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르헤스의 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윌리스 반스톤. 346쪽
언어의 미로 속에서, 여든의 인터뷰
바리톤 목소리가 들려주는 수수께끼의 기쁨
난 사람이 늘 죽는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단순히 뭔가를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을 때 우리는 뭔가를 느끼지 않고 뭔가를 발견하지 않아요. 그 순간 우리는 죽은 것이에요.
나는 죽지 않으려고 노력한답니다. 나는 호기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늘 경험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 경험들이 서로, 단편소설로, 우화로 바뀌는 것입니다. 나는 늘 경험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과거는 우리의 보물이에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과거뿐이고, 과거는 우리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에요.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있지요. 그리고 대단히 멋진 점은 과거가 일어났던 일뿐 아니라 꿈이었던 것들과 혼합되어 있다는 사실이에요,
모든 시는 대상을 낯설게 느끼는 데서 비롯되지요. 반면에 미사여구는 대상을 무척 평범한 것으로,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데서 비롯된답니다.
어디선가 당신은 불행이 작가의 축복이라고 말했어요.
불행은 작가에게 주어지는 도구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고 싶군요.
회한/ 나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죄 중에서/ 가장 나쁜 죄를 저질렀지, 나는 행복하지 않았네.
나는 늘 어원에 대해 생각한답니다.
책은 상상력의 연장이고 기억의 연장이에요. 책은 아마도 우리가 과거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일 거에요.
그런데 책은 뭘까요? 책은 하나의 물건인데,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아요. 책은 독자가 오기 전까지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하죠.
“군중이란 것은 환상입니다. 그러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개인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가가 뒤에 남기는 것은 자기가 써온 글이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라는 거죠
영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나는 항상 오스카 와일드를 읽는 것으로 시작하라고 말해준답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시들도 찾아왔어요…어렸을 땐 이해하지 않고 시를 느꼈어요.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해요
우리에게 당신만의 도서 목록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젊었을 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셨는지요?
나는 평생 신문을 읽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에게 과거는 알 수 있는 것이지만, 현재는 눈에 띄지 않게 감춰져 있지요.
시는 이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
우린 단순히 신변잡기가 아닌 진짜 문제들, 예를 들면 종교나 철학 같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므로 친구가 될 수 있었답니다.
내 삶은 실수의 백과사전이었어요. 실수의 박물관이었지요.
행복할 때는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소년 시절의 기억은 책에 관한 기억. 내게는 책이 실제 장소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랍니다.
난 늘 책으로 돌아가고, 인용문으로 돌아가죠. 나의 영웅 가운데 한 사람인 에머슨이 그것에 대해 경고했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인생은 하나의 긴 인용문이 될 수 있다는 걸 유념하라.”
사람들이 지옥을 장소라고 여기는 이유는 단테를 읽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난 지옥을 상태라고 생각해요.
영혼은 스스로 지옥이나 천국에 이르게 되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혼은 그 스스로를 거치면서 지옥이나 천국이 되는 거예요.
40 과거는 우리의 보물이에요…우리에겐 책이 있고, 그 책들은 사실 꿈이에요. 우리가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은 약간 다르고 우리 역시 약간 다릅니다.
삶에 의문을 품는 태도가 시의 본질을 드러낼 수는 있을 거예요. 모든 시는 대상을 낯설게 느끼는 데서 비롯되지요. 반면에 모든 미사여구는 대상을 무척 평범한 것으로,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데서 비롯된답니다.
사람들이 뭘 깨닫지 못한다는 겁니까?
끊임없이 계속된다는 건 뭐랄까, 끔찍한 것이라는 사실. 당신이 소설에서 말한 또 하나의 지옥이겠군요.
52 눈먼 사람에게 시간은 더 이상 매 순간 뭔가를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시간에 기대어 살아야 하죠…그런 상황은 어떤 편안함을 줘요. 그건 아주 큰 편안함 또는 아주 큰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시력 상실이 준 선물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시간을 다르게 느끼는 것이랍니다.
128 책은 상상력의 연장이고 기억의 연장이에요 책은 아마도 우리가 과거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일 거예요.
책은 독자가 오기 전까지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하죠.
134 군중이란 것은 환상이에요.
145 내 인생 최고의 사건은 바로 아버지의 서재였다고 생각해요.
시는 영어를 통해 나에게 다가온 거예요. 그 후에는 스페인어를 통해 나에게 왔는데, 특히 내가 이해하지 못한 시들로 찾아왔어요. 어쨌든 이해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렸을 땐 이해하지 않고 시를 느꼈어요. 시는 아버지를 통해 나에게 왔죠.
146 나는 글쓰기가 받아쓰기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뭔가 막 생기려 한다는 것을 갑자기 알아차리는 거예요. 나는 그것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러면 뭔가 보여요. 거기에는 항상 최초의 영감이 있어요.
148 나에게 세계관이라는 게 있다면, 나는 세계를 수수께끼로 생각해요. 그에 관한 한 가지 아름다운 사실은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을 거라는 점이지요.
나의 다른 책들도 다시 읽지 않는답니다. 나는 글을 쓰되 다시 읽지는 않아요.
