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함께 읽기다. 신기수·김민영·윤석윤·조현행. p280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 이야기
#함께 읽고 함께 쓰다
“영혼의 배고픔을 모르는 사람들에세 독서를 강요하지 말라”-작가 조정래
함께 읽는 게 얼마나 재미있고 행복한 일인지, 현장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다. 그래서 쉽고 발랄하다.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 짜낸 사유가 아니라 현장에서 느끼고 감동했던 일들을 정리하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집단독서, 사회적 독서를 지향한다. 독서가 개인적인 지식 습득이나 지혜의 체화에서 나아가 공동체적 삶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책을 설계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외로우니까 함께’다. 그 자리에는 멘토가 아니라 책이 있으면 좋겠다. 저녁이 있는 삶에 필요한 건 책이다. 혼자 읽는 시간도 좋지만, 함께 읽는 건 더 좋다. 이왕이면 책을 읽는 사람과의 대화로 이어지면 좋겠다. 이제, 행복한 삶을 모색하기 위해 책 읽는 사람들과의 교감이 필요하다.
##독서토론의 풍경
#읽어도…남는 게 없다
엄기호의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에 따르면, 체험은 너무 개별적이고 특이해 설명이 불가능한 반면, 경험은 이를 이야기로 만들어 누군가를 깨닫게 할 수 있다. 경험은 오직 관계를 맺을 때 일어난다. 즉 남는 게 없는 책 읽기란 책과의 관계 맺음에 실패한 체험에 불과하다.
훑어보고, 건너뛰고, 멀티태스킹을 하는 데 사용되는 신경 회로는 확장되고 강해지는 반면 깊고 지속적인 집중력을 가지고 읽고 사고하는 데 사용되는 부분은 약화되거나 사라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니콜라스 카,『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생각이 소멸된 사람들. “매일 점점 바보가 돼가는 것 같아요.”
쳇바퀴 같은 일상,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잠식당해 ‘자기 생각’이 언제, 어떻게 소멸되는지조차 모르고 사는 이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저 자기를 찾으려는 일종의 시도일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글쓰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매일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공독의 풍경
최악의 독자라는 것은 약탈을 일삼는 도적과 같다. 결국 그들은 무엇인가 값나가는 것을 없는지 혈안이 되어 책의 이곳저곳을 적당히 훑다가 이윽고 책 속에서 자기 상황에 맞는 것, 지금 자신이 써먹을 수 있는 것, 도움이 될 법한 도구를 끄집어내어 훔친다…-니체, 『니체의 말』
골방독서에서 광장독서로, 지적 영주에서 교양시민으로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창문과 문의 비교는 ‘골방독서’와 ‘광장독서’에 참 잘 어울리는 비유다…그러나 생각해보면 ‘창문’보다는 역시 ‘문’이 더 낫습니다. 창문이 고요한 관조의 세계라면 문은 힘찬 실천의 현장으로 열리는 것입니다.
독서가 고요한 관조의 세계라면, 다른 생각을 듣고 그 차이를 경험하는 독서토론은 실천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삶의 문맥에 놓인 타자를 체험하고, 또 경험하는 자리다. 그러므로 독서토론은 인문적 실천의 시작이다.
읽고, 사유하고, 토론하라!
#정답 찾기 강박증
독서토론. “어떤 생각이라도 옳다”는 말에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정답식 학교교육? 이와 달리 ‘정답 없는 독서토론’은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를 익히는 과정이므로 기존 교육과 반대의 방향에서 말을 거는 공부법이다.
학교 현장과 숭례문학당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평균’을 강요당하는 공교육의 폐해를 수도 없이 목격해왔다….’예, 아니오’ 외엔 할 말이 없다는 아이들, 말하기 귀찮으니 질문하지 말라는 아이들.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를 지향하는 독서토론. 독서토론은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를 생각하는 연습이므로.
#편독과 아집 사이
작가의 의식은 궁극적으로 우주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벽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무경계의 경계, 그것이 곧 자유로운 창작의 영역이 되기 때문이다.
‘믿는 사람’ vs ’생각하는 사람’
오히려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그 좋은 머리로 기존의 생각을 수정하기보다 기존의 생각을 계속 고집하기 위한 합리화의 도구로 쓴다…그렇다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가진 생각을 나 역시 앞으로도 계속 고집할 텐데 대체 바뀔 가능성이 없는 나의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을까?’라고. 18세기 프랑스 교육철학자 콩도르세는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과 ‘믿는 사람’으로 나누었다…-홍세화,『생각의 좌표』
#공감이 필요한 시간
“독서란 저자와의 대화”. 피상적 읽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감력 부족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가장들, 공감 불구가 되어버린 그들
나는 배우는 것을 시종일과 멈춘 적이 없었고, 그 가치나 의의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배움은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의탁처이자 암흑 속의 횃불과 같았고 나의 양식이자 병을 막아주는 백신과 같았다….-중국 학자 왕명,『나는 학생이다』
글쓰기의 중요성. 언어는 생각을 담는 도구인데, 내 생각을 확장시키기 위해선 다양하고 정확한 언어를 구사해야 했다.
