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잡초. 이나가키 히데히로. p191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랠프 왈도 에머슨
길가 풀 연구가의 도시 잡초 이야기
아무런 준비도 필요없는 친밀한 자연? 잡초
하지만 ‘마음이 없으면 옆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뭐든 관심을 가져야 보이는 법이다. 만일 잡초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면, 내 마음이 닫혀있는 탓에 내 곁에 있었던 잡초를 의식하지 못했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도시에서 자라는 잡초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방법, 즉 ‘잡초에 눈길을 주는 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의 발밑에 퍼져잇는 신비로운 잡초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잡초’란 어떤 식물인가
명확한 답이 없다! 잡초인지 아닌지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식물학적 분류가 아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잡초일 수도 아닐 수 있다.
잡초의 정의? ‘바라지 않는 곳에 자라는 식물’, 말하자면 ‘훼방꾼’. 인간에게 훼방꾼 취급을 받을 때에 그 식물은 ‘잡초’가 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입장에서 해놓은 분류.(잡초는 없다)
잡초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
‘잡초’라는 식물은 없다.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
옛 조상들의 ‘풀 사용법’.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하나하나의 식물을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자라는 야생 풀을 뭉뚱그려 ‘잡초’라 부르게 되었다.
그것은 이제 우리가 식물을 이용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면서 가까이 있던 식물의 가치도 잊어버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돈 되는 잡초
질경이의 별명은 ‘차전초車前草’, ‘약초’였던 것이다. 민들레는 ‘포공영’, 옛날부터 약초로 이용해온 대표적 잡초.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 사실 옛 선조들은 이미 잡초 속에서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악의 구별은 모두 너의 마음에 있는 호불호라는 감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결국, 잡초에 선악은 없다. 하늘의 이치로 보았을 때 그것들에게 선악은 없다.
서양에서는 신이 인간을 만들고 인간을 위해 자연을 창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인간은 자연보다 더 위대한 존재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인 것이다. 사실 ‘자연보호’나 ‘동물애호’라는 발상은 인간이 자연보다 더 상위의 존재라는 서양식 발상에 근거한다.
풀과 나무도 성불한다? 초목국토실개성불草木國土悉皆成佛. 풀과 나무는 물론 흙과 물조차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불성이 있고 성불하는 존재다
‘잡雜’은 ‘다양한 것을 넣어 썩다’는 뜻. ‘다양성’이 주목받는 바야흐로 잡초의 시대.
잡초학? 결코 농담 같은 학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자연과학의 학문분야에 속한다
내 직업은 ‘길가 풀 연구가’? ‘길가 풀을 먹어봐야’만 보이는 것
한 눈 팔아야 보인다.
차를 타고 달리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지만 주위의 풍경을 볼 수가 없다. 자전거를 타면 자동차보다 경치를 훨씬 더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자건거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야먄 비로소 처음으로 보이는 풍경도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멈춰서 보면 걸을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또 다른 풍경이 보일지도 모른다.
멈춰서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때로는 멈춰서 한눈팔아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잡초의 우성 생태학. 식물학 분야에서는 잡초를 결코 강한 식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약한 식물’로 취급받는다.
‘약한 식물’이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실은 ‘강한 식물’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장소가 있기 때문. 그것은 바로 ‘예측 불가능한 환경’이다. 강한 식물은 안정된 조건에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따라서 약한 식물인 잡초는 강한 식물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활로를 찾는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강한 식물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을 극복하는 ‘지혜’인 것이다.
역경은 누구에게나 싫은 것. 하지만 역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약한 식물인 잡초에게도 성공의 기회가 찾아온다.
인간의 등장이 잡초를 만들었다? 인간이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끊임없이 예측 불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잡초에게 ‘도시’란 무엇인가? 라이벌이 되는 식물이 없다. 다만 잡초에게 요구되는 것은 도시라는 혹독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지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우성이다. 각각의 잡초는 자신의 니치를 확실하게 포지셔닝하고 있다…모두 이런 환경을 극복하면서 자신이 사는 곳을 찾아낸 ‘우성’인 셈이다.
잡초가 지닌 생명력의 비밀, 뿌리
쇠뜨기(뱀밥,필두채의 포자줄기). 원자폭탄 폐허 히로시마를 가장 먼저 초록을 우거지게 한 필두채.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이 잡초가 지닌 생명력의 비밀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깊은 뿌리에 있었다
뿌리는 수분이 부족할 때 뻗는다? 수경재배 식물은 의외로 뿌리가 길지 않다. 무리해서 뿌리를 뻗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물이 없을 때에는 물을 찾느라 뿌리가 길어진다…오히려 뿌리는 힘들 때 비로소 더 깊어지는 법이다.
