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인의 유기농 벼농사. 강대인. p164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짓는 벼농사
무릇 농사란 하늘과 땅이 지어주는 것이라 했다. 사람이란 단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사는 자연의 심부름꾼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하늘은 꼭 태양이 떠 있는 밝은 대낮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무수한 별들이 빛나고 있는 밤하늘이 본래 모습일 것이다. 낮 하늘은 태양이 지배하지만 밤 하늘은 달과 별들이 지배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태양도 우주 천체의 하나이니 하늘의 기운이란 별들의 기운이라 해도 무방하다.
별들의 기운이라 하면 매우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우주 밖에서 지구로 쏟아져 들어온다는 우주선들을 떠올려보면 언뜻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렇지만 수억 광년 떨어지 우주의 수많은 별들이 지구에 영향을 준다고 하면, 그것도 지구에 사는 식물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하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눈에 도달한 별들의 빛은 셀 수 없는 세월을 여행한 것이어서 이미 현재 시점에선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 영향을 생각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적으로 못 느낄뿐 지구가 우주의 별들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도 아니어서 별들의 영향이 없다고 하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다.
태양계의 제5행성인 목성은 식물 중에 특히 벼과에 영향을 주는데, 같은 벼과에 속하는 대나무의 잎이나 갈대의 잎을 논에 넣어주면 벼에 좋고, 대나무를 듬성듬성 꽂아두면 목성의 기운을 더 빨아들이는 안테나 역할도 한다. 옛날에 벼과인 버드나무를 논둑에 많이 심었던 것도 같은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도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원래 작물에도 사주팔자가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아무 때나 파종을 하는 게 아니라 날을 받아서 했다. 『산림경제』와 같은 고전농서를 보면 작물마다 파종하기에 좋은 날과 나쁜 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주로 쓰는 농법은 이른바 바이오다이나믹(생명동태 농법)이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이란 우주의 기운에 따라 짓는 농사법으로 1백년 전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만들ㅇ진 것이다. 그는 스위스에 있는 농법 연구소에서 매년 전 해의 천제를 관측해서 그에 맞는 당해의 농사력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썼던 농사력과 스위스의 농사력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의 농사력은 60갑자에 따른 것인데, 사람의 사주를 60갑자에 따라 보듯이 작물도 사주가 있다 해서 그것을 따져 파종과 수확 등 농작업의 좋은 날과 나쁜 날을 잡는 것이다. 이 60갑자는 동양의 오행론에 따른 것이고 또 오행론은 천문역법에 따른 것이다. 그러니 바이오다이나믹 농사력이나 우리의 전통 농사력이나 모두 하늘의 기운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원래 농사의 農(농)자는 노래 曲(곡)자 밑에 별 辰(신)자가 붙어 만들어진 글자다. 직역하면 별, 즉 일日 월月 성星 신辰의 노래가 농사라는 것인데, 그게 다 하늘의 기운에 맞춰 농사짓는다는 뜻이라 보면 된다.
벼와 대화하며 짓는 농사
농사는 하늘과 땅이 짓는 것, 그중 사람의 기술이란 아주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그렇다면 기술보다는 하늘과 땅과 하나된 마음을 가질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자연스레 벼와 하나된 마음을 익힐 줄 알아야 한다. 자식 대하듯 온갖 정성으로 벼를 대하다 보면 벼가 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
