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p348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트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 거야.-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인간에게는 공유의 본능이 있다. 울림을 공유하고 싶다.
#1 시작은 울림이다
이철수 <산벚나무, 꽃피었는데-이철수 신작 판화 100선>
최인훈, <광장/구운몽>
이오덕, <나도 쓸모 있을걸>

울림을 주었던 책들
책을 통해 지나쳤던 것들을 알아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했으면 합니다.
판화가 이철수의 다른 시선
내가 그동안 지나쳤던 것들에 대한 세심한 시선들이 단박에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우리는 무심하게 흘려넘기지만 이철수는 사방 모든 것에서 스토리를 찾아냅니다.
이철수의 책은 이렇게 평소에 못 보던 걸 보게 만들어줬습니다.
글쓰기는 자연현상에 대한 인문학적인 말걸기-김훈
멋진 걸 보고 ‘우와’라는 표현밖에 못하는 사람들
이런 시선의, 관점의 변화 같은 것들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훈련이 되는 겁니다
깊은데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이다
-<개소리> 전문
개가 짖는 소리에서 법문을 들을 정도면 얼마나 풍요로운 삶이겠습니까?
이철수 판화집, 동양화의 여백의 미? 광고 공부에 필수
콩 하나만 놓고 주변을 비워버린 풀무원 지면 광고, 그래도 꽉 찬 느낌입니다!
*운문처럼 쓴 최인훈의 산문 <광장>
시처럼 쓴 소설
삶은 실수할 적마다 패를 하나씩 빼앗기는 놀이다
“지금의 불행은 언젠가 내가 잘못 보낸 시간의 결과”-나폴레옹
*이오덕이 엮은 창의성의 보고 <나도 쓸모 있을걸>
아이들의 시집
이건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절대 안 나옵니다
악기연주를 시키지 않는 오스트리아 어린이 음악학교? 대신 밖으로 나가 자연의 음들을 들려준다!
좋은 카피를 쓰는 20가지 방법? 일목요연한 정리도 좋지만, 아이디어를 내는 건 현장입니다!(순발력, 현장이 답이다)
결국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일상’입니다. 답은 일상 속에 있습니다.
나한테 모든 것들이 말을 걸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들을 마음이 없죠. 그런데 들을 마음이 생겼다면, 그 사람은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왜 창의적이 되어야 하나? 창의적이 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햇살과 나뭇잎의 아름다움 하나 보지 못해도 최고급 샴페인과 캐비어만 있으면 행복한 삶일까요? 행복은 순간에 있습니다.
삶의 풍요는 감성의 폭이지요. 옛날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지금은 베인 나뭇잎, 날아가는 새, 반짝이는 빗방울이 다 아름답습니다.(인생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한다)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한 만큼 보인다”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
시청은 흘려 보고 듣는 것이고 견문을 깊이 보고 듣는 것
“당신이 보고 난 것을 말로 다 표현해보라” -존 오스틴
약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기준을 잡아주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 대부분이 책을 씁니다. 그래서 그 책들을 읽으면서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 감동받는 것,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 많이 아는 친구보다 감동을 잘 받는 친구들이 일을 더 잘 한다!
#2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그것이 노랗게 물들고 꼬 나뭇가지가 선명해진다는 게요. 김훈을 통하지 않았으면 못 봤을 것이고 무심히 지나가겠죠. 이런 몇 가지 구절 덕분에 세세히 보게 되는 거죠.
김훈, <자전거 여행>
김훈의 특징? 1)구어가 곧 문어! 2)사실적인 글쓰기 3)형용사나 부사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아주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데도 감동이 있습니다
*’발견’을 발견하다
‘들여다보기 선수’답게 발견해내고 표현합니다
무엇이든 천천히 보아야 한다
“미국의 전 국토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망이 생긴 덕분에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대륙을 횡단할 수 있게 되었다”(The Car의 배경 스토리)
Splendor in the grass-Pink Martini
책을 통해 풍요로워지는 삶? 읽고 나면 달라진다? 볼 수 있는 게 많아지고, 인생이 풍요로워집니다!
빛깔 자체가 흐릿한 산수유는 모르면 그냥 지나치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빛이 들끓는 모습이 보인다
낙원은 일상 속에 있든지 아니면 없다
인문학적으로 이어지는 김훈의 관찰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다”-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일상때문? 우리가 이렇게 보지 못하는 이유는 늘 보아서입니다!(결핍의 결핍)
익숙한 것 속에 정말 좋은 것들이 주변에 있고, 끊임없이 말을 거는데 듣지 못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자연에 대한 인문학적 말 걸기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걸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때문에 나에 대한 파악을 하기 전에 내가 갈 곳만 보려고 하죠. 혹시 그래서 실수하지 않을까 나를 먼저 분석하려고 합니다.
세부적인 묘사가 작가의 지식의 깊이를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세월에 저항하면 주름이 생기고 세월을 받아들이면 연륜이 생긴다’
‘꽃이 피었다’ vs ‘꽃은 피었다’? (객관과 주관의 차이!)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나의 문장과 서술은 몽매해집니다.
삶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어 새로운 것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3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나는 누구인가’보다 ‘나는 상대에게 누구인가’가 중요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게 중요하지 않고, 저 사람이 좋아해줄까가 중요해집니다. 관점이 모두 상대로 돌아서는 것이 사랑인 것입니다.
