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잘 쓰는 법. 벌링 클링켄보그. 261쪽
Several short sentences about writing
글쓰기의 한 가지 목적은-가장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죠-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세상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있는 그대로 입증하는 것이
여러분이 해야 할 일입니다.
(난쏘공, 시대의 증언을 소설로!)

문장은 어디에서 올까요?
생각은 우선적이거나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생각은 단지 힌트일 뿐입니다.
언어는 내용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소통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문장은 생각을 완전히 드러냄으로써 생각이 됩니다.
우리는 생각이 문장을 주조한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생각과 문장은 한몸입니다.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하고자 하는 것의 총합입니다.
문장을 만들면서
말하고 싶은 것을 찾기 전까지
여러분은 무엇을 쓰게 될지 모릅니다.
모든 문장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선택적입니다.
글쓰기는 발견하는 일입니다.
독자는 글에서 발견의 상쾌함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것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며
중대한 세부사항을 파고드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문장을 받아쓰는 것은 작가가 할 일이 아닙니다.
단어 하나하나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일입니다.
저절로 나오는 문장,
저절로 튀어나오는 주제,
저절로 잡힌 구조.
모두 버리십시오.
이런 사실은 문장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깨닫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상기시킵니다.
작가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은 대부분은 글쓰기가 아닙니다.
의식,
집중,
알아차림입니다.
언어를 알아차리는 것도 포함되지요.
우리 각자의 삶에서 생겨나는 익숙함은 때때로
우리의 눈을 가립니다.
글쓰기가 바로 그 예시입니다.
글에 반응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자기 자신에게 반응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이 익숙함에 가려져 있다면 아무리 열심히 살펴봐도
자기 자신에게는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수정의 기본 전략은 쓴 글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쓴 글을 크게 읽어보세요.
귀가 눈보다 훨씬 더 똑똑합니다.
눈은 리듬을 보거나 원치 않는 반복을 들을 수 없지만
눈보다 느린 귀는 그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종이 위의 단어들이
또박또박 읽히기를 기다린다 생각하고 읽어보세요.
여러분 자신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청취자에게,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 앉아 있는
상상의 청취자에게 읽어주세요.
그럴 경우 여러분의 주의는 단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단어들이 전달하는 것에 주목하게 됩니다.
소리내어 읽으면서 힘을 빼고
문장의 리듬감을 느껴보세요.
청취자가 문장 구조를 감지할 수 있도록 읽어주세요.
다른 이가 아니라 여러분이 청취자가 되어보세요.
자주 읽기를 멈추게 될 것입니다.
소리내어 읽다보면 어떻게 읽을지 선택할 수밖에 없지요.
학창시절 교실을 떠올려보세요.
잘 읽는 아이가 있는 반면 못 읽는 아이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해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문장의 의미가 아니라
문장의 결, 속도, 구조, 실재를 이해하는지의 차이를 말이지요.
글을 좀더 참신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또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모든 문장을 하나의 단락으로 만드세요.
(마침표를 찍고 엔터를 치세요.
종이에 손으로 쓴다면 문장을 매번 다음 줄에서 시작하세요.)
어떤가요?
문장 길이에 따라 그래프가 그려졌을 것입니다.
그 길이의 차이가 보일 것입니다.
문장과 문장이 어떻게 다르거나 다르지 않은지도 보일 것입니다.
변화는 분량에 있어서도 구조에 있어서도 글의 생명입니다.
문장을 하나씩 세로로 배열하면 자세히 관찰하기 쉬워지겠지요.
그러다가 여러분은 불현듯 문장 간의
형태적 유사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문장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그리하여 수정하는 법을 깨치고
좋은 문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간단명료한 질문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창의적인 예술가는 무의식적으로 작업하기에
문법이나 문장 구조 같은 것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알면
창의성이 사라지거나 무뎌지리라고 상정하는 것이지요.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문법이나 문장 구조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동사와 타동사의 차이점을 꼭 알고 있어야 합니다.
능동형과 수동형 구문의 차이점,
대명사와 그것의 선행사의 관계,
언어의 구성 요소를 모두 숙지해야 합니다.
단어의 역사는 의미의 일부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의미의 더욱 긴요한 부분이 되기도 합니다.
단어가 가질 뉘앙스를 결정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올바른 의미를 정확히 쓸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고서 독자가 어떻게 여러분을 신뢰하겠습니까?
이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습니다.
뉘앙스는 어원에 이미 녹아 있습니다.
작가에게 ‘흐름’은 덫입니다.
글쓰기는 억제할 수 없는 분출이라는 식의
모든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쓰기는 흐르지 않습니다.
생각을 종이에 적는 동안엔 모든 것이 흐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건 글쓰기가 아니라 메모입니다.
