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귀환.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p
대안적 삶을 꿈꾸는 도시공동체 현장에 가다
서울과 일글랜드의 도시공동체 26곳을 찾아가다
도시공동체에 살며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한다. 온 가족이 생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은 육아, 교육, 취미생활을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을이 되었고, 재개발에 밀려나지 않으려는 절실함은 골목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소통에 목마른 아파트 주민들은 텃밭을 자발적으로 가꾸거나 동네 안전을 지키면서 두터운 관계를 형성했고, 마을 일꾼을 키우며 공유의 경제를 꿈꾸는 사람들은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을 만들어냈다.
#다른 삶을 갈망하는 씨앗들의 이야기
서울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윗집, 아랫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집’은 ‘잠자는 곳’과 동의어. ‘이웃’은 의미 없는 2음절의 단어가 되었다. 이런 곳에서 과연 마을 공동체 만들기가 가능할까?
21세기 마을의 개념은 근대화 이전의 개념과 다르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모여 살면서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알 정도로 ‘밀착된 공동체’가 아닌,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서로의 관심사와 필요한 것들은 나누는 ‘느슨한 공동체’다.
마을공동체의 종류도 다양하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돌봄 공동체로 시작해서 대안학교를 만들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생애주기형 공동체, 에너지 자립 공동체, 대안개발 공동체, 아파트 공동체, 시장 공동체, 마을기업 등…
#마을, 콘크리트 도시에서 숨을 쉬다_서울에서 자라난 도시공동체
#종합공동체_삼각산재미난마을
“…이 마을에 들어오고 나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경쟁 대상으로만 보이던 다른 집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그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네요.”
“이 마을에 살지 않았다면 아이들한테 ‘올인’하는 삶을 살았을 거예요. 공부만하라고 다그치고….아마 제 삶은 없었겠죠. 지금처럼 남편과 함께 인생이나 사회를 논할 수 있었을까요? 그저 아이 공부시키고 학원 보내는 일만 얘기했겠죠.”
“사진은 아이들과 재미있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해주는 매개체예요.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서로 대화를 많이 해요. 강남에 살 때는 한 달에 500, 600만 원을 써도 부족했는데 이 마을에 들어오니 수입은 적지만 쓰는 데 부족하지 않아요. 사는 데 큰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생활비가 덜 든다는 고니의 말은 ‘재미난마을’의 재능 나눔과 연결된다. 수입은 줄었지만 재능과 자원을 서로 나누면서 돈 씀씀이가 줄어든 것이다.
“옆집 엄마가 뭘 잘하는지, 아이들이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 속속들이 잘 알아요. 이런 공간에서 재능을 나누다 보면, 주어지는 대로 사는 게 아니어서 생동감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자본주의는 집단을 싫어하죠. 소비자들이 연대하지 못하게 하고 개별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요. 반대로 마을은 뭉쳐야 살 수 있죠.
예전에는 재능이 있어도 일터에서 돈 받고 팔았지, 마을에서 이웃과 나누진 못했어요. 하지만 마을에서 사진·풍물·목공 기술을 누누기 시작하니까 ‘나도 이런 일 할 줄 아는데…’하면서 다양한 인적 자원이 나오게 된 거죠. 원래 다 갖고 있던 거예요. ‘있다’의 받침 쌍시옷 중 ‘사람(人)’이 나와서 ‘잇다’로 관계를 만든 것뿐이에요.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을 사람이 이어서 지금의 마을을 만든 거죠.”
#종합공동체_성미산마을
현실에서 이루어진 상상의 공동체
호칭 대신 별명. 존댓말도 쓰지 않는다…별명은 부모와 아이뿐 아니라 마을 주민끼리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는 마법을 부렸다.
한 아이들 키우기 위해 마을을 만들고, 또 다른 가족이 필요해 공동주택까지 지은 ‘성미산마을’ 사람들의 힘은 어디에 있는 걸까? 다람쥐는 “이 동네 사람들은 얼토당토않은 꿈을 많이 꾼다”고 말했다. 모두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떡였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성미산마을’은 오늘도 꿈을 꾼다.
#에너지 공동체_동작구 성대골마을
에너지 자립 마을로 가는 아름다운 실천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 마을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엄마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잘못된 습관을 깨닫고 나니까 다시 돌아갈 수 없더라고요. 제 딸도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부모들의 노력을 배우면서 조금씩 실천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는 “스스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 ‘탈핵학교’에 참여하게 됐는데, 아이들에게 쉽고 재밌게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핵에 불을 한 번 붙이면 영원히 끌 수 없다고 해요. 폐기물로 처리해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죠. 이 얘기를 해줬더니 아이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대안개발 공동체_은평구 산새마을
뉴타운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웃의 힘
#대안개발 공동체_성북구 장수마을
웃음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동네 골목길
#아파트 공동체_노원구 청구3차아파트
콘크리트 숲의 초록 변신
EM(Effective Micro-organisms,유용한 미생물) 발효액
#아파트 공동체_ 관악구 임대아파트 공동체
#결국, 마을이 복지다
“무리하지 마라. 끌고 나가거나 주도하려고 하지 마라.”
마을공동체 사업을 시작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김낙준 서울시 마을공동체담당관에게 내린 특명. 혹시나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서울시 주도로 끌고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시장 공동체_강북구 수유마을시장
#마을기업 공동체_용산구 용산생활협동조합
#마을기업 공동체_도봉구 목화송이와 서대문구 A카페
“대형마트나 대기업 편의점처럼 지역에 빨대를 꽂고 돈을 뽑아가는 시스템은 점점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겁니다. 대신 ‘A카페’처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마을기업이 늘어날 거예요. ‘A카페’는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 즉 마을 사랑방이 되는 게 목표잖아요.”
#마을기업 공동체_서초구 우리마을카페오공
가치 있는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의 징검다리
‘카페오공’은 내가 가진 재능을 세상에 잘 쓰는 것이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사람 맛이 나는 공동체 마을을 꿈꾸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카페입니다.
‘조급한 성과주의’ 행정? 마을은 길게 보면 10년 정도의 주기로 성과가 드러난다. 설사 1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1년 단위의 하루살이식 성과 측정은 도리어 마을의 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에 일의 성과를 그르치게 된다.
그렇다면 1년의 호흡과 10년의 호흡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답은 ‘주민 주도형’ 마을만들기. 이는 풀뿌리 할동가들의 공통된 처방이고, 박원순 서울 시장 역시 누구보다 공감하는 원칙이다.
이미 오래전에 전국 곳곳에서 도시화가 이루어졌지 때문에 그 옛날의 농촌 공동체는 현재의 농촌에도 없다. 그럼 지금 이 시대에 마을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생활의 필요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이웃들의 관계망”이라고 답하고 싶다. 젊은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나 초등생 자녀들의 방과 후 수업에서부터 안심할 수 있는 깨끗한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생활에 필요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