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열풍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짓말. 손화철, 이광석, 이정모, 이정엽, 임태훈, 장은수, 한기호. 160쪽
“4차산업혁명의 기술유토피아는 ‘유토피아 없는 유토피아‘라는 점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행복과 자유 가운데 어느 것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 ‘프로듀서’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
학교는 평생 써먹을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학습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급변하는 세계에서 적응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과 노동의 자리: 러다이트 운동의 교훈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
4차산업혁명의 기술들이 초래할 문제들의 큰 부분은 정치적인 권력관계 문제다.
현대 기술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진보, 그중에서도 기술 진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하웃즈바르트는 진보에 대한 믿음이 근대인들의 핵심적인 신앙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근대인들은 자본주의자와 공산주의자를 막론하고 진보를 가장 상위의 가치로 믿고,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물어야 할 것은 ‘내게(또는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닥칠 것인지’가 아니라 ‘나(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다.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가? 어떤 세상이 나와 내 이웃, 그리고 우리 자손의 자유와 존엄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가? 그 세상에서 인간 노동의 자리는 어디며, 오늘 개발되는 이 기술은 그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가?
이 물음들은 4차산업혁명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설계하기 위한 것이다. 기술 발전이 날씨의 변화와 다르다면, 우리가 그 발전의 방향과 목표를 기획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과 시민 테크놀로지적 전망
여전히 4차산업혁명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대중이 아는 것이라돈 1980, 1990년대 디지털 정보혁명으로도 부족해 이제는 디지털 ‘이후’post-digital 국면에서 좀 더 첨단 기술 종합 선물세트로 갱신해야 인류가 윤택해질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 정도다.
4차산업혁명은 빅데이터, 공유경제, 가상·증강현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메이커 운동 등 첨단 어벤저스급 기술들의 총합으로서 자본주의 경제 부흥의 역할자로 호명된다.
물론 과거로의 회귀나 미래로의 투항이 아닌 현실 감각의 미래 투사가 이뤄져야 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4차산업혁명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로 이것이 일상 시민들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의미를 만들어낼 것인지 그 누구도 해명하거나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저 대세의 논리요, 고용과 국부의 문제일 뿐이다. 국내 정보통신 정책사를 다 훑어봐도 동시대 시민 대중의 기술 참정권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결국 현실 지배적인 기술 권력의 지형을 오히려 공고화할 공산이 크다. 과학기술 혁신과 혁명이란 이름으로 또다른 야만의 시장을 미화하는 효과 또한 가세할 것이다.
과도한 첨단기술의 선점과 추격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에 필요한 기술이나 사회의 가치가 반영된 기술 도입과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지배 계급의 엘리트적 논의 틀 아래 재생산되는 4차산업혁명 기술들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연장할 뿐이다….4차산업혁명으로부터 기술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진정한 기술 인권의 힘은 제도와 정책에 의한 사생활이나 권리 보호 범위를 넘어서야 한다. 시민 스스로 복잡한 기술들에서 파생되는 심층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이나 통제력 혹은 접근성을 획득하게 하는 ‘테크노-문해력(데이터 리터러시와 바이오 리터러시의 결합)’ 능력을 자가 배양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기술 발전의 거역할 수 없는 테제가 되어버린 ‘첨단기술을 통한 발전주의 논리를 과연 이 사회에서 계속 끌고 가야 하는가’라는 기술만능주의에 대한 성찰적 물음 또한 반드시 제기되어야 한다. 과도한 첨단 과학기술의 선점과 추격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에 필요한 적정기술이나 수작운동의 활성화, 시민 다중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기술의 시민 참정권에 대한 주장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소득의 90%는 이전 세대에 의해 축적된 지식을 활용하여 획득한 것이므로 세금으로 환수하여야 한다”는 노벨 경제학자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기본소득 정책을 주장한다.
4차산업혁명 자체가 목표여서는 안 된다. 수단이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향해 가는 수단인지 우리는 논의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