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사상 깊이읽기 3. 씨알·생명·평화 .김영호. 711쪽
282 #바람직한 공동체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작은 규모의 공동체다.
앞으로는 남의 지배하는 큰 나라는 없어질 것이고, 서로 취미를 같이하는 조그만 공동체가 늘어갈 것인데, 우리가 본때를 보여주어야지. 잘못의 근본 인간의 교만에 있으니 작은 것이 아름답고, 낮은 것이 좋고, 다툼이 없고 강하기보다 부드러워짐이 이기는 길임을 실제로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살림이 돼야…
장래를 봐서 인류는 새로운 문명단계로 들어가지 않고는 살길이 없어요.
소국가주의를 강조해야 되고, 소국가주의를 하노라면 자연히 공동체 살림, 조그마한 공동체 살림이 늘어가야 되는 거지요. 민중계몽이 필요하게 되고, 교육과도 크게 관계되는 거지요.
284. 교회버스 두고 어디 구경을 한다, 그런데 신경쓰지 말고. 그거 했댔자 소용없어…
286 친목과 유희를 도모하는 쾌락 추구가 아니고 소수의 동지들이 모여 대적까지도 포용하는 사랑의 공동체 훈련을 함께하면서 시너지를 자아내는 집합체가 생겨나야 한다. 촛불이 모이면 빛이 되듯이 함께 힘을 모으는 훈련이 필요하다.
290 종교는 현실을 잊어버림이 아니다. 현실을건지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 명가명비상명. 어떤 이름이라도 일단 붙이면 무상하게 변화하는 현실을 늘 한 가지로 가리키는 모순을 일으킨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이다.
294
302 종교와 교회는 어차피 실체를 일시적으로 대리한 ‘우상교’요 ‘엉터리’다. 공고한 조직은 인간과 신의 소통을 막는 장벽이다. 만물과 현상이 변천하는 것처럼 종교와 교회도 달라져야 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은 성장을 멈춘 생명이나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과 같다.
303
정치·경제
새 문명, 새 세계관, 새 인생관, 새 국가를 세우지 않고
우리 살길만을 찾을 재주가 없게 됐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혁명을 의미하는 일입니다.
지금의 정치에서 해방이 돼서만 될 수 있는 일입니다.
정치는 위기에 처한 오늘의 사회를 배태한 근본원인이다. 역사의 시작부터 사람의 바탈(인성)을 거스르는 제도를 만들어 지배해왔다. ‘큰 도둑’이었댜.
정치가 도둑질하기 시작했다…오늘 인류가 당하는 대부분의 문제의 정치문제인데, 그것을 만든 것은 결코 평화에 살기를 본바탕으로 하는 민중, 곧 씨알이 아니고 정치가들이다…
국가지상, 정부지상을 내세우는 국가주의의 문제는 지배자들이 마치 나라와 전체를 대표하는 양 속여서 국민을 지배하는 것이다. 아무리 다수라 해도 ‘전체’는 아니다. 정권이나 정부는 바뀌거나 사라져도 전체의 나라는 영원하다.
정부가 대표하는 집단주의도 일종의 이기주의로서 개인주의의 확장이다…민족의 수난은 오로지 그릇된 정치의 산물이다.
“나는 내 몸에 뱀처럼 감긴 정치문제와 싸우지 않을 수 없다.”-간디
327 정치는 뭐냐, 딴 게 없어. 골고루 잘 먹고 잘 입게 하는 거야. 그 이상 아무것도 없어요. 요새 뭐 복잡한 말로 뭐다 뭐다 하지만 정치란 먹고 입고 일할 것을 골고루 나눠주는 일이지 별게 아닙니다.
331 신과 만인의 사랑과 자비를 가르친 종교를 무시한 현대 국가들이 인간의 의식과 지식에만 의존해서 통치하면서 민중의 고통이 늘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333 스스로 나라 일 하노라는 정치인들의 야심. 화합이 아니 되는 것은 야심 때문이다. 이념, 구상이 서로 다른 것은 걱정할 것 없다. 여러 가지 사상과 의견이 있을수록 좋다. 그래야 네 생가만도 아닌, 내 생각만도 아닌, 보다 높은 참에 가까운 생각에 도달할 수 있다. 나쁜 것은 자기중심적인 야심이다.
