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 p273
그럼 대체 무슨 길이 있느냐고? 그걸 같이 탐색해보자.
백수의 원조 연암 박지원을 가이드 삼아, 밑져야 본전 아닌감? 다른 건 몰라도 재미는 보장한다. 연암은 진정 청춘의 참맛을 즐길 줄 ‘아는 백수’ 였으므로.
‘청년 백수’를 향한 세 가지 제안? 노동 해방 / 중독 탈출 / 망상(꿈) 타파
그 모든 중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화폐’다. 화폐가 아니면 감히 누가 그런 권능을 발휘한단 말인가.
청년들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는다. 우리 시대 청년들은 저항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의 주체다. 소비의 주체가 되려면? 화폐가 필요하다.
성공을 향한, 청춘 담론 ‘꿈’? 이 담론이 말하는 꿈의 구현은 형식이 뭐건 간에 궁극적으로 더 많은 화폐, 더 강렬한 소비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결국 화폐로부터 지유로워라, 해방되라는 제안!)
25 그래서 알게 되었다. 청춘은 절대 아름답지 않다고.
41 ‘안정된 삶’이라는 신화. 노동은 ‘소외’다!
51 밥벌이와 자존감. 소비와 부채로부터의 해방
출발은 자립. 정규직과 고액 연봉, 이 전제를 타파하는 데서부터 자립은 시작된다
부채의 원인은 밥벌이랑 상관없는 소비 충동 때문이었다.
자립의 최고의 걸림돌은 소비와 부채.
악마는 디테일에? 일상의 악마는 소비와 부채다. ‘미니멀리즘’이 부상하는 중.
대박? 내가 횡재를 한다면 그 돈에는 수많은 피땀과 원한이 담겨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걸 모른다면 정말 바보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든다.
69 백수는 노동의 소외에서 벗어난 존재다. 백수의 경제는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활동의 산물이다. 당연히 소비와 부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동시에 투기 자본에도 포획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건 철학이다.
71 소크라테스, 공자, 부처, 노자,…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우리 시대의 언어로 치환하면 ‘백수’다.
74 정규직이 타임 푸어라면 백수는 타임 리치다.
고수는 서두르지 않는다. 내공이 깊으니까. 백수도 서두르지 않는다. 시간이 많으니까.
84 관계는 화폐에 선행한다. 인맥에서 인복으로.
99 슬픔이 다시 중독으로. 나는 이것이 현대 정치경제학의 핵심 아젠다가 될 것이라고 예감해왔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100 언어도 숨 쉬고 배설하는 것 못지않은 생명 활동이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말의 행로, 생각의 전제가 바뀌기 어렵다. 생각과 말이 제자리를 맴돌면 동선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
104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 교육이 붕괴된 결정적 이유는 시험과 경쟁이다. 이것이 초래하는 지적 불균형도 문제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인생에서 관계를 증발시킨다는 데 있다.
112 궁극적으로 우정이랑 배움과 깨달음을 함께하는 것이다.
113 디지털은 이미지의 세계다. 그것이 현실을 반영하고 현실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진 하지만 이미지는 말 그대로 이미지일 뿐, 결코 실상이 아니다. 실상이 아닌 것을 허상 또는 망상이라고 한다…디지털은 숫제 망상이 실상을 압도하도록 설계된 문명이다.
이 망상의 집을 ‘자의식’이라 부른다. 자의식이란 ‘자기에 대한 의식’으로 20세기 이후 자본주의와 함께 등장한 표상이다. 오직 자신의 시선으로 뚫어져라 자신을 응시하기 때문에 외부와 타자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내적 성찰과는 방향이 정반대다. 역설적으로 이 자의식은 인정 욕망과 깊이 연동되어 있다.
114 차분히 잘 생각하면 갓난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나, 생각이 조금만 어긋나도 짐승 같은 야만인이 되고 만다.
116 의기투합? 화폐가 개입하면 일단 실패다.
화폐가 끼어들 수 없는 활동. 그건 지성밖에 없다.
배움이란 본디 즐겁고, 즐겁지 않으면 배움이 아니므로.
119 재미를 계속 창조하려면 지성이 필요하다.
