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바람에 베란다에 꽁꽁 묶여있던 키티 자전거가 따스한 햇살과 함께 찾아드는 봄소식에 기지개를 펴고 바깥바람을 쐬러 나간다. 아직 바람이 차갑기 하지만 봄의 따스함을 예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침 햇살이다.
오랜만에 ‘동네 한바퀴’를 나서지고 하니 아이들이 더 신나한다. 겨우네 집안에 꽁꽁 묵여있던 아이들의 동심도 이제 넓은 들판이 펼쳐진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할 수 밖에.
해마다 봄이면 느끼는 것이지만 파릇파릇 여기저기서 돋아나는 들풀들의 새싹들을 볼수록 자연의 신비가 경이로울뿐이다. 돌보는 이 하나 없지만 늘 같은 자리에 겨우네 추운 땅속에 움추리고 있다가 봄이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밀고 다시 세상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보다는 완벽함이 느껴진다.
산책로 주변에 돋아난 보리 새싹들이 파픗파릇 양 옆으로 늘어서 있는 모습에서 풍성한 보리들의 모습이 벌써 눈 앞에 그려진다.
문득 봄의 새싹들을 보고 있노라니 찬란한 무지개를 쫓던 무지개빛 연어가 삶의 의미를 찾아가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결국 허황된 찬란한 무지개가 아닌 너무도 흔한 일상속의 소중함을 깨닫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삶이지만 그 속에 바로 우리의 삶의 가치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일상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다보니 그 소중함을 간과하게 되는 것일 뿐이다.
항상 꿈꾸고 있는 자연친화적인 삶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아름다운 귀농때문일까? 자연스레 다가온 책들이 있다.
바로 ‘새 한입, 벌레 한입, 사람 한입‘과 ‘생태농업을 위한 길잡이‘란 책들이다. 막연히 반쪽짜리 촌놈의 상식으로 생각하던 농부님의 일이 얼마나 신성한 일인지를 알게 해주고 농업의 현실에 좀 더 눈을 뜨게 해주는 유익한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또한 막연히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식으로 생각하던 유기농업에 대한 좋은 가르침을 전해주기도 한다.
여하튼 두 권의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던 가장 큰 교훈은 똥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더러운 똥에서 고귀한 똥으로 거듭나게 해주었다.
농업의 근대화를 통해 대량생산을 통한 양적인 향상이 제일의 목표인 관행농법이 초래한 현실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이야기다. 사라져가는 안전한 먹거리들에 대한 염려는 모두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점차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유기농을 비롯한 친환경 농법의 근본 원리는 생태순환적 삶의 연결고리를 되찾는 것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순환의 고리는 바로 너무도 일상적이 되어버린 수세식 화장실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흙으로 돌아가야 마땅한 ‘똥’이 엉뚱한 곳으로 모이면서 순환고리가 끊어지고 환경문제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농약은 물론이고, 똥을 대신하는 화학비료들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퇴비를 사용하는 것이 모든 친환경 농업의 시작이다.
우리가 더럽다고만 여기는 배설물인 ‘똥’이야말로 홀로이 모두의 더러움을 다 뒤집어쓰고 가장 중요한 순환의 고리를 지킬 수 있는 고귀한 존재이다. 그리고 연결고리를 회복하는 해답이 전통의 푸세식 화장실 문화를 새롭게 회복하는 것에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