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해가 온 가족에게 불쑥 내미는 4학년 사회 과목 수업 설문지 한 장, 「지역민이 바라는 미래 모습에 관한 조사」
할머니와 언니, 그리고 온가족의 공통된 답변은 ‘시골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있으면 좋겠다.‘ 할머니, 아빠, 그리고 아이들에 담긴 시골 모습은 다르지만, 시골 그대로의 모습. 우리가 지켜야 할 것 중 하나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저기 최근의 지역 개발 사업들과 함께 지난 30년 간 간판도 없이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물을 퍼다 나르며 엄청난 이익을 챙겨간 생수공장이 절로 생각난다 . ‘가야생수’에서 ‘동천수‘로 이름을 바꾸고 여전히 생명수를 뽑아 내다 팔고 있는 생수공장.
뒤늦게 물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인식하고 생명의 젖줄을 지키기 위해 온동네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보고 있지만, ‘물 퍼가서 피해가 발생한다면 동네에 사는 당신네들이 증명해 봐라‘며 책임을 회피하며 법대로 해봐라고 오히려 ‘엄포’를 놓고 있는 생수공장.
더구나 앞으로 6년간 700억 원의 수출계약까지 체결하고 생명수를 팔아 생길 엄청난 이익에 지역의 미래나 주민들의 원성은 뒷전이니, 동네의 옛모습은 고사하고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지켜가는 것마저 지켜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있어야 할 것은 점점 사라지고, 없어야 할 것은 점점 늘어나는 미래가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없어야 할 것은 없는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야말로 할머니, 아빠, 아이들 모두의 바램.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을 모두 함께 지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