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유시민/만화 정훈이. p364
#표현의 기술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건축디자이너 모임 글쓰기 특강. “감사합니다, 디자인을 하면서 제가 부딪치는 문제하고 똑같았아요. 제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 말이 이 책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결국 내면을 표현하는 일입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표현의 기술은 본질적으로 같다. 표현의 기술은 자유롭고 자신 있게 내면을 표현하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왜 쓰는가
자기표현을 위해.
훌륭한 글쓰기 작가? 『조지 오웰: 지식인에 관한 한 보고서』,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오웰은 역사와 인간 존재의 심연을 탐사하는 잠수부 같습니다.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정치적 글쓰기‘?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려고 글쓰기를 시작했고, 지금도 그런 목적으로 글을 씁니다.
현실을 바꾸는 것은 사람의 행동이고 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결국 사람의 생각.
제게는 ‘미학적 열정’과 ‘정치적 목적’이 중요합니다.
오웰의 소망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훌륭한 생각과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한 글은 저절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정치적 목적을 잘 이루려면 아름답게 글을 써야 합니다.
#제가 진보냐고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문자료 표현, ‘글짓기’가 아니라 ‘글쓰기’가 더 적절한 표현. 글은 ‘지어내는’ 게 아니라 ‘쓰는’ 겁니다.
어쨋든 글은 쓴 사람을 보여줍니다. 얼마나 많은 것을 얼마나 깊이 알고 있으며, 어떤 것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드러내는 겁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나다운 시각과 색깔로 써야 한다.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생각과 표현에서 멀어져야 한다.”
말과 글은 사람의 세계관과 철학을 드러냅니다. 글 쓰는 사람은 관념에 속박당하기 쉽습니다. 세상에는 욕망의 노예가 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이즘’의 노예가 된 사람도 많습니다.
막말과 쌍소리. 예술성이 완전히 꽝인 글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움직이지 못한다
#악플을 어찌할꼬
‘완벽하고 치열할 무플’로 대응하는 것이 저의 ‘민간요법’입니다
악플은 그 대상이 된 사람의 잘못이 아니며 그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아닙니다. 악플을 쓴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남루하며 황폐한지 보여주는 증거일 뿐입니다.
악플은 근원적으로 내가 만든 것. 내 글이 없으면 악플도 없습니다…논밭에는 잡초가 생깁니다. 아무리 부지런한 농부도 막을 수 없습니다…악플도 내 맘속에 둥지를 틀면 내쫓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나를 가꾸지 않아서 잡초만 무성하게 키우는 꼴이지요!
#누가 내 말을 듣는단 말인가
말이나 글로 남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생각을 바꾸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폐쇄적 자기 강화 메커니즘’
그러면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요? 대화하는 것뿐입니다!
말로든 글로든, 싸워서 이기려고 하지는 맙시다. 이성과 감정은 뒤섞여서 작동합니다.
정치적 글쓰기는 사악함과 투쟁하는 일이 아니라 어리석음을 극복하려고 하는 일입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바꾸려면 우리 자신이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덜 어리석어져야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질문은 간단하지만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것은 인문학의 중심을 꿰뚫는 질문입니다.
자기소개서. 읽는 사람의 관점에서 나의 인생을 발췌 요약하는 거죠.
문장도 중요합니다. 문장은 단순, 명료, 소박할수록 좋습니다.
#베스트셀러는 특별한 게 있다
베스트셀러의 세 번째 요소는 감정이입
‘필담이 대세’인 시대
『순수이성비판』은 위대한 고전. 고전이란 ‘누구나 그 존재를 알지만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 책’이라는 우스개? 단순한 우스개가 아닙니다. ‘위대한 고전’ 중에는 굳이 읽을 필요가 없는 게 많습니다.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뜻을 알 수 있도록 씁니다. 쉬운 어휘와 소박한 문장을 씁니다.
텍스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데 필요한 콘텍스트를 텍스트 안에 심어 둡니다.
#감정이입? 어쩌란 말인가
마크 트웨인의 말로는 딱 맞는 표현과 대충 어울리는 표현은 반딧불과 번개만큼 차이가 크다니까, 퇴고는 절말 중요한 작업. 저는 텍스트 독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를 줄이고 독자의 감정 이입을 수월하게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인문교양서나 과학책 저자에게도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를 추천하곤 합니다.
지구 둘레 측정 이야기. 에라토스테네스는 과학자였다. 이렇게 평범한 사건들을 유심히 봄으로써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죠…행복하게 살려면 나하고 잘 맞는 사람, 통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해야 합니다. 맞지 않는 사람과 다투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요.
#뭐가 표절이라는 거야?
신경숙씨 사건으로 하도 시끄럽기에 제가 가진 지식과 정보 중에 스스로 만든 게 얼마나 되나 생각해 봤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거의 없더군요. 지식과 정보만 그런 게 아닙니다. 글 쓰는 데 동원하는 어위도 누가 만들었는지 알 도리가 없고, 즐겨 쓰는 표현과 문장도 사실은 다 어느 책에선가 본 것이에요. 그러면서도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산다니, 신기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술이부작)
생각과 감정은 정해진 형체가 없으니까 언어라는 그릇에 담아야 비로소 알아볼 수 있습니다.
텍스트의 발췌 요약은 글쓰기의 첫걸음입니다. 발췌가 물리적 처리법이라면 요약은 화학적 처리법
텍스트 발췌 요약만 잘해도 책을 낼 수 있어요? 『거꾸로 읽는 세계사』 , 10여 년 동안 읽었던 역사책들 가운데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생각한 것을 발췌 요약한 책
#비평은 누가 비평하지?
정보와 해석 둘 다 제공
#세상에, 나도 글을 써야 한다니!
인터넷과 새로운 무선통신 기술. 예전에는 말로 하던 많은 것을 지금은 글로. 말 그대로 ‘필담’의 시대입니다. ‘이장님 방송’은 시골에만 남아 있고, 인터넷 메신저와 휴대전화 문자, 카카오톡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말보다 글이 더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된 것이죠.
어느 것이 제일 중요할까요?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능력입니다. 감정 이입 능력은 성격, 마음씨, 인생관이라고 할 수 있죠.
마음이 먼저입니다. 글쓰기도 인생과 같습니다. 마음이 제일 중요합니다.
일상적으로 쓰는 글은 무엇보다 ‘유머코드’를 살려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려면 자신부터 행복해야 합니다.
짧고 명확하게, 읽는 사람이 웃을 수 있도록 씁니다.
생활 글쓰기의 열쇠는 문장 기술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우리는 보통 문장 쓰는 기술을 고민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마음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글 쓰는 아이들에게 격려를. 글쓰기는 어른도 힘든 일, 무엇이든 쓰면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작업, 소통이 아니라 혼자 보려고 쓰는 작업. 아이가 쓰는 일기를 보지 마십시오.
글쓰기는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 자기표현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북돋워 주기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