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오락가락하던 비가 굵은 빗줄기로 이어지는 아침.
삼밭에 우비 가지고 일가신다는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들, 어머니도 동네할머니와 저온창고에서 양배추 고르는 일 하러가신다고 비오는 이른 아침 집을 나서고..
어제 저녁시간 잠시 모인 친구들과 나누던 격한(!) 공감의 이야기들…농사 짓고 먹고 살기 힘들다. 농사만 짓기도 힘든데 아이쿱 같은 생협에 납품을 해도, 물건 포장하고 택배 보내고 반품 처리하고 실제로 하는 일은 다 해야 하는, 제주부리는 곰뿐이 안 되니 힘들어 죽겠다…
그럼 어떻게?
항상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늘 결론에서 막히는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한참동안 듣고 있다보니 ‘격한 감정’의 시 하나로 생각이 이어진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동학혁명의 실패에서, 4·19혁명의 미완으로, 그리고 다시 이어진 촛불혁명으로 권력이 힘없는 국민에게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한 것 같다.
‘빨리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가려면 함께 가라’
농부님들이 맘 편히 농사짓고 살아가기 위해서 가야할 그 길이 어떤 길이든 ‘여럿이함께’ 가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여럿이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도 있듯이, 세상살이는 ‘여럿이함께’ 할 때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 같다.
오늘도 작은 일도 ‘여럿이함께’ 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길 잠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