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농사 지어볼래!”
6천평 배추농사에 용감하게 도전하는 초보농부님의 4백평 논농사 권유를 ‘반농반X’를 위한 기회로 삼아볼까 싶어 어머니께 여쭤보니,
“농사 짓지 말고 그냥 쌀 사서 먹는 게 낫지!”
사서 고생하지 말라며 주저없이 손사래를 치신다.
주말을 앞두고 고향집에 온 친구들과 우연히 만들어진 저녁 모임.
시골집 늙으신 부모님을 위해 닭장을 지어주러 왔다는 친구가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7백평에 뭘 농사지으면 좋을까?”
“농사짓지 말고 도지(농지임차료)나 받아!”
힘든 농사 짓지 말라는 농사짓는 고향친구들의 조언이 이어진다.
“과실수가 손도 덜 갈텐데 심어보면 어떨까?”
혹시나 싶은 어설픈 권농의 권유에 돌아오는 대답.
“우리 식구 먹고 남는 건 어떻게 팔지?”
농삿일보다 장삿일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농부님들의 대답이 친구의 입에서도 나온다.
6천평 배추농사를 시작하는 초보농부인 선배님도
거름 때문에 씨앗도 뿌리기 전부터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똥거름을 뿌려야 하는데 소똥에 돼지똥을 섞어서 판 거름장수에게 속아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려운 고민거리가 갑작스레 생겼다.
돼지똥 거름을 쓰면 ‘배추혹뿌리병(?)’이 생겨서 배추농사 짓지 말라는 배추농사 전문가들의 이구동성 자문에 갈팡질팡, 예기치 못한 상황에 시작부터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삶의 뿌리는 농(農)에 있건만,
‘농자지천하대본(農者之天下大本)’이 헛말이 아니라 참말임을 보여주는 게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