 토양의 먹이사슬 내에서 언젠가 죽고, 분해되어 작물 성장에 중요한 필수 영양분이 된다.
‘상농은 흙을 가꾸고, 중농은 작물을 가꾸고, 하농은 풀을 가꾼다’라는 농사 속담이 있다. 흙을 가꾸면 토양이 스스로 순환하여 작물에 균형 있는 양분을 공급하고, 그 작물을 먹은 우리도 더 건강해질 것이 자명하다.
유기농업과 생물다양성. 동식물의 멸종을 막는 유기농업
옥수수를 얻기 위해 개구리를 희생하지 않겠다는 철학이 유기농업이다.
이렇게 생산성만을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무차별적으로 계속 사용하다가는 개구리가 사라지고, 물고기가 사라지고, 벌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 우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유전자조작 작물(GMO)의 습격. 미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 콩, 면화, 유채의 85%이상,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콩의 100%가 유전자조작 농산물. 이런 종자의 단일화는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춰 오랜 기간 가꿔온 토종 종자의 다양성을 급속하게 파괴해버린다. 중국에는 1949년 10,000가지 품종의 밀이 있었으나, 1970년대에는 불과 1,000가지 품종만 남았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한 세기 만에 전 세계 인류가 수천 년 이상 가꿔온 다양한 농산물 품종의 75%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바나나의 멸종 위기? ‘그로 미셸’ 단일 품종, 상업용 바나나의 99%, 씨가 없거나 유성생식 못하게 개량, 꺽꽂이 방식으로만 재배, 유전자 다양성이 없는 한 바나나의 복제품인 셈,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1845년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 1970년대 미국 옥수수마름병 피해를 보았던 것도 단일작물 재배가 불러온 비극이다!
지구를 희생하고 얻는 고기
‘공장 닭’의 그림자? 유전적 다양성을 파괴도고, 위험은 증가하였지만 그 대가는 몇몇 소수 기업들의 주머니에 흘러들어 간다.
가축사료는 더 심각하다. 생산비 중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 세계 곡물시장을 조종하는 주인공은 곡물유통 분야의 절대강자 ABCD기업(에이디엠, 번기, 카길, 루이스 드뤠퓌스)
곡물가격의 상승 원인은 수요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결과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투기자본의 농간에 따른 영향도 크다. 곡물 생산량의 대부분은 생산한 나라에서 소비하고 있으며 교역에 사용되는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채 15%가 되지 않는다.
곡물생산이 불러온 가뭄?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바이오연료 작물을 키우고자 삼림을 베고 밭을 일구는 일은 휘발유가 방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막대한 양의 탄소를 대기중으로 배출하는 결과
#순환해야 지속가능하다
닭 사육을 통해 배우는 순환의 지혜? “저희 농장은 농사를 짓기 위해 외부에서 들여오는 자원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자원이 외부에서 들어오거나 낭비됨 없이 농장 안에서 순환하며 농사짓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래서 저는 30여 평의 닭장을 지어놓고 100여 마리 닭을 키우고 있습니다….”
내 땅에 필요한 양분만큼,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기르는 가축은 시장 가격이 아무리 내려간다 하더라도 큰 짐이 될리가 없다.
땅을 망치는 똥? 과잉으로 묻힌 인산은 토양 속 철이나 알루미늄과 결합하여 땅에 축적. 인산염은 땅을 굳게 하고, 미생물과 작물이 모두 살 수 없는 척박지로 만들어버린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자재를 ‘왜’ 금지하는가를 알면 답은 자연스레 나온다.
유기농업은 현재 지구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간 활동인 농업의 생산시스템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자 실천양식이다
지속 가능성 목표? 생태적 지속 가능성/사회적 지속 가능성(..남녀 모두에게 바람직한 노동조건,현지 경험과 전통의 존중)/경제적 지속 가능성
‘녹색혁명’은 과연 녹색(친환경)이었을까? 원치 않는 부작용이 많이 따른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토양, 물, 생물 다양성 같은 천연자원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살충제의 부작용. 어떤 곳에서는 살충제가 ‘약’으로 불린다. 병에 걸린 작물을 회복해준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화학살충제는 원치 않는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토양, 살아 있는 생명체
토양은 다양한 생명체가 가득한 복잡한 시스템으로 그 자체를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볼 수 있다.