‘흐름’은 감정의 토로, 즉
문장을 정제하지 않고 방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 숨은 속뜻은 손쉬운 글쓰기를 가리킵니다.
죽은 문장과 살아 있는 문장을 구별하지 못하면
‘흐름’을 믿기 십상입니다.
실수로 쓴 모호한 문장을
식별해내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해 ‘흐름’은 대개 무지와 게으름의 동의어입니다.
서두름과 충동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흐름’ 다음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움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글쓰기는 무위가 아니라 적극적인 인위다)
근거 없이 만연해 있는 자연스러움의 신화를
여러분의 머릿속에서도 뿌리 뽑아야 합니다.
글쓰기에 자연스러운 것은 없습니다.
말하기는 자연스럽습니다.
쓰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에게는 언어 본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쓰기 본능이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말하기와 쓰기의 차이는
숨쉬기와 노래 잘하기의 차이와 같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수년간 노력해야 하며
타이핑 능력은 그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자연스러움’은 흐름과 같이
독자의 마음에 일어나는 효과입니다.
글쓰기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글쓰기의 효과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들리든 간에
입말처럼 들리는 문장은 절대 자연스럽게 구축되지 않습니다.
그런 문장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일단 짧습니다.
실제로 말하는 것처럼 리드미컬합니다.
어휘는 간단해서 다음절어가 매우 적습니다.
문장도 간단해서 늘어지는 구절이나 종속절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단순함이 문장에 리듬감을 더합니다.
많은 경우에 여러분이 적어야 하는 문장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라는 자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글에 힘이 들어가거나 생각이 꽉 막힐 때는
잘 아는 사이지만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친구에게
편지나 이메일을 보낸다고 생각하고
다시 작업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글에 긴장에 풀리면서 문장이 보다 편안해집니다.
늘어진 표현이 축약되고
단어도 한결 짧아집니다.
그 결과, 말하는 것처럼
명료하고 단순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바뀝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분야가 아니라
독자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을 잘 알아서 척하면 착이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며
입말이든 아니든 여러분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곧바로 반응하고 공감도 잘하는
누군가에게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문장은 어떻게 다양해질 수 있을까요?
동일성과 획일성을 피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입니다.
여러분은 같은 단어를 계속 반복해서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똑같은 문장 구조를 계속 반복합니까?
문장 형태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다양하게 생각하고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글쓰기는 타고난 소질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은 각 단어가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문장을 쓰게 될 것입니다.
그 문장이 말하려는 의미를 그대로 말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전달하고 있으며
독자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음을 확신하겠지요.
이것이 암시로서의 글쓰기입니다.
글은 선형적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좋은 글쓰기에는 현실적 논리가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생각과 아이디어와 관찰의 흐름이 있을 뿐입니다.
글쓰기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습니다.
설득도 좀처럼 하지 않고요.
훨씬 더 대단한 일을 합니다.
글쓰기는 증언합니다.
글쓰기는 목격합니다.
글쓰기는 여러분이 알아차린 것을 공유합니다.
글쓰기는 여러분이 주목하는 것의 본질은 반영합니다.
삶에서 연대순은 제한된 의미로 ‘자연스럽’습니다.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갑니다.
그러나 생각은 화살처럼 흐르지 않습니다.
분위기도 그렇고
기억도 그렇지요.
글쓰기는 우리네 삶이 흘러가는 연대기적 전개가 아니라
사실 연대순과는 무관한
내면의 삶 속 질서에 상응합니다.
연대순에 따르지 마세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소함이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단어만 사용하세요.
글쓰기는 지각을 배열하는 기술입니다.
‘권위’는 명료한 언어와 명료한 지각에서만 비롯됩니다.
권위는 독자의 신뢰가 만들어냅니다.
여러분의 권위가 설득해야 할 첫번째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자신을 설득하기를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는 글을 쓰면서 무척 자주
글쓰기 자체와 관계없는 고민들과 씨름합니다.
진짜 연습은 여러분의 관심사를 기억하고
되찾는 것-필요하다면 발명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관심 갖지 않는 주제가
어떻게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겠어요?
여러분의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인을 자각하세요.
이미 결정된 형태로 문장을 쓰도록 강요받는,
덫에 걸렸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써야 한다고 느낀 것을 쓰지 않는 일은
쓸 수 있는지 몰랐던 것을 발견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글쓰기의 일부분입니다.
모든 문장은 구조적으로 자유로울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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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글쓰기는 없다.
자연스럽게 ‘읽히는’ 글이 있을 뿐!
글쓰기에는 눈보다 귀가 똑똑하다.
짧게 쓰고 소리내어 읽어보면
‘자연스러운’ 글쓰기 기술을 익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