##책으로 놀아보자
#책으로 통하는 아이들
정답 없는 독서토론, 신나게 발표해봐
우리 독서토론의 철학? “가장 뒤에 있는 아이와 손잡고 가자” 끝에 있는 아이들을 데려가려면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인내가 필요하다.
경쟁 대신 공존을 배우는 아이들, 성장하는 교사
‘모두 내 마음 같지는 않구나’ ‘모두 나와 같은 상황은 아닐 수도 있다’.. 상대화를 경험한다
그저 화두를 던지는 진행자로서 말을 걸고 경청할 뿐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의 말문이 열리고 이야기가 쏟아진다.
#공부하는 주부들
늙는다는 것은 입력 장치는 고장 나고 출력장치만 작동하는 상태다? 반면 나이가 일흔이 넘어도 계속 무언가를 입력하여 몸과 마음을 바꾸어간다면 아직 늙었다고 할 수 없다. ‘젊다’는 것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입력되고 입력된 것을 처리하기 위해 뉴런들이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고, 그에 따라 새로운 패턴의 출력이 언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프로세스를 ‘공부’라 하고,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을 ‘학인’이라 부른다.
따라서 젊다는 것은 공부하면서 살고 있음을 뜻한다.
아무 의미 없이 늙어 죽어가고 싶지 않으면 공부하라
#서평독토 이야기
『레 미제라블』 원작 5권 읽고 쓰기. 참가자 모두 “지금까지 내가 알았던 레 미제라블은 은수저뿐이었다!”라며 가슴을 쳤다.
#집현전 책 쓰기 모임
공부의 시작이 독서라면, 공부의 종착지는 책 쓰기가 아닐까…글로 정리해내지 못한다면 진짜 실력이 아니다.
함께 읽고 함께 쓰기. 집현전 책 쓰기 모임은 각 반별로 8명 정도의 인원이 격주마다 만나 자신의 집필 계획을 점검하고, 어떤 콘셉트와 주제로 쓸 것인지 고민하면서, 공부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함께 알아가는 과정이다. 목표가 있는 공부. 책 쓰기가 최고의 공부법이라는 말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제 인생의 수많은 체험들을 보석으로 꿰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를 담고 있는 귀중한 책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본인의 가슴속에 담고 있던 절절한 사연들이 그룹 자서전 쓰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자서전 쓰기는 치유의 시간이다.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사연을 꺼내놓는 순간 표정이 밝아진다…시인 류시화는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라고 말했다.
#북시네마 영화토론
#가족 독서토론 이야기
가족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수직적 관계는 수평적 관계로 변화한다. 무슨 일이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
##왜 독서토론인가
#독서獨書에서 공서共書로
학습공동체 ‘숭례문학당’은 2008년 문을 연 rws Institute로부터 시작. 독서가 ‘책reading’으로 끝나지 않고, ‘글writing’과 ‘말speech’로 구현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길을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책이 바로 길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지들이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독서토론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누구나 할 말은 많고, 글보다 말이 편하다.
말과 글의 공동체를 꿈꾸다
#실용교육 대신 인문학습
정부의 일자리 창출 교육 프로그램, 직업훈련이나 능력개발 사업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교육은 무엇일까? 세상을 보는 눈, 사람을 보는 눈을 키우는 일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 중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무지한 경우가 많다.
가장 느린 방법 같지만, 결국은 가장 빠른 길이다. 책은 세상을 보는 창이기 때문이다. 신문이 그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너무 단편적이다. 책 중에서도 자기계발서나 실용서가 아니라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인문학이 더 필요하다.
동지가 있다면 두려울 게 없다
#함께 읽기의 즐거움
풍요 속의 빈곤, 군중 속의 고독이 심화되었다. ‘공동체 복원’이라는 화두는 신자유주의 경쟁 논리가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반성에서 나왔다.
우리는 자신을 공개할 때 배우고 연결되고 협동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제프ㅏ라 자비스, 『공개하고 공유하라』
『독서독인』 독서 讀書가 독서毒書가 된 인물들?’독서가 낳은 괴물’. 나폴레옹,스탈린, 히틀러, 괴벨스, 무솔리니, 폴 포트도 독서광이었다…함께 잘 살기 위해 읽어야 한다.
