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하승수. p138
하승수…청년 시절에는 실용적 시민운동을 했으나, 나이가 들면서 근본적인 사회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날로 심각해지는 사회적 불평등과 생태위기 극복을 위해서 녹색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녹색당 창당에 참여했다.
‘각자생존’과 ‘인터스텔라’에서 벗어나는 길
세 가지 의문
하나.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는데, 왜 이렇게 ‘불안’히고 살기가 힘든가?”
이 문제는 경제성장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둘. “왜 이렇게 불평등한가?”
부동산 같은 자산소유의 불평등은 더 심각하다.
“한국에서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는 부동산 자산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로 결정된다…”-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셋. “이런 식의 삶과 사회가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인터스텔라, 문제는 이것이 공상이 아니라, 곧 닥쳐올 현실이라는 데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투적인 방안으로는 안 된다
교육 따로, 경제 따로, 복지 따로, 세금 따로, 환경 따로 생각. 내놓는 처방들도 상투적.
‘상투적’이라는 것은 자기 영역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포괄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사고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답이 없다.
기본소득은 시민배당이다
기본소득은 다른 말로 시민배당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돈을 받는 것이 권리”라는 것을 표현하기에는 ‘배당’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공유’에서 배당받자
본래 ‘공유’였던 토지나 천연자원 등에서 나오는 수익 중 일부를 걷어서 배당으로 지급하는 것도 가능, 온실가스 배출행위처럼 생태위기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세금(또는 부담금)을 걷어서 배당으로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유개념은 좀 더 확장해 볼 수도 있다. 개인이 버는 소득도 개인이 잘나서 버는 것만은 아니다. 그가 돈을 벌기까지는 사회적인 뒷받침이 있었다.
그 사람이 버는 소득 중의 상당 부분은 사회공동체의 몫으로 돌리는 게 맞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득세로 걷은 돈으로 시민들이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이건 ‘상식’이다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컸던 소책자, 토머스 페인의 『상식』. 당시로서는 불순한 사상을 담고 있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독립한 미국에서는 왕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 당시에는 이런 주장은 낯선 것이었다.
나는, 기본소득 또는 시민배당이라는 생각도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곧 ‘상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제대로 논의하고 밑그림을 그려보자
제대로 된 철학을 갖고 기본소득에 대해 논의하고 밑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 좋은데, 과연 이것이 내 생전에 이뤄질까?”
중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였던 루쉰의 말처럼,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만 그곳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19세기 중반까지는 보통선거권도 꿈같은 얘기였다. 그러나 이미 현실이 된지 오래이다. 기본소득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여럿이 함께하면 길은 뒤에생겨 난다)
‘공유’에서 배당받자
기본소득 또는 시민배당이라는 생각의 뿌리
약간 황당한 생각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의외로 많은 유명한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주장해 왔다. 토머스 페인, 버트런드 러셀, 마틴 루터 킹, 알드레 고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들. 제임스 미드, 하버트 사이먼, 밀턴 프리드먼, 리드리히 하이예크, 제임스 토빈 등
주민에게 ‘돈벼락’을 내린 알레스카 주. 주정부가 석유개발 수입. 영구기금 배당금으로.
봉이 김선달과 공유재.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자원으로 ‘횡재’. 이런 횡재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수익을 환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당하다.
공유재로서의 토지
토지는 자연 그 자체이고, 인간의 노동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비노바 바베. 부단Bhoodan운동, 토지헌납운동. 400만 에이커를 지주에게 헌납 받아 땅 없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나 자비와 사랑만으로는 시스템을 바꾸기 어렵다. 결국에는 정책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헨리 조지. 토지사유제의 폐해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한 대표적인 사상가.
1879년 『진보와 빈곤』 제목의 이유. “사회가 눈부시게 발전하는데 왜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가?”하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생산력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겨우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최저액에 머무는 이유는, 생산력의 향상과 더불어 지대가 더 큰 비율로 상승함으로써 임금이 낮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시대를 초월한 헨리 조지의 영향
토지공개념.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개발부담금제 도입
희년운동의 생각
소득의 격차도 심각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 것은 자산 격차. 자영업자들을 늘어났지만, 높은 임대료로 인해 “장사해서 건물주 좋은 일 시켜준다”는 슬픈 얘기들이 퍼져 있다.