종자로 쓸 볍씨를 거둬들일 때에도 되도록 낮으로 베고, 볍씨를 털어내기 위해 훑을 때에도 홀태로 하든가 직접 손으로 훑는 게 좋다. 콤바인으로 강타해버리면 사람도 어릴 때 받은 충격이 평생 가듯이 볍씨도 그에 충격을 받아 평생 약하게 자라고 병에도 걸리기 쉽다.
平和(평화)라는 말을 한번 보자. 이중 和(화)자는 禾(벼 화)에 口(입 구)가 합쳐진 글자로, 곧 쌀이 입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그래서 평화란 쌀을 평등하게 나눠 먹는 일이고 그 평화를 짓는 사람이 바로 농부인 것이다. 그런데 쌀을 골고루 나눠 먹는 것도 평화지만, 어떤 쌀을 먹느냐도 중요하다. 예컨대 농약과 비료에 찌든 쌀에서 평화가 올 수 있을까? 또 상업주의와 농약에 찌든 농부의 마음에서 평화가 올 수 있을까?
우리 조상들은 먹을거리가 제일 훌륭한 보약이라 해서 밥을 불사약不死藥, 반찬을 불로초不老草라 했다. 의성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고 했다. 글너데 그런 먹을거리가 이미 오염되어 있다면 불사약, 불로초는커녕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망치는 독약이 되는 것이다.
자연에 가깝게 자란 것일수록 그 생명은 건강하다…도시 사람의 똥은 거름으로도 쓰기 힘들다 할 정도로 우리는 방부제와 농약으로 가득 찬 먹을거리를 먹으며 산다. 다 죽은 생명의 기운을 먹으며 사는 것이다.
유기농사에 맞는 종자 개량
유기농사의 성공 여부는 종자에 달려 있다. 아무리 유기농사로 땅을 살리고 벼의 자생력을 키운다 해도 종자 자체에서 문제가 있으면 원하는 결과를 제대로 얻을 수 없다.
농사는 작물의 자연적 본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결코 사람의 인위적인 노력으로만 될 수가 없다.
자연농약이자 건강식품이 백초액
백초액은 산나물과 무공해로 재배한 채소, 열매 그리고 영지버섯과 돌김, 미역, 파래 등 해초까지 약 백여 가지의 천연재료를 흑설탕에 버무려 2년 이상 숙성시킨 것으로 작물의 병충해 예방 능력을 키우준다. 건강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점차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따로 ‘우리원’ 식품 회사도 차렸다. ‘백초액’으로 상품 등록도.
고전 농서 공부. 산과 들에 나는 산야초를 썩혀 살충제로 쓰면 효과가 있다
나는 지금도 겨울이면 토굴에서 백초액만 먹으며 21일이나 40일 단식 기도를 한다
관행농업을 넘어 대안농업으로
자연은 원래 두 가지를 다 주지 않는다고 했다. 수확량과 미질이 동시에 좋을 수는 없는 일이다.
#벼의 종류와 특성
크게 논벼와 밭벼, 익는 순서에 따라 올벼(조생종)와 늦벼(만생종), 쓰임새에 따라 메벼와 찰벼, 색깔에 따라 흑미·녹미·적미·현미·백미, 품종으로 자포니카형과 인디카형, 자바니카형으로 나눈다.
일본형이라 불리는 자포니가 형은 식물의 학명을 우리보다 앞서서 작명한 일본에게 선수를 빼앗긴 대표적인 경우인데, 단지 이름만 빼앗긴 것이 아니라 일제 식민지 시대 때 우리의 토종을 멸종시키고 자기네 것으로 만든 제국주의의 산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인 품종들로 나열해보면 벼만큼 개별 품종이 다양한 작물도 드물다? 1910년대 우리나라 재래품종을 조사한 것에 따르면 그 수가 무려 1,451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벼 종자가 많은 것은 벼만이 갖고 있는 자가수분에 의한 번식 방법 때문. 벼의 꽃 구조를 보면 수술이 암술을 감싸고 있는데다 꽃도 오전에 두 시간 동안 딱 한 번 열리기 때문에 타가수분이 거의 불가능하여 자가수분으로 번식하게 된다. 이를 자식성이라 하는데, 이 때문에 잡종 번식이 잘 일어나지 않고 대부분 순종을 지켜간다. 이런 성질 때문에 벼는 인위적인 육종으로 종자 개발이 가능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종자는 자식성에 따라 계속해서 자신의 순종을 이어갈 수 있다. 즉 인위적인 교배에 의해 벼의 종자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벼의 일생. 크게 영양생장기와 생식생장기라는 두 개의 과정을 거쳐 자신의 일생을 마감. 영양생장기는 벼의 몸체를 만드는 시기, 생식생장기는 2세를 위한 볍씨를 만드는 시기이다.
영양생장기는 육묘기와 분얼(가지치기,포기치지))기로 나뉘고, 그 중간에 모내고 난 후의 활착기가 있다.
#벼의 생김새와 성격

