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나는 농사를 선택했다. 임경수. p261
젊은 귀농자 12인의 아름다운 삶 이야기
공학박사. 공학도가 농학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도 그러했지만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주위의 시선이었다.
대학원 교수님과 선배들은 걱정스러워 나를 말렸고,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간 농과대학에서는 별종 취급하기 일쑤였다. 이러한 나와 비슷하게 주변에서 뜯어말리고 별종 취급을 한 젊은 귀농인 열두 명의 이야기가 이 책게 쓰여 있다.
귀농은 농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후부터 나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던 단어이다. 농사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귀농이 필요하다.
건강한 먹을 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환경문제, 교통문제, 주택문제, 범죄문제 등 도시에서 발생하는 헤아릴 수 없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삭막한 콘크리트 문화에 생명의 문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도 그렇고, 서로 믿지 못하고 서로 배반하고 사는 익명의 사회를 훈훈한 인정의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도 그렇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글을 나를 위해서 썼다. 나는 박사논문을 쓰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조금이라도 나의 감정이 들어간 글과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지 않은 내 주장은 어김없이 삭제해야 했으며 조금만 경계를 넘어서면 내 전공 영역을 벗어난다는 이유로 통제받았다. 그러한 학술 분야에서의 글쓰기는 나에게 폭력과 같았고 평생 이러한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나의 생각과 주장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기회를 원했다.
#농, 버려진 희망
농업의 역사. 시작이 어떠하든 농업은 인간의 역사를 바꾼 큰 사건이었다. 농업이 시작된 후 인류는 정착사회로, 계급사회로, 분화사회로 바뀌었으며, 정치, 권력, 전쟁, 도시도 생겨나게 되었다. 한편으로 농업은 인간이 일으킨 환경 변화 중 파괴적인 영향을 끼친 최초의 사건이며, 이후 인류는 환경자원의 부양능력과 인구증가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점철된 역사 속으로 진입했다.
우리 역사에 있어서의 농. 대저 농이란 천하의 가장 큰 근본으로 때(天時)와 땅(地利)과 사람의 화합을 기해야 그 힘이 온전하게 되고, 심고 기르는 것이 왕성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낳는 것은 하늘이고, 기르는 것은 땅이며, 키우는 것은 사람이다. 이 삼재(三才)의 도(道)가 하나로 모인 다음에야 농사일과 나랏일에 모자람이 없게 된다. 그런데 천하 사람들이 차츰 그 근본을 버리고 끝만 도모하니 기름진 논과 밭과 살진 흙이 모두 묵히게 되고, 높은 모자, 좋은 옷을 입은 놀고 먹는 사람이 늘어난다. 농사일의 고통스러움을 근심하지 않고서 어찌 왕업의 터전이 굳건하기를 바랄 수 있으며, 농민의 고달픔을 어루만지지 못하면서 어찌 모든 백성의 편안함을 기대할 것인가.
환경위기 시대의 농. 미국의 환경운동가 웬델 베리는 농업의 생산 단위는 농토, 농민, 농촌 공동체, 농업에 관한 모든 기술적 수단, 농사를 에워싸고 있는 자연체계와 순환, 그리고 그 식량을 먹는 모든 사람들의 지식과 취미, 판단력, 요리 솜씨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면서, 농업활동은 첫째, 외부로부터의 자원을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완전한 행동이며, 둘째, 사람의 삶터를 흥미로운 곳으로 만들며 세째, 인간의 육체를 사용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토착자원인 육체를 가꾸게 되며 네째, 인간 지선에 대한 섬세한 도전의 장으로서 자원 착취적 교육에 길들여져 있는 정신을 교정하는 생태적 교육인 동시에 건강을 해결할 수 있는 장이라 했다.
사회운동으로서의 농. 일찍이 함석헌은 “농촌이 살아있는 한 어떤 민족도 국가도 망하지 않았으며, 자본주의가 촌락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는 지금, 농촌을 살려 촌락 공동체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했다…또 민속학자인 임재해는 농민문화는 생산현장의 노동자로서의 민중성과, 외래문화에 오염되지 않고 민죽문화를 지키려는 민족성을 담보하고 있는 동시에 그 근본에는 하늘과 땅, 인간이 어우러지는 공생적 세계관의 전통이 흐르고 있으며, 생명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이 공생적 세계관은 현 시대의 모순과 민족 모순을 싸안을 수 있는 한층 더 큰 사회변혁 운동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텃밭 만들기-버려진 희망을 위해. 살아가며 언제나 모순을 느낀다. 환경문제를 공부하는 나 자신도 매일맹ㄹ 엄청난 양의 하얀 백지를 얼마나 소용일을지 모르는 글과 그림, 의미없는 숫자들로 채워서 버려버리고, 애써 의미를 부여한 어느 곳에 조사를 떠나지만 길 위에 온갖 대기오염 물질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그렇지만 이 빡빡한 도시문명을, 이 엄청난 산업문명을 어떻게 해야 농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바꾸고 부수고 버려야 할 것이 수없이 많겠지만 우리 모두가 작지만 창조적이고 신나는 일을 해보자. 바로 텃밭을 만드는 일이다. 골목마다, 건물의 옥상에, 아파트의 베란다에, 조그만 공터라도 있다면 텃밭을 만들자. 버려진 희망을 건져 올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