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결성된 마을회관 지키기 대책위 구성과 함께 서기 겸 총무로 위촉을 받으니 사양을 할 수가 없다. 따뜻한 날씨만큼이나 농부님들은 농삿일로 바빠지기 시작. 농삿일을 거들지 못하지만 ‘동네 심부름꾼’이라도 되어 마을에 조금이라도 힘을 더해볼까 한다. 하지만 막상 힘을 보태보려고 동네일에 대해선 거의 일자무식 수준. 할 수 있는 것이란 동네의 역사를 기억에서 기록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마을회관 긴급 대책회의 회의록 정리와 함께 마을에서 치러왔던 ‘동네 제사(망제)’의 역사에 대한 기록을 위해 동네한바퀴 산책과 함께 찾은 동네 (전)노인회장님댁. 노부부께서 생후 이틀 되었다는 아기 송아지를 끌어안고서 어미소 젖이 부족하다며 젖병을 들고 애를 쓰신다. 노부부의 송아지 사랑이 자식 사랑 못지 않은 듯하다.
잠깐 말씀을 들어볼까 싶어 여쭤보니 밭일을 하러 가셔야 한다고. 역시나 늙으신 농부님에게도 농삿일 시작은 마찬가지다.
저녁시간 마을회관에서 뵙기로 하고 돌아나오며 오랜만의 ‘송아지 구경’과 함께 따사로운 봄햇볓을 잠시 즐겨보지만, 커피 잔을 건네주시며 송사의 결과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으시던 아주머니 말씀을 생각하니 사람만큼 욕심을 앞세우는 동물이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