토양의 구성 요소와 구조? 토양은 무기물, 유기물, 구멍(공극)으로 구성된다
토양의 소우주? 티스푼 하나 분량의 활성화된 토양에는 미생물 수백만 마리가 살고 있다.
토양 침식. 토양 비옥도에 가해지는 가장 심각하며 복구하기 힘든 위협 중 하나.
천연림에서 배우는 교훈. 몇 개의 잎사귀나 줄기도 강우의 침식효과를 크게 줄인다.
하루 중 날씨가 더울 때 물을 주면 식물이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유기비료의 가치. 유기비료는 화학비료와 파이하게 다르다? 유기물을 포함한다는 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기물로 인해 영양소 공급이 더디지만, 한 번에 여러 종의 영양소를 공급한다. 따라서 토양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로 사용된다.
볼리비라의 보카시(Bocashi)와 액상 생물비료 체험
물관리. 잎에 물을 주지 않는다. 수인성 질병이 물방울로 확산되며 진균병이 물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비용 절감? 재활용의 최적화/ 외부 투입요소의 최소화/작업량 줄이기
농가소득 증대방안? 시장접근성 강화. 시장가격은 높게 형성되지만 농가의 수취가격은 낮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 상품을 직접 시장에 내다파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관행농업에서 유기농업으로 전환
사회적 적응(유기농은 혁신적 기술을 넘어 총체적 사고를 요한다)
생산기술 적응
경제적 적응(새로운 마케팅 채널, 소비자와 직거래가 가장 좋은 방식이지만,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못지않는 정성이 필요하다!)
유기농산물의 생산은 어찌 보면 신념의 문제로 품질이 좋고, 나쁠 수는 있지만 생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생산된 유기농산물을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친환경 농산물의 유통시장은 협소하고, 계약에 의한 생산과 소비가 주를 이룬다.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은 특화된 도매시장이 없을 뿐더러 외관도 관행농산물만 못한 경우가 많아 시장 출하시 관행농산물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때문에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기 전에 판매처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물론 직거래. 생산자가 어떤 마음과 방식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지 알고 있는 소비자와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소득과 더불에 행복을 준다.
소비자 또한 믿을 수 있는 생산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소매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라 느낀다. 그만큼 생산자와 소비자 서로가 높은 충성도를 갖지만 이런 소비자를 확보하는 일이 개인농가 차원에서 쉽지 않다. 때로는 생산 못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직거래 성공을 위해서는 사실 개일의 성향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비자와의 만남을 즐겁게 받아들여야 하고, 농장 방문을 환영할 수 있는 마음, 소비자 데이터 관리 등 생산을 뛰어넘는 꼼꼼함과 친절함이 필요하다.
꾸러미 판매를 주로 하는 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 부부. 이들 부부의 꾸러미 사업은 밥상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류근모와 열 명의 농부들. ‘장안농장’의 쌈채소 전문가 류근모 대표
유기농업의 성공에 필요한 유기농업 이외의 요소? 유기농법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화력/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유기농업은 아직도 신세계)/ 인내심과 강단(최소 3년 어쩌면 5년 10년이 될 수도 있다)
인문적 환경? 가족의 믿음과 지원/ 공공기관과의 원만한 관계/ 선도 농업인 멘토의 유무
야속한 일이지만, 유기농은 참 어렵다. 혼자 마음먹는다고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족들의 동의, 주위 농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들보다 더 탄탄한 뿌리가 되는 것은 유기농을 실천하려는 농부의 신념이다…신념은 곧 유기농의 튼튼한 자양분이 된다.
안타깝지만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유기농업에도 왕도가 없다. 배우고, 실천하고, 반성하고, 같이하는 길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