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그치던 밤비가 오늘 아침엔 쉬지 않고 아침비로 이어진다.
수확철 비만큼 농부님들에게 애꿎은 것도 없다. 다 익은 블루베리 열매들이 잔뜩 물을 먹어 물러터지니…무릇 농사는 하늘과 땅이 짓고 사람은 거들뿐이란 말이 헛말이 아니다.
누가보면 두엄에 절로난 줄 알 메밀꽃, 알고보니 어머니께서 기르시고 계신다고. 어머니께선 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 참 잘 자란다.
어젯밤엔 빗님 탓에 달님도 나오지 않았을텐데도 달맞이꽃들이 마구 피어나기 시작한다.
비가 잠시 그쳤던 어제 저녁.
마을회관 송사 준비 마무리를 위해 마을회관에 잠시 모여, 옛날 토지대장에서 ‘동네땅’의 기록을 들춰본다.
동네산소 납골당 비문의 토지목록에 엉뚱한 남의 땅이 들어있었다는 것이 이제서야 밝혀지고.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바로잡아야 할 동네의 역사이기도 하다.
요즘 보고 있는 역사책속 이야기가 생각에 떠오르니, 비오는 아침 책장을 다시 들춰보게 만든다.
청경우독. 잘못된 혹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던 역사 속 새로운 사실들이 한둘이 아니다.
역사를 바로 알지 않고는 제대로 된 미래를 가질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듯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큰 밑거름이 아닐까 싶다.
비오는 날, 청경우독으로 아주 조그만 밑거름이라도 만들 수 있는 하루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