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 곳(장암동) 동리에서 친족이 없는 여덟명이 단신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에 이곳에서 살면소 모은 재산을 모다 동리(洞里)에 희사(犧賜)하였다. 이에 이곳 동민은 이분들의 미덕을 기리고자 묘소를 벌초하고 매년 9월9일 구구절을 일정하여 동민이 무후신제(無後神祭)로 명복을 빌었다. 슬프도다! 시대 변천에 따라 이분들의 분묘를 모아 2015년 3월 25일 이곳에 공묘로 안장을 하게 되었다.
마을회관 송사에 대안 대응방안을 마련하고자 모인 마을회관의 저녁 모임 자리.
‘동네제사’에 대한 마을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동네사람들이 모여든다. 연로하신 어른과 ‘중년의 청년’들 몇몇이 모여 동네제사와 함께 ‘동네땅’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백 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동네제사이지만, 제사 제문도 없이 지내오다보니 제사를 모시는 망자에 대한 기억도 말그대로 잊혀져간다. 오로지 마을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구전으로 전해내려오다보니 동네땅에 대한 기억 역시 함께 사라져간다. 망제(忘祭)라고도 하는 동네제사, 글자 그대로 잊혀져가는 동네제사가 되어간다.
기억을 되살려보려 오래된 마을 ‘토지대장’도 펼쳐보지만 어디에도 마을회관 자리의 동네땅에 대한 기록은 없다.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이 참말이고 없는 것을 있다 말하는 것이 거짓말인데, 어렴풋한 기억 말고는 있던 것을 있다고 말해주는 기록이 없으니 그 기억조차 사라진다면 ‘참말’도 함께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이제라도 참말이 사라지지 않도록 기억을 기록으로 되살려내는 일이 절실하다.
참말 없는 참살이도 있을 수 없는 법이니 마을의 참살이를 위해서라도 마을의 기억 속에만 머물고 있는 참말들을 살아있는 기록으로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가야겠다.
망제(忘祭):후손이 없는 자를 위해 마을에서 지내는 제사 의식
망제는 지역에 따라 ‘거리제’ 또는 ‘동네 제사’라고도 부른다. 망제는 후손이 없이 외롭게 떠도는 혼을 달래 마을의 재앙을 물리치고자 하는 마을 제의이다. 제사를 모실 후손을 두지 못하면 큰 죄인으로 취급받을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조상숭배 의식이 매우 강했다. 조상은 후손이 차려 주는 제삿밥에 의존해 살고, 후손은 조상이 주는 복에 의존해 사는 존재로 인식해 온 것이다. 그러나 후손을 두지 못한 경우에는 조상이 제삿밥을 얻어먹지 못하는 한스러운 존재로 전락한다. 이에 따라 후손이 없는 노인은 자신이 살던 마을에 논, 밭, 산, 집 등 가산을 기증하고 자신과 자신의 조상을 위한 제사를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하게 된다. 한이 많은 무주고혼(無主孤魂)은 마을에 재앙을 끼칠 수 있는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대개 이러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망자(亡者)가 기증한 가산으로 비용을 마련해 매년 제사를 모시게 된다. – 한국민속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