독서는 양보다 질, 깊이 있는 책 읽기
사랑? 우리 모두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해서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예쁘다, 멋지다, 매력적이고 좋다고 생각한 뒤 나머지 부분은 다 상상으로 채우죠. 그 상상은 나의 욕망으로 채워집니다.
내가 사랑하는 건 그 상대가 아니라 나예요. 내가 사랑의 이유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막상 연애를 시작하면 완벽한 한 인간이 무너지는 거죠(결혼은 거울이다!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행불행은 조건이 아니다, 선택이다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게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자세의 문제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주변에 널려 있는 행복을 발견하면 됩니다)
사소한 기쁨을 충분히 누리시길 바랍니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우리는 시간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책은 그 자신만이 발달한 감수성으로 우리를 예민하게 하고 우리의 숨겨진 촉각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이게 책입니다. 평소에 못 봤던 것들을 보게 해주는 존재.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들은 촉수가 민감해지죠
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건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4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동해는 예술이고 서해는 인생이다”와 같은 표현을 무심하게 툭툭 던져내는, 말이 곧 시인 사람입니다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고은, <낯선곳>
무욕(無慾)만한 탐욕(貪慾)이 없습니다
그것 말고
강호 제군의
고만고만한 욕망
그것들이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의 진리입니다
*크루소와 방드르디, 가치관을 바꾸다
계몽의 핵심은 더 잘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일깨워줘야 한다는 것이죠. 즉 자기들의 문명이 더 우등으로 전제하고 있어요. 식민사관이 이것과 같은 맥락이죠…대니얼 디포가 <로빈슨 크루소>를 쓴 것이 바로 이 문맥입니다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이 소설에서 크루소는 ‘방드르디’에 의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해주는데, 그게 동양적이고 장자적이고 자연 중심의 가치관입니다. 자기 중심,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살던 로빈슨 크루소는 자연으로 편입되면 된다고 생각하고 보니 모든 걱정들이 보잘것없는 것이었어요.
길을 가로질러 가는 개미행렬? 인간중심의 사고를 벗어나면 이런 것들이 보입니다
민족주의, 사실주의, 낭만주의가 한 몸으로 육화되어 말을 던지는 고은? 알면 알수록 삶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고 또 밀도 있는 진짜 낭만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5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어차피 결과는 같아요!
모든 사생활은 공무에 우선한다
모든 술자리는 모든 회의에 우선한다
이런 태도가 바로 ‘지중해’!
지중해는 햇살을 빼고는 얘기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어쩔 수 없게 만드는 화창한 날씨의 연속, 그런 환경에 살다보니 그곳 사람들은 아등바등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순간을 즐기며 삽니다. 오늘 하루의 햇살을 소중하게 여기면서요.
“나는 한 알의 사과로 파리를 놀라게 하리라”-폴 세잔의 사과!
지중해성 철학? 현재에 집중하자, 순간을 살아라!
창의력이란 무심히 보지 않고 경탄하면서 보는 것이죠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거기 있다
필요한 건 그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이방인, 뫼르소,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
#6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광고는 아주 키치적이다
똥이 인정되지 않는 세상이 키치
그래서 시골에서 늙어가고 있는 슬픈 인생의 형식 속에 둘이 함께 춤추고 있다는 행복이 공간을 채운 거죠.(슬픔이 형식이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8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급변하는 시대? 우리는 지금 미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무식한 나에게 사물을 보는 눈을 조금이라도 생길 수 있게 해준 책들!
형상이 드러나지 않은 여백을 바라보는 것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저렇게 여백을 비우는 건 용기다”
“예술은 궁극의 경지에서는 단순해진다. 그리고 분명해진다.”
단순하다는 것은, 특히 그림이 단순하다는 것은 핵심적이라는 말과 통한다. 사물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은 종종 노년에 다다라서야 얻어지곤 한다.
통찰!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법칙을 뽑아내라.”-<생각의 탄생>
원근법이 없는 우리나라 그림? 서양은 모든 것을 사람 중심으로 파악, 그림에도 자연물은 인간이 관찰한 모습, 동양은 한 가지 시선으로만 보지 않는다
옛 사람들의 속도로 살다 가신 분? 법정 스님! 암자 생활? 확실히 지식은 바깥에서 들어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나온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소유를 당하는 것이며 무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소유의 집착,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무소유의 자유!)
지옥문이 열렸고 딱 한 권의 책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유기적 동양철학 vs 기계적 서양 철학
양이 차면 음이온 올라오게 되어 있고 지금 인류 역사는 서양의 이상이라는 양이 너무 파 올라와 있어서 동양의 지혜라는 음이온 올라와야 할 시점이 됐다.
뉴턴을 도와준 게 데카르트였는데 그것이 무너진 지금 양자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작태들 철학적 체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동양의 신비주의가 답을 줬다는 것이죠. 대단한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낡은 것’입니다.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다(진실은 이미 존재한다)
펼치면 팔만대장경이지만 압축하면 하나로 귀착된다
“기필(期必)을 버려!” 그래야 행복할 수 있다
‘내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리라’라는 기필을 거두십시오. 세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 오만과 아만을 버려야 합니다.-<붓다의 치명적인 농담>
행복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now here) 행복은 선택입니다.
이사? 여기는 여기대로 또 좋아요. 행복해요. 다음에 다른 곳에 가더라도 저는 행복할 거예요. 이게 제 삶의 태도입니다.
다독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책은 머리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그냥 읽었다고 얘기하기 위해 읽는 건 의미가 없다.

“책은 도끼다 | 인문학적 독서법”에 대한 6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