야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성인만 정치하느냐 반문하겠지만, 그것은 무책임한 반사회·반역사적인 말이다. 그런 핑게와 변명을 하려면 정치에 나서지 않아야 한다…그런 변명을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의견을 성화(聖化), 절대화하여 독재를 하려 한다.
347 국토개발보다 마음밭 가꾸기
참 나라 터가 어디야요? 여러분의 가슴입니다.
시골에 산업도로를 낸다지요? 길을 내기 전에 먼저 사람 사람의 가슴의 막힌 것을 뚫으라 하십시오.
374 나는 도저히 광주사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난 지금 이 자리에서 미리 잘라 말씀드립니다. ‘내란 음모’라고 왜곡된 광주사태는 반드시 바로잡혀야 합니다. 역사에서 이걸 바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이 민족은 낙제합니다. 도대체 광주에서 무슨 내란사건이 있었단 말입니까?
410 노자의 세 가지 정신-자비(베품)·검약·자기낮춤(평등)
그럼 다시 기회 없을 줄로 알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영원히 마지막 선물이라 해도 나무랄 데 없는 참 귀한 보배입니다. 30년 전 노자에게서 받을 때는 노자 자신도 “보배로 여겨 지니고 있는 것이로다”하면서 주었던 것입니다.
첫째는 헤가림, 불쌍히 여김입니다. 둘째는 졸래맴, 수수하게 함입니다. 셋째는 감히 남보다 앞장을 지르지 않는 것입니다.
414 무엇이 근대화냐. 까 내놓고 말하자. 너희 생각은 좋은 뜻으로 해석한다 해도, 이것밖에 되는 것 없지 않느냐…..우선 공업 발전 아니하고는 앞서가는 나라들을 따를 수 없으니 농촌을 좀 희생을 시켜가면서라도 공업부터 일으켜야 한다 하는 말이지. 그 점이 너희 생각이 잘못된 데다.
깊이 생각해야 한다. 사람은 절대로 먹는 것으로만은 살지 못한다. 또 먹는다 해도 혼자나 몇이 먹는 것이 아니다. 골고루 먹는 것이 참 먹음이요, 참으로 밥을 바로 먹었을 때 밥은 결코 육신의 양식만이 아니다. 정신도 함께 자란다. 군인정치 10년의 죄는 씨알의 정신을 타락시켰다는 데서 그 극점에 이른다.
함석헌은 이른반 ‘근대화’부터 문제를 제기한다. 물질문명 속에서 정신문화를 배제한 근대화는 처음부터 동의할 수 없다. 그럼에도 추진해야 한다면 공업 위주의 근대화는 더구나 반대다. 전통적인 산업인 논업이 우선 건실한 토대를 가져야 하고, 그 위에서 농업으로 축적된 자본으로 산업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또 순전히 꾸어온 외국 자본으로만 산업을 발전시킨다면 여러 문제가 따라올 것은 뻔하다.
425 진리란 쉬운 것입니다….그저 모든 것이 ‘어서 빨리’라는 데서 잘못됩니다…내 소견, 내 고집해서는 아니 된단 말입니다. ‘내’가 무엇입니까. 욕망덩어리입니다…나라 하려면 욕심 없어야 하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욕심 강한 사람들만 이 나라를 쥐게 됩니다.
436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빵’ 말고 필요한 것은 정신적, 종교적 가치 등이라 할 수 있지만, 여기서 함석헌은 올바름(사회정의)을 중시한다.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민생’을 들먹인다. 자꾸 생산만 하고 전체 소득과 물량을 늘리는 데만 열중하는 사회보다는 있는 것을 사랑으로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함석헌이 희구하는 나라다(공생적 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