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어두운 독일의 밤거리. “아주 이 사람들 장사 편하게 해~”. 한국이라면 이 시간에 가게 문을 닫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는 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었던 거지. 모두가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게 당연한 곳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조금의 불편함도 참지 못하는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노동 위에 편안한 도시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68 일회용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는 가게. OU(Original Unveroackt). ‘원래부터 포장되어 있지 않음’.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가 무얼 구매하든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상태이기도 하다.
80 스반홀름 공동체. 스반홀름은 덴마크에서 35년간 생태, 경제 공동체를 유지해온 곳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마을이다. 경제적으로는 월급의 80%를 마을에 내고 나머지로 개인 생활을 하며, 공동 경작을 하는 농산물과 개인의 수입을 이용하여 마을을 운영하고, 모두가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 곳이다.(밥상공동체?)
오후 네다섯시면 부모들이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지나다니는 빅 키친 앞쪽 뜰에는 모래 놀이터와 미끄럼틀, 트램팰린이 있고 해먹과 그네, 넓은 잔디밭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최고의 환경이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서로서로 알고 지내니 아이들도 편하게 어울리고, 불안해하거나 어른을 무서워하는 모습도 볼 수 없다. 햇살 좋은 날이면 홀딱 벗은 아이들이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곳. 돌아다니는 닭을 안거나 고양이를 붙들고 놀아도 부모가 걱정하거나 혼내지 않는 곳.
가족과 함께 있는 게 일상인 곳. 이런 곳이라면 아이를 키워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곳은 공동경제와 만장일치의 원칙이 있어 서로 소통이 충분히 가능해야 한다…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 결정하는 문화라니. 상상 불가능하다.
스반홀름은 생태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두 사람이 낸 신문광고에서 시작했는데 이를 보고 2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111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덴마크에서 굳이 공동체를 선택하는 이유? 그녀는 농부가 되고 싶었지만 대형농 위주의 유럽에서 농부가 된다는 건 하루 종일 혼자 기계를 운전해 농사를 지어야 하는 외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 여럿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스반홀름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112 사회안전망에 대한 공동체의 욕구? 이런 생각을 마에게 이야기했더니 공동체를 선택하는 건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방식’, 혹은 ‘신념’의 문제라고 딱 잘라 말했다.
자급자족하면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 공동체를 만들려면 먼저 땅과 농부가 필요하다.
대형농 시대의 당연한 모습? ‘아니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왜 적은 수의 농부들에게 의존해 사는가?’하는 의문이 생겼다.
우프.WWOOF. Working Weekends On Organic Farms. Willing Workers On Organic Farms.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
작물 수확이 끝난 텃밭용 카펫 덮개. 땅이 공기 중에 그냥 노출되면 바람과 빗물 등으로 겉흙이 유실되는데 이 걸흙이 다시 만들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둘은 최대한 흙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밭이 아닌 곳은 다 잔디를 깔아두었고, 작물을 심지 않은 밭은 울 카펫으로 덮어두거나 잎과 줄기를 비료로 사용하는 녹비 식물을 심어 겉흙이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레 땅에 영양분을 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본인이 하면 10분. 힘든 기색 없이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감동하며 바라보는 내게 보통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무언가 가르칠 때 오래 걸려서 힘들다고 말하는데 그러면 어쩔 거냐고.
안 가르칠 거냐고 한마디 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지 안 가르칠 수는 없지.
지역유기농 마켓.
마켓이 계속 유지되려면 누군가는 물건을 사주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에 돈을 지불하는 것만큼 단순하고 분명한 의사표시가 있을까.(윤리적 소비!)
168 ‘그저 한 명의 개인으로서 의미 없는 행동일 수 있겠지만 나중에 손주들이 커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170 한국에 있을 땐 집에서 왜 그리도 정신없이 밥을 먹었는지…여기선 당장 눕고 싶을 만큼 지칠 일도 없고, 밥을 먹고 난 후에도 그다지 할 일이 없어 책을 읽거나 대화하는 일이 일상인지라 급할 게 없다.
‘힘들다고 하는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누군데!’
SNS 말고 사람들을 직접 많이 만나보자고 다짐도 했다.
“난 괜찮아. 난 아이를 네 명이나 키워봤어. 웬만한 건 다 괜찮아.”
Schumacher College 입구 문구
“Whatever you can do or dream you can, begin it. Boldness has genius, power and magic in it!”
지난해 다짐. ‘새 물건 늘리지 않기’ ‘일회용품 안 쓰기’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 이용하지 않기’
올해도 친구들과 환경 다짐을 했다. 올해는 물건을 줄이고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로 했다.
탄소 소비량? 여행 중 발생한 이산화탄소 상쇄를 위한 나무 심기
연말로 업무 계약 종료. 또다시 직업 없이 겨울을 보내는 중. 삶을 꾸리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우리가 가진 것들에 자꾸 가격을 매겨보게 되기도 한다. 농가 민박으로 방을 빌려주면, 이걸 만들어 내다 팔면, 무슨 작물을 얼마나 팔면 돈을 얼마 벌 수 있을까? 여행하며 고민했던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결국 사람들은 상품에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하고, 구매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의 능력을, 상품을,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나는 충분히 존재할 만한 사람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