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p199
#작가의 말
세상은, 불평만 하지 말고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이야기들로 차고 넘친다…아무리 고난을 웃음으로 긍정하며 극복해도 인생이 잘 안 풀린다면 그건 당신의 긍정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세상과 타인은 죄가 없다. 그것은 단지 주어진 조건, 그러니까 자연 같은 것이다.
사실 수천 년을 반복해 온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맞는 얘기였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반은 맞다…이처럼 긍정적인 태도를 권유하는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런 얘기들이 너무 많다는 거다. 너무 많아서 당연하게 생각되고, 당연한 것이 되다 보니 다르게 생각해야 할 나머지 절반의 상황에서도 같은 관점으로만 사태를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할 때도 있지만 중이 절을 고쳐야 할 때도 있는 게 세상 아닌가.(나부터 혁명,거꾸로, 희망이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얻은 단단한 깨달음 하나, 세상은 이야기가 지배한다. 단순한 구조의, 절절한 비유를 사용하는, 짧은 이야기들, 교훈적인 우화들과 가슴을 적시는 수많은 미담들, 그 이야기들은 너무 쉽게 기억되고 매우 넓게 적용되며 아주 그럴싸해서 끊임없이 세상을 떠돌며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을 바라보는 강력한 관점을 제공한다.(이야기농업)
이것이 내가 우화를 창작하는 이유다. 그러니까 나를 짜증나고 분노하게 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복수 같은 거다. 주먹에는 주먹, 이야기에는 이야기, 그런 거다. 그렇다고 해서, 너 따위가 몇 개 되지도 않는 이야기로 수천 년 동안 유통되어 온 이야기들과 맞서려는 것이냐고 책망하지는 마시라. 나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그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이야기들 중 몇 개만이라고 살아남아 다른 많은 우화들처럼 작자 미상의 이야기로 세상을 떠돌다 적절한 상황에 쓰이기를, 그리하여 오르지 못할 나무를 찍는 열 번의 도끼질 같은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조용한 혁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