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소동에서 긴급대책회의 소집으로 온동네 사람들이 마을회관으로 모여든다.
20 여년이 넘게 자리를 지켜온 마을회관이 갑작스런 소유권 주장과 함께 배상을 요구하는 ‘뜬금없는’ 소장에 마을이 때아닌 송사에 휩쓸리니 평온하던 온동네가 시끌벅적 야단법석이다.
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마을에서 제사를 모시는 조상들의 후손들이 마을에 희사(기부)한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관습에 따라 묵시적으로 전해오다 ‘등기법’에 따라 명시적 소유권이 후손들에게 넘어가며 황망한 ‘송사’가 일어난 것.
나이 드신 어른들의 기억 속에만 있는 동네의 역사의 운명과도 같은 처지이다.
분명한 기록이 없으니 남아 있는 기억에 의존, 그나마 몇 안 되는 어른들의 기억에 의존하려 하니 객관적인 사실 증명은 ‘동화’를 현실로 증명해보이는 것만큼 어렵다.
등기법이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관습법도 중요하고, 특히 개인의 사적 이익이 아닌 마을공동체의 귀중한 자산인 마을회관이라 송사에 대해 쉽게 포기하고 절망하지 말라는 의견도 나온다.
오래된 기억을 객관적 사실로 증명한다는 게 시골 촌부들에겐 더없이 힘겨운 일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온동네 사람들이 힘을 모아 동네 역사를 살리고 마을회관을 지켜내는 수밖에.
이장님을 대책위원장으로 (전)노인회장님, 청년회장님, 새마을지도자, (전)시의원님 그리고 사무국장으로 구성된 마을회관 지킴이 대책위원회가 순식간에 결성된다.
이제는 마을의 역사가 기억에서 기록으로 바뀌어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