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다는 것. 강수돌. p121
생각교과서-너머학교 열린교실 09
사람은 자연학적으로는 단 한 번 태어나고 죽지만 인문학적으로는 여러 번 태어나고 죽습니다.
세포의 배열을 바꾸지도 않은 채 우리의 앎과 믿음, 감각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리 신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제까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던 일도 갑자기 시시해질 수 있고, 어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산 세상이 오늘은 숨을 조이는 듯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입니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꿀벌은 밀랍으로 자기 세계를 짓지만, 인간은 말로써, 개념들로써 자기 삶을 만들고 세계를 짓습니다.
우리가 가진 말들, 우리가 가진 개념들이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세계입니다. 또 그것이 우리 삶과 세계의 한계이지요. 따라서 삶을 바꾸고 세계를 바꾸는 일은 항상 우리 말과 개념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하고 또 그것으로 나타납니다. 우리의 깨우침과 우리의 배움이 거기서 시작되고 거기서 나타납니다.
무엇보다 삶의 변성기를 경험하고 있는 십대 친구들에게 언어의 변성기 또한 경험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자기 삶에서 언어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분들에게 그것을 들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전에 나오지 않는 그 말뜻을 알려 달라고요. 생각한다는 것, 탐구한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 느낀다는 것, 믿는다는 것, 본다는 것, 읽는다는 것, 잘 산다는 것…. 이 모든 말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말을 배워 보자고 했습니다.
‘생각교과서-열린교실’ 시리즈가 새로운 말, 새로운 삶이 태어나는 언어의 대장간, 삶의 대장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학 교수, 마을 이장이 되다
내고향 ‘가고파’로 유명한 경남 마산? 가난한 동네였어요. 거의 모두가 가난했기 때문인지 ‘이웃사촌’처럼 돕고 살았어요. 부침개 하나를 부쳐도 늘 이웃과 나눠먹고 살았지요.
우리 마을의 작은 혁명? 아파트를 반대합니다. ‘가짜 서류’에 마을사람 모두가 분노했어요. 어르신들도 이장에게 “당장 사퇴하라”며 화를 내셨어요.
수출자유지역? 기업들에게 규제없는 가난한 나라에 세운 공장. 우리 정부는 수많은 노동자를 좋지 않은 환경에서 저임금으로 일하게 했던 것이지요. 그 좋던 금수강산은 각종 산업 폐기물로 오염에 시다리게 되었고요.
이런 현상을 보고 또 공부하면서 나는 경제는 살림이기도 하지만 죽임일 수도 있음을 느꼈지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파트를 지어서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사람들과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 둘 중에 누가 더 행복할까요? 누가 더 잘 살도 있는 것 같나요?
#돈벌이 경제의 역설
사람들이 잘 살려면 경제가 잘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게 과연 어떤 뜻인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기업이 이윤을 남기고 생산을 많이 하면, 주가가 오르는 것일까요? 가게마다 사람이 많고 장사가 잘 되는 것일까요?…자, 지금부터 ‘경제’라고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상식을 짚어 보면서 새롭게 생각해보기로 해요.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파홈의 이야기
그런데 조금만 더 고생하면 좋은 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무작정 앞으로 나가는 파홈의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그런데 그 ‘조금만’은 어느 정도면 될까요? 여러분이 파홈이라면 어디쯤에서 멈춰서 돌아왔을 것 같나요?
부가 늘면 가난이 사라질까? ‘트리클다운 효과’? 얼핏 보면 그럴듯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이 이론은 수많은 학가자 반박하듯이 현실에서 잘 맞지 않아요. 오히려 맞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요. 왜 그럴까요?
‘펌핑업 효과’? “…지금은 유리잔이 가득 차면 마술처럼 잔이 더 커져 버린다”, 샘물을 뽑아 올리던 펌프처럼 아래쪽 물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과 같다
인간의 욕구는 정말 무한한가? 돈벌이 경제를 이야기하는 책들은 대체로 이렇게 말해요. “인간 욕구는 무한한데 자원은 제한적이다. 이런 희소성의 원리에 따라 효율성을 높여 많이 생산해야 한다.”..그러나 이 말은 결국 인간성보다는 효율성, 삶보다는 돈, 생명보다는 이윤을 중시하는 논리 속으로 우리를 끌고 들어가 꼼짝할 수 없는 덫에 갇히게 한답니다.
은행의 비밀? 지급준비제도! 은행이 돈을 빌려 줄 때는 가짜 돈을 빌려주지만,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을 때는 절대로 가짜 돈으로 갚을 수가 없다는 점이죠!
#경제는 살림이다
살림은 ‘먹고 사는 일’? 기본은 역시 ‘먹는 것’?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이 경제에서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죠.
돈 버는 인생과 보살핌의 인생
경세제민? 경제의 원래 뜻은 살림
팔아서는 안 되는 것이 상품이 되다.
인간 사회에서 상품화가 되어서는 안 될 것들이 상품화가 되면서부터 비극이 발생했다-문화인류학자, 경제사학자 칼 폴라니(대표적인 세 가지? 토지, 노동, 화폐!)
포테이토 칩은 먹을 수 있지만 컴퓨터 칩을 먹을 수 없다
모든 삶이 상품으로 에워싸인다면? 남태평양 어느 아름다운 섬나라의 개발 이야기, 개발이 끝나고 남은 건 황폐한 섬과 거친 파도소리뿐!(정반대 이야기? 톨스토이의 바보이반이야기)
가장 중요한 지혜는 서로 돕는 것
“인도를 살리기 위해선 70만 개의 마을 공화국이 필요하다”-간디
의식주를 자립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은 두레나 품앗이처럼 협동으로 해결하는 생활 방식? 마을공동체!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경제를 위하여
가장 잘 사는 길? 사랑의 관계 회복
일중독, 소비 중독을 넘어 삶의 균형 되찾기
지금의 사회 경제 체제는 한편으로는 ‘일중독’을 조장하고 다른 편으로는 ‘소비 중독’을 조장하면서 굴러간다
공짜 심리가 아니라 착한 소비
잘 산다는 것이란 무엇일까?
자연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베풀어 준답니다. 하늘과 땅, 가축과 나의 똥, 모두에 감사한 마음. 우리가 이런 것을 모두 고맙게 잘 쓰고 또 자연으로 되돌아가도록 조심스레 보살핀다면 ‘지속 가능한 경제’도 그리 어렵지 않겠죠? 그리고 진정으로 잘 사는 삶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