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위의 세 남자. 제롬 K. 제롬. p321
공허한 문명의 농간이 우리를 꾀어내어 그녀의 다정했던 품 안에서 멀어지게 하고, 독이 섞인 냉소라고 할 수 있는 인공적인 것들은 그녀와 함께 영위했던 단순한 삶과, 인류가 몇천 년 전 태어난 검소하고 당당한 보금자리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우리 모두 다 같이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알겠지? 이런 게 있으면 좋겠어 하는 물품들이 아니라 이게 없으면 안 되지 하는 물품들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나는 이것을 아주 솔직한 지혜라고 생각한다…여행의 즐거움과 안락함에 필수라고 생각하는 온갖 어리석은 물건들을 가득 싣는 바람에 배를 침몰 위기에 빠뜨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 물건들은 알고 보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일 뿐이다.
인간이여, 그것은 잡동사니다. 모든 것이 다 잡동사니일 뿐! 배 밖으로 내던져라. 노를 젖는 데 방해만 될 것이다. 그것을 싣고 가다가는 노를 젖다가 기절할지도 모른다.
인간이여, 잡동사니를 버려라! 당신의 보트 인생을 가볍게 하라. 필요한 것만으로 채우라. 소박한 집과 꾸밈없는 오락거리, 이름값을 하는 친구 한두명, 당신이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고양이 한 마리, 개 한 마리, 그리고 파이프 한두 개, 간소한 먹을거리와 입을 거리, 그리고 조금 풍족한 마실 거리. 갈증은 위험한 증상이니까.
이제 노 젓는 일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보트가 뒤집힐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뒤집힌다 해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질 좋고 소박한 제품들은 물에도 끄떡없을 것이다. 일하는 시간 말고도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생의 햇살을 들이마실 수 있는 시간, 인간의 심금을 연주하는 바람의 신이 들려주는 풍성한 음악에 귀 기울일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