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빗줄기가 땅을 시원스레 적셔준 아침, 동네한바퀴 아침산책길을 나선다.
간밤의 시원한 빗줄기로 오랜 갈증을 달래고 난 뒤여서인지, 길가의 꽃들도 유난히 싱그럽게 보인다.
하룻밤사이지만 옥수수들도 빗줄기 덕분에 쑥쑥 자라난 듯
항상 정갈하고 말끔한 모습의 비구니 스님들의 아담한 절집.
고추밭의 고추들도 간밤의 비가 무척이나 반가웠을 듯 싶다.
무슨 일이 났나 싶었는데, 산소 곱게 단장한다고 아침 일찍부터 바쁜 손놀림들
빈집 헌집 새집이 나란히.
담장 너머로 탐스럽게 익은 붉은 앵두들이 즐비한 앵두나무
고구마 밭인지 밭고랑 풀밭인지 고구마도 풀도 시원한 빗줄기와 함께 모두 쑥쑥 자라난 듯 싶다.
시어동 휴양지 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농지들엔 키다리 망초와 명아주가 무성하다.
권농은 고사하고 폐농을 부추기는 지역개발정책, 득보다 실이 많은 지역을 죽이는 개발은 하지 말아야 하거늘…
‘경작금지 안내문’. 당해 지역은 상주시에서 시행하는 「속리산 시어동 휴양체험단지 조성사업」에 편입(보상)된 지역으로 농작물 경작 및 기타 수목재배, 시설물 설치 등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오니, 이를 위반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침 산책길 풍경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지네골 골짜기 입구까지 호텔, 음식점, 주차장에 캠핑장까지 들어서면
골짜기 안의 동네 상수원이 온전히 남아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여름과 함께 산책길에 자주 만나는 귀여운 다람쥐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계곡의 시원한 골짜기, 더운 여름날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익숙한 풍경이지만 하루하루 볼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일상의 풍경들이
비온뒤라서인지 시원함이 가득하다.
소음부터 귀에 거슬리는 동네한복판의 유기농 오미자 공장이 동네 풍경 속 ‘눈엣가시’처럼 다가온다.
‘나락 한 알 속 우주’의 생명사상과 함께 시작된 한살림. 요즘의 한살림은 본래의 생명살림이 아니라 ‘돈살림’만 챙기는 ‘무늬만 유기농’이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나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란 노랫말이 애잔하게 들려오는 모습이다.
농부님들이 맘 편히 농사지으며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잠시 마음에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