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를 읽는 또 다른 방법
문: 『열하일기』를 다룬 훌륭한 책들이 여러 권 나와 있는데, 왜 또 『열하일기』인가?
답: 『열하일기』는 ‘카이카이’(목이 달아난다는 뜻)의 텍스트라는 사실을 주장하기 위해서이다.
‘카이카이’의 공포에 맞서기 위해, 극도의 심리적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쓴 글이 바로 『열하일기』이란 뜻이다.
죽기를 각오한 글쓰기? ‘호학의 군주’ 정조의 문체반정? 글쓰기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
어제 경연에서 천신에게 하교하신 내용이 있습니다. “요즈음 문풍이 이와 같이 된 것은 그 근본을 따져 보면 모두 박지원이라는 자의 죄이니 가히 법망에서 빠져나간 거물이라 할 수 있겠다. 그가 쓴 『열하일기』는 내 이미 익히 보았느니 어찌 감히 속이고 숨길 수 있겠느냐? 『열하일기』가 세상에 유행한 뒤에 문체가 문란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그로 하여금 결자해지 또한 하게 해야 한다. 그에게 편지를 써라. 순수하고 바른 글 한 편을 서둘러 써서 『열하일기』의 죄값을 치르도록 하라 일러라….”
“공을 좋아한다 해도 공의 정수는 아는 건 아닙니다. 『열하일기』에 쓴 우언이나 우스갯소리가 실은 세상에 대한 항변과 조롱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공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공에 대해 모르기는 매한가지 아니겠습니까?”
언뜻 보면 멈춰 있는 것 같으나 실은 단 한순간도 멈추는 법이 없는 게 바로 강물이었다. 조용한 것 같으나 실은 단 한순간도 조용한 적이 없고, 평탄한 것 같으나 실은 단 한순간도 평탄한 적이 없고, 인간과 무관한 것 같으나 실은 단 한순간도 무관한 적이 없는 것, 그게 바로 강물이었다. 이와 비슷한 생각을 그는 전에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바로 열하로 가던 도중 한밤중에 강물을 아홉 번이나 건널 때였다.
나는 오늘에서야 도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마음에 잡된 생각을 끊은 사람, 곧 마음에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육신의 귀와 눈이 탈이 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귀와 눈을 믿는 사람일수록 보고 듣는 것을 더 상세하게 살피게 되어 그것이 결국 더욱 병폐를 만들어 내게 되는 법이다.”
“그러고 보면 벗은 결국 귀와 눈을 믿는 사람인가?”
다행스럽게도 기록은 차고 넘쳤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록은 너무 부족했다..차고 넘친다는 것은 기록의 양이었다. 부족하다는 것은 기록의 질이었다…많은 이들이 청나라를 다녀왔지만 열에 아홉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다녀오기라도 한 듯 모호하고 부정확한 정보만 남발했다…
겉으로 보기에 꽤 장황한 전교의 내용은 모든 장황한 것들이 그렇듯 결국은 한 줄로 요약이 가능했다. 패관소품의 문체, 순정하지 못한 문체를 일절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한 줄을 위해 임금은 앞뒤로 수많은 말들을 붙여서 화려한 일성을 완성한 것이었다.
과거를 극단적일 정도로 혐오했던 남자가 관직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남자는 내리는 눈을 보며 혼잣말을 침뱉듯 심상하세 토해냈다. “가난과 쓸쓸함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