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학교(5권) 김진경 글·김재홍 그림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마법의 이야기, 그 속에서 들려주는 ‘인드라망’과 생명사상의 이야기가 아주 쉽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훌륭한 판타지 동화.
“인간들은 나쁘다기보다는 어리석단다.”
“아름답지. 모든 생물 종들이 만나고 어울려 하나의 큰 생명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하지만 아름다운 만큼 무너지기도 쉽단다.”
“그물코 하나가 뜯어지면 옆의 그물코까지 뜯어져서 오래지 않아 그물 전체가 못 쓰게 되지. 마찬가지야. 구슬 하나가 깨지면 다른 구슬도 빛을 잃고 깨져서 아름다운 구슬 그물은 무너져 버리지. 인간은 참 어리석단다. 다른 생물 종을 죽이는 일이 곧 자신을 죽인다는 걸 모르나…마당에 난 풀도 다 알고 있는 진실인데 말이다.”
“사람들 때문에 벌써 수십만 개의 구슬이 깨져 버렸는데…인드라의 구슬 그물이 아직 무너지지 않은 건가요?”
“아직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세상이 지금처럼 존재하는 거겠지.”
“비록 바위가 생명 없는 돌덩이에 불과해 보이겠지만, 그 바위에 의지하며 사는 생물이 얼마나 많겠니? 이끼와 개미와 온갖 벌레들, 그 밑에 굴을 파고 사는 짐승들, 또 그 그들에 피어난 고사리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바위 덩어리도, 있는 그대로 가장 놀라운 마법이지. 수정 마법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있는 그대로의 마법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야. 그러니 하찮은 마법으로 함부로 그 놀라운 마법을 깨뜨려선 안 된다.”
“장난치면 안다고? 말도 안 돼.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장난이 얼마나 훌륭한 수업인지를 모르니까 그렇지. 세상에 장난치는 일보다 중요하고 훌륭한 일은 없다고 하셨어. 우리 교장선생님인 양말 고양이가 하신 말씀이니까 맞을 거야.”
“그래, ‘마법의 역사’란 책을 보면 그런 기록이 있다. 옛날 세상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땅의 모습을 대지의 신 고양이가 하얀 안개 속에 펼쳐보였다고 말이다. 그걸 ‘대지의 빛‘이라고 부르지. 살아서 대지의 빛을 보다니…이건 기적이야.”
“옛날에는 땅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웠나요?”
“그래, 이 세상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땅의 모습이 이랬단다. 땅은 힘들이지 않고 온갖 생물을 제품에 안아 키웠지. 땅은 거대한 어머니야. 머리에 저렇게 울긋불긋한 화관을 쓰고 누워서 제 몸 위에서 평화롭게 뛰어노는 자식들을 흐믓하게 보곤 했어. 저 푸른 산봉우리들은 온갖 생물을 먹여 키우는 젖가슴이었지. 대지의 신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기억일 게다.”
“마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밤의 모임을 이끌기 위해서는 고양이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거지. 아까도 보았잖니. 어린 고양이들이 그렇게 사정 모르게 대들면 같이 싸울 수도 없고, 곤란하지.”
“무서워서 불 켜 놓고 자는 걸 거야.”
“인간들은 웬 겁이 그렇게 많은지 몰라?”
“하하, 누구든 자연과 떨어지면 겁이 많아지는 거지. 인간들은 자연을 너무 오래 떠나 있어서 그래. 자연이 제 어머니인 줄도 모르고 겁을 먹는 거지.”
“갓 태어난 애들이 무슨 힘이 되겠어요?”
“아니야. 생명은 위대한 거야. 많은 어머니들이 있고 아기들이 있어서 이 세상이 무너지지 않고 계속되는 거지.”
“보이는가? 인간들이 멸종시킨 생물 종들의 무덤이다. 버들아, 러브레터야, 마음의 눈을 뜨고 보아라. 저 무덤들…저 생명들…인간들 때문에…오직 인간들의 무지와 욕심 때문에…저 수많은 생물들이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 언제까지 보고 있을 거냐?…”
“그래서…인간들과 전쟁을 해야 한단 말이지?”
“그렇다. 길은 둘뿐이다. 인간들만 살아남느냐, 인간이 사라지고 다른 생물 종들이 살아남느냐의 선택이다.”
“뎨라, 그 두 가지 중에서는 내가 택할 게 없구나. 지난 천 년 동안 나는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겪었다. 끔찍한 전쟁도 수없이 보았지. 전쟁은 인간에게도 다른 생물 종들에게도 불행을 가져올 뿐이었어. 전쟁은, 땅 위의 생물들을 가장 빠른 속도로 멸종시키는 길일 뿐이야.”
“뎨라, 세상에는 어둠의 마법과 빛의 마법만 있는 게 아니다. 빛과 어둠은 그렇게 칼로 베듯이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야. 어쩌면 동전의 양면일지도 모르지. 당신과 우리 수정 고양이들이 한 동전의 양면인 것처럼…”
“마츄! 너는 고양이들을 위하는 듯하지만 결국 너의 세상을 만들자는 거지? 이기적인 인간들을 미워하는 척하지만 그들을 부러워하는 거야. 너야말로 우리 고양이들 중에서 가장 나쁜 놈이다!”
“그렇지 않다. 태양의 길이 무너진 이유가 뭔지 아니? 고양이와 사람들이 태양의 길을 믿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야. 반대로 고양이와 사람들이 태양의 길을 믿게 되면, 태양의 길은 다시 열리지. 그러니까 태양의 길을 다시 열기 위해서는 먼저 고양이와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자, 눈을 뜨렴. 버들아, 이제 너의 나이는 천 살이다.”
“저는 이제 열다섯 살이 겨우 넘었는데요?”
“지혜의 나이가 천 살이라는 거다. 천 년 동안의 지혜를 얻었다는 뜻이야.”
옛날에는 인간들도 지혜의 나이가 있었단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나 아브라함, 단군신화에 나오는 단군도 지혜의 나이가 수백 살을 되었지. 하지만 요즘 인간들은 그 지혜의 나이를 잃어버렸어. 그래서 어리석은 짓들을 많이 한단다.”
고양이 학교는 끝났습니다.
우리 수정 고양이들이 고양이 학교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 종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황금시대를 열기 위해 수정 고양이들은 더 큰 모험의 길에 나섭니다.
인간 세상에서 펼쳐 나갈 수정 고양이들의 활약에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을 부탁합니다.
버들이와 러브레터 일행은, 어린이 여러분의 마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