사람의 뿌리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혹독한 환경에 놓이게 되는 순간, 그 뿌리가 서로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게 된다. 누구도 물을 주지 않는 잡초는 뿌리를 매우 깊게 내리고 있다.
밟혀도 일어나는 잡초,’밟혀도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이 멋대로 만들어낸 선입견에 불과하다. 오히려 ‘밟혀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잡초의 성장철학이다!
일어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밟힌 채로 말라 죽어버려서는 곤란하다. 밟혀도 일어날 필요는 없지만, 아무리 밞혀도 시들거나 말라버리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 그것이 밟혀도 잡초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다.
‘밟히는 것’을 이용한다? 질경이의 학명 ‘Plantago asisrica’의 ‘Plantago’는 ‘발바닥으로 옮겨진다’는 의미다.
겨울이 오지 않으며 봄이 오지 않는다
로제트. 지면에 몸을 펼쳐 납작 달라붙어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이파리는 펼쳐져 있기 때문에 태양빛을 충분히 받을 수가 있다.
민들레, 뽀리뱅이 같은 국화과 잡초, 냉이, 달맞이로 유명한 금달맞이꽃, 질경이 등 갖가지 잡초가 겨울동안에는 겉으로 보기에 완전히 똑같아 보이는 로제트를 만들어 지낸다
땅 밑의 비밀. 귀엽게 보이는 민들레의 작은 로제트도 땅 밑으로는 1미터나 되는 깊이로 박혀 있고, 우엉 같은 뿌리를 펼치고 있다. 굉장히 뽑기 힘든 구조다
이른 봄꽃들. 한발 앞서 꽃을 피워 우리들에게 봄의 방문을 조금 일찍 알려주는 꽃들은 반드시 겨울동아 차가운 바람을 견디고 잎을 펼쳤던 로제트 잡초다
겨울은 작은 봄 잡초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성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계절이다? 라이벌들이 땅속에서 잠자고 있는 겨울동안 약한 잡초들은 한발 앞서 꽃을 피우고 씨를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
봄에 싹을 틔우는 여름 잡초의 씨가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겨울의 추위를 경험할 것’. 겨울의 추위를 경험한 여름 잡초의 씨앗만이 봄의 따뜻함을 감지하고 싹을 틔울 수 있다!
풀 뽑기를 하면 잡초가 늘어난다? 실은 우리가 잡초 뽑기를 할 때 잡초의 발아가 더 촉진된다!
광발아성? 빛을 감지하고 발아를 시작. 씨에게 빛이 닿는다는 것은 주위에 라이벌이 되는 식물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 빛이 내리쬐는 것을 신호탄으로 삼아 잡초 씨는 일제히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흙 속의 은행? seed bank, 문자 그대로 종자은행. 영국 보리밭 조사 결과, 1평방미터에 7만5000종이나 되는 잡초 씨가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잡초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 잡초를 뽑지 않는 것!
비즈니스맨에세 잡초 뽑기를 권한다?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나 생각할 일이 있을 때 하면 최고의 작업. 단조로운 풀 뽑기 작업을 하면 뇌가 해방되어 나도 모르게 생각이란 걸 하게 된다. 그때 문득 번쩍이며 떠오르는 것이 아이디어다. 풀 뽑기는 21세기 비즈니스맨에게 ‘아이디어 제조기’일 수도 있다.
마당의 잡초로 만드는 요리? 정월의 풍물시 ‘일곱 가지 풀죽’의 재료. 미나리, 냉이, 떡쑥, 별꽃, 광대나물, 순무, 무
#출퇴근길 잡초 산책
매일 걸어가는 그 길의 잡초
산책이 아이디어를 낳는다
‘새의 눈, 벌레의 눈’? 아이디어를 낳기 위해서는 시점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시점을 바꾸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가 잡초를 바라보면서 문자 그대로, 한 눈을 팔면서 ‘풀’을 먹어보는 것은 어떤가?
정점관측. 출퇴근길에 감지하는 계절의 변화
같은 공터 계속 관찰하기
사무실 밀집 지역의 보도.
동물원 같은 보도 흙 상자? 도시 한가운데서 잡초를 관찰할 만한 장소로 재미있는 곳은 가로수 밑 흙 상자.
아스팔트를 뚫어라
풀베기에 강한 잔디? 벼과 식물의 성장점이 가장 낮은 뿌리 끝에 있다!
세포아풀, 별꽃아재비,오리새, 개미자리, 상사화
도시의 잡초? 도시에는 ‘자연이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도시에 살고 있는 잡초의 생활에 눈길을 줄 수만 있다면, 살벌한 도시생활 속에서도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이 책을 읽고 그런 도시 한 구석에서 사는 잡초의 드라마를 마음으로 느껴준다면, 저자로서 가장 기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