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크라테스 두번 죽이기. 박홍규. 238쪽

소크라테스가 2천 4백 년간 숭상돼 온 이유는 그 긴 세월이 비민주주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책에서 매우 일반적인 견해와는 반대로 소크라테스를 변론하려고 하지 않고 도리어 민주주의를 변론하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소크라테스와 결별하기 위해, 소크라테스를 아버지로 섬기는 철학과 결별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2차 투표에 앞서 한 변론에서 오만하고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발언으로 배심원들의 분노를 삼으로써 사형을 자초한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오늘날의 철학자와 다른 결정적인 점은 그가 유식이 아니라 무식을 자랑했다는 데 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며 가장 훌륭한 정치가라고 자부하기도 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그를 위선자로 여겼다는 점도 알게 됐다. 그가 위선자로 간주됐던 것은 무식을 내세워 유식을 자랑했기 때문이었다.
“악법도 법이다”? 그러나 이는 철저한 오해다. 그는 칠십 평생 한 번도 하지 않은 말인 ‘악법도 법’이라는 말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스스로 사형당한 사람이라고 오해돼왔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얽힌 이 이야기는 전혀 사실 무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1995년까지 국가적인 국민상식으로 여겨져 왔다.
전문가. 아마추어리즘, 민주정의 원리
고대 그리스에서 공무원의 자격요건은 전문가가 아니라 폴리스 시민으로서의 덕성이었다. 한 분야의 전문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자유인이 할 일이 아닌 비열한 짓으로 여겨졌고, 경제적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도 부끄러운 짓으로 간주됐다. 민주정의 원칙인 아마추어리즘은 그런 가치관과 더불어 인간은 본래 잠재적으로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가치관에 입각한 것이었다.
알렉산더와 민주정의 파괴. 알렉산더는 최초로 세계제국을 이룩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대왕’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지만, 적어도 그리스 민주주의와 관련해서는 민주주의의 파괴자로 불려야 옳다.

고대 그리스에서 공무원의 자격요건은 전문가가 아니라 폴리스 시민으로서의 덕성이었다. 한 분야의 전문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자유인이 할 일이 아닌 비열한 짓으로 여겨졌고, 경제적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도 부끄러운 짓으로 간주됐다. 민주정의 원칙인 아마추어리즘은 그런 가치관과 더불어 인간은 본래 잠재적으로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가치관에 입각한 것이었다.
배심재판제도나 참심제도는 민중의 참여에 의한 재판제도를 의도한 것이다. 그 예외라고 할 수 있는 전문재판관제를 운영하는 곳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 나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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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무지( 無知)의 지(知), 자신의 모름을 스스로 깨닫는 앎. 진정한 앎에 이르는 출발점은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 서양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소크라테스이 참모습은 반민주주의자였다?!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마셨다는 소크라테스 죽음의 진실? 무지로 스스로 최고의 지혜를 깨우쳤다며 자신의 유식을 뽐낸, 겸손이 아니라 오만한 ‘위선자’에 대한 민주시민사회의 응징으로 독배를 마시게 되었다는 소크라테스가 아닌 그리스 민주주의에 대한 변론서이기도 한 책. 과연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어리석은 대중의 오판이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오랜 역사의 흔적들을 찬찬히 들여다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