볍씨의 생김새
볍씨는 크게 안쪽의 현미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겉껍질인 왕겨로 되어 있다. 왕겨는 다시 두 개로 나뉘어지는데, 큰 껍질(외영)과 작은껍질(내영)이 그것. 큰껍질은 왕겨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현미의 안쪽을 감싸고 있다. 까락은 큰껍질의 앞부분이 발달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밀과 쌀보리는 껍질을 탈곡할 때 자연스레 벗겨져서 속 씨앗이 털려 나오는데, 쌀은 밀착되어 탈곡된다. 겉보리도 마찬가지. 그래서 밀은 탈곡해서 바로 현미처럼 먹을 수 있지만 겉보리는 쌀처럼 정미를 해야 한다.
보통 먹는 백미는 현미를 또 정미한 것인데, 이는 왕겨처럼 껍질을 벗기는 것이 아니라 현미의 피부를 깍는 것이다. 아홉 번 깍으면 ‘9분도미’, 다섯 번 깍으면 ‘5분도미’라 한다.

현미의 생김새
현미는 크게 속껍질쌀겨)와 씨젖(배유), 씨눈(배아)로 되어 있다. 씨젖은 우리가 먹는 쌀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벼의 열매에 해당하고 씨눈은 벼의 생명이 시작되는 근원이다. 이 눈이 싹이 터서 자랄 때 씨젖이 초기 영양을 제공해준다.
백미는 이중에서 속껍질을 깍고 눈까지 깍아낸 씨젖만 남긴 것. 생명의 근원인 눈을 제거했으니 어떻게 보면 쭉정이만 먹는 꼴이다. 이렇게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쌀겨(미강)이다.
현미에는 단백질·지방·칼슘·섬유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현미를 깎을수록 영양분은 감소된다. 특히…속껍질과 씨눈이 제거된 백미를 먹는다는 것은 전분(탄수화물)만을 먹는 꼴이다.

볍씨의 싹트기
모든 씨는 묵을수록 싹을 잘 못 틔우는데, 볍씨도 마찬가지다. 냉동실에 넣어두면 볍씨를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모의 자람과 생김새
관행농업의 문제? 어린 치묘를 논에다 옮겨 심으려니 많은 수의 포기를 심게 된다. 보통 10~15개를 한 주로 심는데, 이렇게 되면 분업률이 적어진다…문제는 벼이삭이 분얼한 포기에서 많이 열린다는 사실이다.

잎의 형태와 역할
벼의 잎은 잎집(엽초)과 잎몸(엽신)으로 되어 있고 그 사이에 잎혀(엽설)와 잎귀(엽이)가 있다.
이삭 패기와 수정 및 현미

벼꽃은 하루 중 오전 두 시간만 피었다가 금방 수정을 끝내고 문을 닫는다. 벼는 꽃이 열리기도 전에 자가수분을 하므로 타가수분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염수선. 볍씨 선별은 속이 꽉 차고 짱짱하여 밀도가 높은 놈을 골라야 하는데 제일 간편하고 좋은 방법이 소슴물에 담그는 것이다
벼수확. 종자로 쓸 것은 낫으로 벤다. 홀태. 여전히 종자로 쓸 볍씨는 홀태로 훓는 게 좋다
#농자재 만들기
#다양한 생태 제초법
쌀겨농법
오리농법
우렁이농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