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생각한다. 나카무라 요시후미. p151
집이 갖추어야 할 열두 가지 풍경
1. 풍경.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
2. 원룸.건축가는 원룸으로 기억된다
3. 편안함.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4. 불. 집의 중심에 불이 있다
5. 재미. 재미와 여유, 그리고 집
6. 주방과 식탁. 아름답게 어질러진 주방
7. 아이들. 아이들의 꿈이 커가는 집
8. 감촉. 손에서 자라는 애착
9. 장식. 적당한 격식, 효과적인 장식
10. 가구. 가구와 함께 살아가는 집
11. 세월.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집
12. 빛. 두 가지 의미의 빛(빛과 불빛, 자연광과 조명)
#들어가는 말을 대신해서_주디 애벗과 단바 씨
술렁이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사는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바라보고자 합니다. 주택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시점, 즉 보통 사람의 일상생활이라는 측면에서 ‘집이란 무엇인가?’ ‘집을 구성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기 때문이지요.
이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생활을 자신만의 속도록 해나가는 독거노인 단바 씨가 보여주는 일생생활의 한 단면. 저는 짧은 문장 속에 묘사된 검소하게 살아가는 노인의 의식주 모든 부분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단바 씨의 모습을 통해 주변의 시선과 세상의 풍조에 휩쓸리지 않는 당당함, ‘집’과 ‘생활’이 일심동체로 결합된 간소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위세를 떨치는 정보와 통신의 시대, 방 안과 집 안을 비롯해 거리 곳곳에 물건이 범람하는 시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쉽게 쓰고 버리는 소비와 낭비의 시대, 편리함과 풍족함을 마치 동의어처럼 여기고 누구 하나 그 사실에 의문을 품지 않는 어딘가 비틀어져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저에게는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을 담담하게 살아가는 노인의 고요한 생활과 검소한 세간살이가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저는 차가운 샘물에 세수를 한 것처럼 개운한 기분이 되곤 합니다.
#풍경_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
에리크 군나르 아스플룬드, 「여름의 집」, 스웨덴 뉘네스함 시 스텐네스
집을 짓는다는 것은 그곳이 도시건 시골이건 상관없이 주변과 유형무형의 관계를 맺는 것이므로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건축물 하나 혹은 집 한 채가 원래의 풍경 안에 사람살이의 숨결을 불어넣고 인간적이고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주변을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지은 건물 한 채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너무나도 간단히 망쳐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 풍경과 건축물의 조화에 대한 실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스미요시 연립 주택」
#원룸_건축가는 원룸으로 기억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만으로 지은 집. ‘먹고 자는 곳’이라는 기본 정의에 가장 충실한 공간.
주택 내에 있으면 편리하지만 실제로는 필요 없는 비실용적인 공간을 하나씩 신중히 삭제해나가다 보면, 더 이상 들어낼 수 없는 마지노선에 도달하게 됩니다. 거기에 주택의 원형만 남게 되는 것이지요.
원룸 구조의 주택을 설계하는 것은 건축가가 주택을 바라보는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과 같습니다. 멘델존의 “건축가는 원룸 구조로 설계한 건축물로 기억 된다” 라는 명언이 나타내는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죠.
간소한 라이프스타일? 쓸데없는 것은 던져버릴 것. 단지 꼭 필요한 물건만 실어 생활의 보트를 가볍게 할 것. 간소한 가정, 소박한 즐거움, 한두명의 친한 친구,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고양이 한 마리와 개 한 마리, 즐겨 피우는 파이프 딤배 하나 혹은 두개, 필요한 만큼의 옷과 식료품, 그리고 필요한 것보다 약간 더 많은 양의 술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제롬K 제롬 「보트 위의 세 남자」
필립 존슨이 설계한 원룸 건축물의 걸작, 「글라스 하우스」
시인 다치하라 미치조의 「히아신스 하우스」. 13제곱미터가 될까말까 하는 조그마한 오두막집
「아이리스 오두막」
“소년은 나무 위의 집을 가지고 소녀는 인형의 집을 가진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오두막, 「월든」
「미타니 오두막」
#편안함_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다락방은 몽상을 키우고 몽상가는 다락방에 숨어든다”
#불_집의 중심에는 불이 있다
#재미_재미와 여유, 그리고 집
여유가 없고 엄격한 틀로 짜인 사각의 상자를 집이라고 한다면 실용이라는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어딘가 모르게 지루하지 않을까요?
「구가하라의 집」
#아이들_아이들의 꿈이 커가는 집
#감촉_손에서 자라나는 애착
멋진 건축물에 들어가면 우선 계단의 난간부터 만져봅니다. 매력적인 난간을 잡아보고 그곳을 설계한 위대한 건축가와 이름 없는 수많은 직공들과 직접 손을 잡고 있는 듯한 친밀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걸작이라 불리는 건축물에는 어디든 예외 없이 주옥같은 솜씨로 마감한 세부가 숨어 있습니다.
#장식_적당한 격식, 효과적인 장식
#가구_가구와 함께 살아가는 집
#세월_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집
#빛_두 가지 의미의 빛
자연광을 빛이라 하고 촛불이나 인공 조명은 불빛이라고 말합니다.
조명을 선택하는 것도 설계 작업을 하면서 힘든 일 중의 하나입니다…설계에 어울리면서도 가격이 적당한 조명은 그다지 쉽게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귀한 손님을 정중하게 실내로 안내하는 것이 그 집의 주인이 해야 할 역할이라며, 실내에 자연광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것은 설계자의 중요한 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