이상한 일은 시대의 추세와는 달리 청년들의 언어 감각은 오히려 위축된 감이 있다. 자기 견해를 지적으로 표현하거나 경험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데는 영 서툴다. 그도 그럴 것이, 주로 구경꾼의 위치에 있을 뿐 서로 말을 주고받는 광장의 경험이 거의 없는 탓이다.
122 ‘핫하게’? 이건 동전의 양면이다. 삶이 공허하니까 뭔가 뜨거운 것을 찾아다녀야 하고, 일상이 지루하니까 이벤트와 행사에 동원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행사에는 동이 든다. 왜냐면 그런 행사들은 청년들이 자율적으로 시도한 것이 아니라 자본의 주도하에 조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밑에 딸린 건 ‘생동감 있게 살아라’가 아니라 ‘소비하고 즐기라’는 명령이다.
핫의 진짜 반대는 ‘평정 혹은 무심’이다(‘혐핫’이 아니다)
135 이 작품은 지금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상투적인 어투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139 백수에겐 꿈이 필요 없다. 사는 것 자체가 꿈이자 직업이다.
친구이면서 스승인 사우! 관계의 최고 경지다.
‘집’의 시대에서 ‘길’의 시대로
146 아파트 뷰(view)가 좋다고? 그 뷰를 감상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그렇게 좋으면 밖으로 나와서 풍경 속으로 들어가라. 스스로 뷰가 돼라. 남산이 한눈에 보이는 뷰를 가지려 하지 말고 그냥 남산을 걸어라.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사려면 돈이 억수로 많이 든다. 하지만 한강변을 산책하는 건 완전히 공짜다! 한강변을 바라보는 것과 그 위를 걷는 것, 어느 게 나은가? 전자는 머무르고 후자는 움직인다. 살아 있다는 건 움직이는 것이다. 생명의 표지는 유동성이다. 모든 세대가 청춘을 부러워하는 건 이 유동성 때문이다.
170 백수라면 도서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171 개인적으로는 소비를 줄이는 노하우를 터득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선구적으로 보여줬듯이 디지털 문명은 미니널리즘과 짝을 이룬다.
177 한국의 맛은 평범한 음식들이다. 특별한 음식이란 만들어진 상품이지 고유한 실상이 아니다.
관찰하라! 기록하라! 감응하라!
189 관찰과 기록은 특정 감각이 아니라 몸 전체를 써야 한다. 몸을 쓰려면 마음을 내야 한다. 몸과 마음의 어울림과 맞섬! 그 리듬을 타는 것이 감응이다. 감응한다는 것은 나를 비워 타자를 들이는 행위다.
신체가 열리고 마음이 오가면서 오장육부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감응이다.
195 하지만 청년들은 이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잃었다.
“도로 네 눈을 감아라. 바로 거기에 네 집이 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204 방황에서 탈주로.
백수의 인식론적 기반이자 전략은 노마디즘이다.
들뢰즈•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을 마스터하는 미션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노마드가 되려면 가벼워야 한다
217 시험이 아닌 공부의 즐거움을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진짜 교육 혁명이다.
220 소크라테스 이후 배움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 왜 두려울까? 모르기 때문.그렇다면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도 건단하다. 알면 된다!
230 백수가 주력해야 하는 지점이 여기다. 해서, 백수가 해야 할 가장 핵심적 활동은 독서다. 아니, 읽는 활동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하다. 읽기는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행위다. 당연히 책이 중심이다. 하지만 읽다 보면 세상 모든 것이 텍스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 그 이전에 삶 자체가 읽기다. 시간의 변화를 읽고 공간의 차이를 읽고 욕망의 흐름을 읽고 타인의 마음을 읽고…
237 지성이란 무엇인가? 읽기, 말하기, 그리고 쓰기다.
240 글쓰기는 양생적으로도 몹시 중요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몸의 정기신은 안으로 수렴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235 하루가 일생이다! 삶의 목적은 ‘삶’ 그 자체
270 백수는 당연히 적게 벌고 적게 쓸 수밖에 없다. 이것보다 더 훌륭한 생태주의는 없다.
271 문명은 연결이다. 생명은 공감이다.
272 그 기나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가? 배우면 된다.
273 지식과 삶이 마주치면 지성이 된다. 백수는 당연히 지성을 연마해야 한다.그 지성이 삶과 죽음의 경계로 나아가면 지혜가 된다.
백수의 원조이자 21세기 청년들의 영원한 ‘길벗’ 연암 박지원이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