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길은 누구나 가라고 열려 있고, 가르침은 듣고서 함께 나누어 가지라고 말해진 것이다. #법정
인류의 역사에 가장 큰 죄악을 저질러온 것이 바로 종교요, 종교간의 전쟁이다. 인간세의 전쟁의 대부분 명분이 바로 종교와 관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때의 종교란 곧 교리인 것이다…그러나 종교는 교리이전의 그 무엇이다….자아! 한번 다시 생각해보자! 종교란 믿음이 아니요, 종교란 하느님이 아니요, 종교란 제도도 아니다. 종교란 성경도 아니요, 말씀도 아니요, 교리도 아니요, 인간의 언어도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종교란 무엇이란 말인가?…바로 나는 여기에 대답을 하려는 것이다…여기 바로 내가
인간을 구원한다고 하는 종교가, 나의 마음에 화평을 가져온다고 하는 종교가, 나의 고통을 덜어준다고 하는 종교가 어찌하여 서로 알목하고 배타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저주해야만 하는가?
배타는 결국 나의 축소와 소멸을 초래할 뿐이다.
“종교란 본시 사람의 수만큼 각기 다른 종교가 필요란 것이지요. 종교에 대해 일원적인 논의를 한다는 것처럼 어리석음 일은 없습니다…마치 옷이 사람마다 그 취향과 색감과 크기가 모두 다르듯이…”
비록 그 경전이 소략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불교전사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없이는 그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단순함은깊은이해의결과
그것은 철학의 논서가 아니라 깨달음의 찬가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의 모습에 대한 각성이 없을 수 없다. 지식만이 증대하고 지혜가 멸시되며, 감각만이 팽대하고 깊은 사유가 차단되면, 육욕에 노예가 되어 젊은이들은 방황하고 늙은이조차 가치관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역사의 진행은 정당한 역사가 들어설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하는 방향으로만 치닫고 있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면서 우리 삶의 질을 근원적으로 저하시키고 생명의 장들을 모두 파괴해나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종말의 기로에 서있는 것일까?
비트겐슈타인의 후기철학이 표방하는대로 우리 인간의 언어세계는 실재의 정확한 그림이 될 수가 없다…논리의 구사는 논리 그 자체의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그 논리의 법칙은 실재세계의 모습과는 무관한 또 다른 께임일 뿐이다…모든 언어철학의 궁극은 허무다…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 지어다.
“…나의 설법이 뗏목의 비유와 같음을 아는 자들은,….법조차 마땅히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법이 아님에 있어서랴!”
부처님의 설법 그 자체가 종교가 아니요, 그 설법조차도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