낭독의 힘. 말과 글은 하나다. 낭독에는 각성 효과가 있다.
낭송은 소리를 통해 몸의 안과 밖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근원적으로 집합적이다. 즉 혼자서 할 때조차 그것은 외부와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소통에의 욕구가 없이는 낭송이 불가능하다…-고미숙, 『공부의 달인,호모 쿵푸스』
목이 쉬지 않고 좋은 소리를 내려면 배에서 끌어올려 머리를 가득 채우는 두성으로 연습해야 한다. 목에서 나는 소리를 소리는 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괴롭게 하지만, 배에서 울리는 소리는 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즐겁게 한다.
#평면독서에서 입체독서로
글과 말은 하나였고, 글과 말의 기반으로 바로 책이었다.
독서는 풍부한 사람을, 대화는 재치 있는 사람을, 글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베이컨
마을공동체에 이어 독서공동체를 구축하고 복원해야 한다. ‘책’이 아니라 ‘책 읽는 사람’이 희망이다.
#독서경영은 소통경영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해결 능력이아니라 문제제기 능력, 의제설정 능력이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의제를 제기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은 딴지 걸기나 비판하는 능력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능력이다.
왜 토론이 되지 않을까요? 할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할 말이 없을까요?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문제의식이 없을까요? 세계에 대하여 호기심이나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호기심이 없을까요? 욕망이 발동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욕망이 발동되지 않을까요? ‘자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배운대로 움직이기만 하려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의성도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질문도 없이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겠습니까? 인간의 동선에 대한 질문이 없이 어떻게 그 동선이 나아가는 방향을 앞설 수 있겠습니까?-최진석 교수,『인간이 그리는 무늬』
애플 신화와 새로운 플랫폼. 필요가 아니라 욕구를 파악해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제품 설계에 녹여냈기 때문.
창조든 창의든, 지식기반 사회의 가장 중요한 원리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낯설게 하기’다.
serendipity? 창의성은 재미있게 놀다가 불현듯 찾아온다
독서경영은 지식경영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소통경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과제형에서 토론형으로, 지식형에서 소통형으로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고 불구자’가 될 수 있는 자기계발서 중독. 불안한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자기계발서는 계속 읽힐 것이다.
##독서토론 어떻게 할까
#진행자는 지휘자
독서토론의 분위기, 진행자에게 달렸다
#발제문은 악보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다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 질문 속에 답이 있다. 즉 논제가 중요하다. 논제의 질에 따라 독서토론의 수준이 달라진다.
#토론자는 연주자
잘 말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
책 읽기는 1차적으로 저자와의 대화다 저자와의 대화를 나눈 다음에는 자신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 내 생각을 정립하는 과정이다. 책 읽기는 가급적 비판적으로 해야 한다. 비판적 책 읽기란 저자의 생각과 주장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독서법이다.
##어떤 책을 읽을까
#인문, 사람이 먼저다
어떤 책이든지 읽는 이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신의 불꽃이 붙기까지는 그 책은 죽은 물건에 불과하다.-헨리 밀러
#문학, 인생은 문학이다
#역사, 과거는 미래다
#철학, 생각은 좌표다
#사회, 행동은 연대다
#과학, 실천은 과학이다
##읽고, 쓰고, 토론하라
병든 사회,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압축성장에 따른 불합리와 전시행정과 결과 지상주의,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식민지 해방의 과정에서 자주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하고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탓이 크다.
건강한 상식이 무너진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일 리 없다.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옳은 역사를 배우지 못한 국민이 행복할 수도 없다. 최근 사회학자들의 저작이 돋보이는 이유는 우리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에 대해 모두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숭례문학당의 존재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이때,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임꺽정과 홍길동이 새로운 공동체와 이상사회를 꿈꿨듯이, 숭례문학당도 그런 꿈을 꾸고 있다. 숭학당이 활빈당의 현재적 재현이라는 농담은 그렇게 나왔다.
강호의 은자들과 동지들을 찾는다. 학습으로 자신을 바꾸고, 가족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뜻을 펼치고자 한다. 전국 어디든 좋다.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시작된 회사인 ‘행복한 상상’은 이제 ‘숭례문학당’이라는 학습놀이공동체를 통해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우리 앞에도 예측할 수 없는 길인 놓여 있다. 하지만 기대되고 설레는 맘 가득하다. 책 속에 길이 있고, 그 길을 함께 가는 도반道伴이 있고,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라면 인생은 고통스러운 여정이 아니라 재미있는 여행이자 유쾌한 놀이가 된다.
함께하는 상상은 현실이 된다. 모두가 행복한 상상을 하는 그날까지, 책으로 통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