많은 경험 가운데 가장 행복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에요. 아, 책읽기보다 훨씬 더 좋은 게 있어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인데,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답니다. 나는 새 책을 적에 읽고, 읽은 책응 다시 읽는 건 많이 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나는 관념보다 이미지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추상적인 사고를 잘하지 못하거든요.그리스인과 히브리인처럼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화나 비유의 측면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153 논쟁적으로 글을 쓰기보다 비유나 우화를 사용하려고 한답니다. 나는 늘 다른 사람이 옳다고 생각해요.
“망각보다, 잊히는 것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이게 바로 죽음에 대한 내 생각이에요.”
160 나는 국가를 믿지 않아요.국가는 실수고 미신이에요. 난 세상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토아 철학자들도 그런 생각을 했지요. 우리는 세계주의자가 되어야 해요.(함석헌의 세계주의!!!)
164 구비문학에 대해…어떤 시가 진짜 시라면 독자는 그걸 소리 내어 읽어야 해요. 시는 그렇게 검사할 수 있어요…단편소설에도 해당되는데, 만약 소리 내어 읽는 데 더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면 그 들에는 뭔가 잘못된 게 있는 거예요.
여러분이 나의 작품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경험이 노력을 요하는 일이듯이 책 읽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잖아요. 내가 뭔가를 읽을 때마다 내가 읽은 것은 그것은 얼마간 바뀐답니다. 모든 새로운 경험은 책을 풍요롭게 해요.
소설에는 작가와 작품 간의 관계에 대한 얘기가 담겨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그 작품은 단어의 조합일 뿐이고 단순한 오락거리일 뿐이니까요.
구술. 내 손으로 글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서두를 필요가 없지요.
우정은 삶의 ‘본질적’인 요소일 거라고 생각해요…우정는 사랑에 비해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일단 형성이 되고 나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답니다. 그냥 계속 가는 거예요.
사랑은 아주 이상한 거예요. 의심이 가득하고 희망이 가득하며, 그러한 것들이 행복으로 인도될 수 있는 이상한 것이랍니다. 그러나 우정은 오해할 일도 없고 희망도 없고, 그냥 계속 나아가는 것이죠. 자주 만날 필요도 없고 증명할 필요도 없어요.
내가 진정한 시인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삶의 매 순간을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할 거예요.
참단어를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걸 찾지 않는 거예요.
우리가 아름다움에 이를 때마다 우린 신을 창조하고 있는 거예요.
‘최고’나 ‘첫째’ 같은 말은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말들은 신념이 결여된 말이고 논쟁을 야기할 뿐이니까요.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한 말이 기억나는군요. “시간은 무엇인가? 나에게 묻는 사람이 없으면 나는 그게 뭔지 안다. 그러나 누가 나에게 물으면 나는 모르게 된다.”
수수께끼가, 불가사의가 철학의 본질적인 과제예요.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결코 그 과제를 풀지 못할 것이고, 그러므로 우리는 영원히 계속할 수 있지요. 계속 추측할 수 있는 거예요.
나의 기억은 시로 가득 차 있지만, 날짜나 장소의 이름은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어요.
하지만 말은 내게 달라붙어 있어요. 내가 말에 달라붙어 있는 것일 수도 있고요.
나는 늘 낙원을 도서관으로 생각했어요.
나는 내 운명이 읽고 꿈꾸는 것임을 알았어요…글쓰기는 본질적인 게 아니에요. 그리고 나는 늘 낙원을 정원이 아니라 도서관으로 생각했어요.
어린 시절의 책 읽기? 아이들은 그저 즐거워서 책을 읽는 거랍니다! 나는 의무적인 독서는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우리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해요.
“책이 지루하면 내려놓으세요. 그건 당신을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읽고 있는 책에 빠져드는 걸 느낀다면 계속 읽으세요.” 의무적인 독서는 미신 같은 거예요.
신문은 망각을 향해 달린다…신문이 매일매일 나와야 하는 이유가 그것…책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을 지향하지요.
나는 죽음을 희망이 가득한 것으로 생각해요. 소멸의 희망이지요. 잊힌다는 희망.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가능한 많이 읽어라. 꼭 써야 할 때 써라. 그리고 무엇보다 조급하게 출판하지 마라.”
동무여, 이것은 책이 아니라네. / 이것을 접하는 사람은 인간을 접하는 것이라네.
#말의 천재_후기
“포클랜드 문제는 두 대머리 사내가 서로 빗을 차지하려고 벌인 싸움이었어.” 비통한 보르헤스만이 전쟁의 어리석음과 헛됨을 독한 비유로 바꿀 수 있었다.
구술문학? 보르헤스는 말년에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현자가 되었다. 오로지 말로만 가르침을 전하는 현자의 오래된 전통은 잘 알려져 있다. 부처, 예수, 디오게네스, 걸어 다니며 가르치는 아테네 학원의 철학자들이 그런 경우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종이 위에 글로 고정함으로써 생각을 한정하려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말이 교리가 되어버리는 위험을 피하고자 했다. 그래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대화 안에 생각을 닫음으로써 자발적으로 자신의 책이 구술 형식을 띠게 했다. 예전의 사상가와 철학자들은 생각이 움직이는 것이어서 파도 위의 잉크와 마찬가지로 고정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게게 남겨진 현자들의 기록은 대부분 그 시대에 우연히 그들의 말을 기록하게 된 익명의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를 껴안는다. 그 눈먼 사람의 목소리가 본질적인 보르헤스다. 그의 목소리를 들었거나 그의 글을 읽은 사람은 평생 그를 기억할 것이다.