토지가치는 토지 소유주가 만든 게 아니다
비싼 토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정부의 정책으로 상업적 ‘중심지’가 되거나 주거단지로 개발된 곳이다. 그것을 토지 소유주가 모두 가져간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헨리 조지의 주장은 간단하다. 공공투자로 발생한 투자이익은 다시 공공이 거둬들여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 임대료, 권리금 문제를 바라보면 그 어려운 부동산 문제의 실마리가 보인다.
세금의 정당성도 공유에서 나온다.
상상 없이 변화 없다. 모든 중요한 변화는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노예제 없는 세상을 상상했기 때문에 노예 제도가 폐지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세상을 상상했기에, 그것이 이뤄졌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권리로서 기보소득(시민배당)을 받는 것을 상상해 보자.
기본소득이 가져올 변화, 해방과 전환
기본소득은 다른 사회, 다른 삶을 상상하는 입구하고 할 수 있다.
대학을 안 가고 자립할 수 있는 사회
중산층 붕괴, 노인빈곤에 대한 유일한 대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기본 소득을 주장하는 피터 반스는 ‘모두를 위한 일자리(완전고용)’는 낡은 발상이라고 본다. 안정된 급여를 보장하는 일자리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객관적인 현실을 무시한 얘기라는 것,
임금노동 외에도 가치 있는 ‘일’은 많다
일을 하든 안 하든 먹을 권리가 있다
청년실업은 더 심각. 열악한 조건 감내하고 임금노동을 해야 한다고 강요해야만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자유’란 없고, 강요된 노동만 있을 뿐이다.
기본소득은 ‘노동’의 지위를 강화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권리
‘무상=공짜’ 공격에 대한 반론, 기본소득
“모두가 혜택을 받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모두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못 박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시민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공짜’가 아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이 ‘공짜’는 아니기 때문이다.
불평등의 완화와 자존감의 보루
부유가 정도가 아무리 대단하다 할지라도 다른 시민을 매수할 정도여서는 안 되며, 또 아무리 가난하다 할지라도 자신을 팔 정도로 가난해서는 안 된다. – 장 자크 루소, 『사회불평등기원론』
차별없는 사회와 기본소득
귀농, 귀촌과 기본소득
민주주의와 기본소득
국민에 의한 정부가 최악, 최저질의 전제정부로 변화하는 현상은 부의 불평등분배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인데, 이는 결코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국민은 상정이 시키는 대로 투표를 한다. 정치가의 역할을 선동꾼이 차지한다. – 헨리 조지
탈성장과 기본소득
“기본소득을 지급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
반대의 질문도 가능하다. “기본소득 없이도 경제성장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경제성장에 대한 믿음은 미신에 불과하다.
문제는 경제성장주의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경제성장주의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경제성장 없이는 먹고 살기 힘들 것”이라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는 데 있다. 언론을 통해서 이런 얘기들은 끊임없이 유포된다. 그래서 소위 ‘진보’라고 하는 정치인들도 경제성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제성장을 내세워야 표가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이런 불안이 존재하는 이상, 개발주의와 경제성장주의는 이 사회를 계속 지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기본소득 지급, 물가상승으로 살기 더 어려워진다? 기본소득으로 물가상승분 감당!
기본소득, 꿈이 아니라 현실로
대한민국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전체 인구로 보면, 아직까지 기본소득에 대해 하는 사람들이 워낙 소수이다.
지금 단계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세세한 숫자까지 정확하게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회운동이나 정치는 ‘가치’와 ‘비전’을 얘기하는 것이 기본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따지면, 그 어떤 큰 변화도 불가능하다…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큰 틀의 밑그림이다.
지금 필요한 조세개혁은 ‘조세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전면적일 필요가 있다.
담대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불평등이 심하고, 얼마나 반생태적인가?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기본소득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에 동의한다면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지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