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이라는 것은 인류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처럼 생각하고, 인류의 고민을 자기의 고민처럼 고민하는 사람이다.
우선 지식인의 규정부터 해야 한다. 지식인이라는 것은 인류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처럼 생각하고, 인류의 고민을 자기의 고민처럼 고민하는 사람이다…우리나라에 지식인이 없지는 않은데 그 존재가 지극히 미미하다. 지식인의 존재가 미미하다는 것은 그들의 발언이 민중의 귀에 닿지 않는 다는 말이다. 닿는다 해도 기껏 모기소리 정도로 들릴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식인의 소리가 모기소리만큼밖에 안 들리는 사회란 여론의 지도자가 없는 사회이며, 따라서 진정한 여론이 성립될 수 없는 사회다. 즉 여론이 없는 사회다. 혹은 왜곡된 여론만이 있는 사회다. 우리나라의 소위 4대 신문의 사설이란 것이 이런 왜곡된 가짜 여론을 매일 조석으로 제조해 내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씌어지고 있다.

필경 나도 누구를 지식인이 아니라고 욕할 만한 권한이 점점 희박해져 가는 처지에 있고, 그런 절망적인 처지에 이길 가망이 도저히 없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소련의 현대시인 솔제니친의 시에 나오는 개미와 같은 낡은 생리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단 절박한 위험을 극복하자마자 개미들은 다시 타고 있는 통나무 주위로 기어들었다. 마치 어떤 힘이, 개미들을 포기해 버린 고향으로 다시 되돌려 보낸 듯이 많은 개미 떼가 불타는 통나무로 다시 기어오르기까지 했다. 기어코 타 죽을 때까지 그 불붙은 집을 방황하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